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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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코로나비루스에 폭우, 그리고 태풍까지…

올해는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은 한 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어려운 시간을 넘기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애쓰고 있는데요.

제일 흔하고 쉬운 게 차 한 잔, 커피 한 잔으로 잠깐의 여유를 가져 보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커피 상표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커피를

‘사람을 모이게 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회적인 음료이며 선물’이라고 정의했는데요.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아니면 책 한 권 앞에 놓고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남한의 카페를 떠올려 보면

정말 맞는 말인 듯 합니다.

남북청년들도 오랜만에 카페에서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8월 1일 토요일, 서울 혜화동에서 ‘일일카페’를 열었는데요.

그 반가운 현장을 ‘여기는 서울’에서 찾아가봤습니다.

인서트1: (현장음) 말차,, 말차 3개줘~

서울 혜화동의 한 상가건물 3층에 위치한 카페.

입구엔 ‘통대동연’에서 오후2시부터 6시까지 대관했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통대동연’은 10여개 남한 대학의 북한인권 통일 소조 연합체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의 줄임말인데요.

남북 청년들이 모여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 북한 인권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만의 방법으로 기발하고 재미있게 말이죠.

인서트2: (현장음)안녕하세요. 여기 통대동연 일일카페입니다. 먼저 방명록 작성해 주세요. 체온도 재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체온부터 잽니다.

코로나비루스 감염확산 예방 차원에서 남한에선 어느 곳이든

이렇게 체온부터 재고 이름과 연락처를 적는데요. 기자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저도 체온을 재고 방명록을 작성한 뒤에야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인서트3: (현장음) 안녕히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 36.5도… / 아! 일단은 들어가시기 전에 음료수 고르시고요~

15개 정도의 탁자가 있고 각 탁자엔 청년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있네요.

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음료를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자리! 왜 마련됐을까요?

인서트4: (김현정) 안녕하세요. 저는 통대동연 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참 통대동연 활동을 못하고 통대동연 멤버들도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동아리들 별로도 활동을 잘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같이 모여서 조금씩이라도 더 친해보자는 취지로 모임의 장소로 마련한 행사입니다. / (리포터) 얼마 만에 이런 모임이 있는 거에요? / (김현정) 올해 1월에 마지막으로 모이고 공식적으로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오늘 처음 마련된 것 같아요.

코로나 비루스에 학교 수업은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되고

동아리 활동 역시 삼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몇 개월 만에 만난 친구들…

당연히 카페 안의 목소리는 반가움에 비례해 커집니다.

기존에 있는 상업 공간을 하루만 빌려서 여는 ‘일일카페’ 또는 ‘일일호프’.

장소를 하루만 빌려 음료나 술, 안주 등을 판매한 뒤 수익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인데요.

이렇게 모인 돈은 단체활동비에 보태거나 단체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등 좋은 일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통대동연의 일일카페에서는 차림표는 있지만 가격표가 없습니다.

인서트5: (현장음) 저희 음료 주문은 이쪽에서.. 저희 음료는 다 무료이고요. 그리고 수제 베이커류는 계산을 해주시면 됩니다. 자유롭게 마시고 뒤에 이벤트 진행하고 있거든요. 이벤트 하면서 선물도 드리고 하고 있어요. 이벤트는 저쪽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실 건데요~

통대통연의 일일카페라고 소조의 구성원만 참여하는 게 아닙니다.

구성원들의 친구나 원하는 사람 누구든 환영인데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운영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인서트6: (김현정) 동아리원들이 학기가 시작되고 만나는 기회가 없어서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 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음료를 사먹으러 이 빗길을 뚫고 오라고 하면 과연 올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자는 의견을 내게 됐어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재학중인 김현석 씨도 통대동연 구성원 중의 한 명입니다.

주방에서 음료를 만드는 친구들을 도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현석 씨는 일일카페가 시작된 2시부터 함께 하고 있다는데 오늘 끝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입니다.

인서트7: (김현석) 여러 친구들이 오고 통대동연의 첫 시작이기도 해서 많은 인연을 알 겸 즐거운 마음으로 오게 됐습니다. 통대동연 활동을 한 지는 작년까지 해서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아요. (처음엔) 솔직히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너무 궁금했어요. 어떻게 거기서 자랐고 왜 오게 됐고 그리고 한국생활이 어떨까.. 궁금해서 통대동연의 문을 두드렸는데 지내고 보니까 다를 게 없더라고요. 공부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똑같고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똑같고… 우리랑 비슷하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통대동연의 가장 큰 장점은 남북한 가리지 않고 그냥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들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것도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지금 코로나 때문에 행사를 많이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은데 그래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 남북한 친구들이 편견없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통대동연에선 누가 남한 학생이고 누가 북한 학생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같은 곳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지만

같은 곳을 보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온 지 5년 된 김소연 씨의 말입니다.

인서트8: (김소연) 통일에 관심있는 남북한의 청년들이, 대학생들이 모여있는 열린 마당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공부 따라가는 것도 힘들고 선입견이나 다른 친구들이랑 내가 다르다고 생각해서 동아리 같은 게 나에게 필요한가라는 생각에 기피했었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그런 게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고향이 다를뿐 이런 느낌? 그러다 보니 남한 친구들이나 북한 친구들이나.. 같이 어울리는 게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또 고학년 이다보니까 공부에 대한 어느 정도 방법도 익숙해졌고 또 활동이라는 게 내 삶을 조금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고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막연히 서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의 벽을 넘는데 소연 씨가 걸린 시간은 4년.

이제 누구보다 환한 얼굴로 이 자리에 앉아있네요.

인서트9: (현장음) 아이스라떼요? 아이스라떼는 이거 좀 더 많이 넣어야 하는 거죠? ~~

커피 전문가는 아니지만 서툰 솜씨로 커피를 만들고

커피 맛이 덜해도 전혀 불만없이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건…

바로 이 자리가 즐겁기 때문이겠죠.

인서트10: (김현석) 사실 처음이 어렵잖아요. 망설여 지시더라도 처음이 힘든 거니까.. 저의 통대동연에 문을 두드려서 오신다면 다들 편하게 반겨주실 것 같아요.

-Closing-

요즘은 이런 인사말이 참 좋네요.

언제 커피 한 잔 해요. 차 한 잔 마셔요~

여러분께 이 시간이 바쁜 일상의 쉼표가 되는

따뜻한 차 한 잔 같기를 바라면서 오늘 인사드리겠습니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둔 남북청년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도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