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매년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습니다. 코로나비루스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휴가를 포기한 사람들도 있지만 무더위를 피해 짧은 여행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에 여행 대신 이직, 그러니까 직장을 옮길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한 취업 전문 회사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72.5%가 ‘여름휴가 기간 중 이직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탈북학생들도 마찬가집니다. 부족한 교과목 공부는 물론 진학을 대비한 시험공부에 매진하는데요. 그 이야기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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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날씨 뉴스)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강원 영동과 영남지역이 큰 폭으로 오르겠는데요. 오늘 한낮 기온 대구 34도 예상되고요. 강릉과 전주33도 서울이 30도까지 올라 무덥겠습니다. / 전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지면서 서울 한낮 기온 30도, 강릉 33도, 부산 32도 보이겠고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이보다 더 높겠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힐 만큼 더운 날씨가 계속됩니다. 집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싫을 정도로 말이죠. 더위로 학업과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여름철엔 학교에선 방학이, 직장에선 휴가가 주어지는데요. 남들 다 쉬는 이 기간 동안에도 쉬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서트2: (현장음) x+3y=11이다. 얘들아 당황 하지마. 그저 적혀 있는 걸 그대로 썼을 뿐이란다. / 그럼 5가 되는 거야~~
탈북민과 탈북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에서는 7월 23일부터 여름방학을 맞았는데요. 방학 기간에도 학교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매해 방학 때면 보충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인데요. 이 수업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하네요. 심양섭 교장 선생님께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인서트3: (심양섭) 하나는 검정고시 대비하는 보충 수업이고 하나는 한국어 보충수업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은 8월 11일에 올해 제2회 검정고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우리 학생들 15명이 응시하거든요. 그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대비해서 보충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온 지 3, 4개월 밖에 안 된 학생도 있어요. 엄마는 북한이고 아빠는 중국인인 중도 입국 탈북민 자녀들.. 아직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한국어를 못 하는 학생들을 위해 방학 때 한 2주 동안 집중적으로 한국어 보충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의 특성상 해마다 재학생 숫자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요. 현재 남북사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모두 43명입니다. 그중 22명이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오고 있습니다. 15명은 검정고시를 대비하기 위해서 7명은 부족한 한국어를 보강하기 위해서 입니다.
인서트4: (현장음) 쉬는 시간 중국어 대화 소리
검정고시는 어떤 자격에 필요한 지식이나 학력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인데요. 북한이나 중국에서 학교를 정식으로 다니지 못한 학생들은 남한에 와서 학력을 인증하기 위한 검정고시에 응시합니다. 이렇게 되면 늦은 나이에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대학 등 상급학교 입학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서트5: (심양섭)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위한 검정고시, 중학교 졸업 학력을 위한 검정고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위한 검정고시. 이렇게 세 가지 검정고시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 응시자는 없고요. 중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 응시자와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 응시자,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여름방학 보충수업은 강사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는데요. 특히 한국어 수업은 봉사자들이 큰 힘이 됩니다.
인서트6: (심양섭) 중국에 유학하고 있는 학생이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왔어요. 그런데 우리 학생들 중에 북한에서 태어난 애들도 있지만 중국 태어난 애들이 절반이잖아요 엄마는 북한이고 아빠는 중국인인 애들인데 이런 학생들은 중국말을 못 하는 우리 한국 출신 강사들보다 (봉사자가) 중국 말을 할 줄 아니까 도움이 되죠. 그다음에 이제 원어민 봉사자라고 할 수 있는 예를 들면 이대 경영학과 박사 과정에 있는 중국 유학생이 와서 가르치고 있고 그다음에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에 중국인 원어민 봉사자가 있어요.
방학 기간에 개인적인 시간을 반납하고 탈북학생들과 함께 하는 봉사자들이 있기에 보충수업은 더 알차게 진행됩니다. 수업은 지난 7월 26일부터 시작해서 검정고시 보기 전날인 8월 10일까지 12일간 계속되는데요. 그래도 방학이라 1교시 수업은 평소보다 1시간 늦은 10시부터랍니다.
인서트7: (심양섭) 끝나는 것도 이제 오후 네 시에 좀 일찍 끝내고요. 금요일 날은 또 오후 2시에 이렇게 또 끝내고… 아무래도 날씨도 무덥고 학생들도 지치고 가르치는 사람도 지치고 하기 때문에 압축적으로 이렇게 합니다. 더 공부가 필요한 사람은 이제 끝나고 나서 일대일로 하기도 하고요. / (리포터) 압축적이라고 표현하셨지만 사실 보충수업치고는 시간이 꽤 긴 편이네요? / (심양섭) 12일간 강행군이라면 강행군이죠. 시험에 합격해야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국어를 빨리 따라잡아야 친구들하고 어울릴 수 있고 다른 수업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중졸 검정고시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그리고 선택과목을 공부해야 합니다. 고졸 검정고시는 여기에 한국사가 추가됩니다. 선택 과목으로는 도덕, 기술가정, 체육, 미술, 음악이 있는데요. 이 중에 한 과목을 선택해서 시험을 치르면 됩니다. 과목별로 평균 60점 이상만 맞아도 합격이지만 탈북학생들에게 낯선 사회 과목, 그리고 북한에서 배운 내용과 차이가 있어서 어렵게 여겨지는 한국사가 걸림돌입니다.
대학입학 때는 탈북민 특별전형이 있지만 검정고시 과정은 그런 혜택이 없습니다. 남한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죠. 그래서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시험 전날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대학생들을 위한 여름방학 보충수업도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인권개선과 교육사업을 하는 시민단체 물망초에서는 2016년부터 탈북청년들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마다 ‘프리 칼리지’ 즉 예비대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주로 대학 수업에 필요한 기초 과목인 영어, 수학, 한국사, 글쓰기 등을 공부합니다. 2021년 여름방학 프리 칼리지 과정에서는 영어수업, 토익 과정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김요나 팀장의 말입니다.
인서트8: (김요나) 7월 5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토익 수업은, 토익 점수 700점을 목표로 하는 탈북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고 총 1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대면 수업에 조금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8명 학생들이 수강을 했고요. 주 4회 3시간씩 총 12번 수업을 들었습니다.
-Closing-
토익 시험은 취업이나 학교 입학, 졸업을 목적으로 응시합니다. 영어 의사소통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영어 과목과는 약간 차이가 있죠. 그래서 토익 시험을 위해 학원을 따로 다니거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탈북 학생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죠?
탈북학생들에겐 소중한 기회인 셈인데요. 어떤 학생이 그 기회를 잡았을까요? 더운 여름, 공부를 위해 방학도 포기하고 달리는 탈북 청년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