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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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폭우와 태풍이 지나가고 이제 한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코로나비루스 2차 대유행 초기 단계에 직면했습니다.

8월 14일 이후 닷새 연속 신규 확진자 수가 세자리 수를 기록하면서

남한 사람들의 생활은 다시 위축되고 있습니다.

실내 50명, 실외에서 100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되고 일부 상점의 운영이 중단됩니다.

다시 재택근무를 시작한 회사들도 늘었습니다.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일이 조심스러워진 지금…

여럿이 모여 함께 했던 자리는 꿈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불과 2주 전의 일이네요.

서울 혜화동에선 남북청년들이 모여 ‘일일카페’를 열었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웠던 자리,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인서트1: 일일카페 현장 소리

카페 입구부터 들리는 시끌시끌한 소리…

겉보기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커피점이지만

이곳은 남한 10여개 대학의 북한 인권 통일 소조들의 연합체,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구성원들이

이날 하루.. 장소를 빌려 카페를 여는 곳입니다.

인서트2: (현장음)안녕하세요. 여기 통대동연 일일카페입니다. 먼저 방명록 작성해 주세요. 체온도 재겠습니다~

분명 평균연령 25살 청년들이 모인 자리인데…

소학교의 쉬는 시간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뭐가 그렇게 반갑고 좋은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문 밖을 넘어 갑니다.

인서트3: (김현정) 안녕하세요. 저는 통대동연 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참 통대동연 활동을 못하고 통대동연 멤버들도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동아리들 별로도 활동을 잘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같이 모여서 조금씩이라도 더 친해보자는 취지로 모임의 장소로 마련한 행사입니다. / (리포터) 얼마 만에 이런 모임이 있는 거에요? / (김현정) 올해 1월에 마지막으로 모이고 공식적으로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오늘 처음 마련된 것 같아요.

열띤 토론을 하고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거리에서 활동하던 평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데요.

청년들의 모습을 낯설어 하는 제 앞에 낯익은 친구가 다가와 말을 거네요.

지난해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에서 부회장을 맡았던 구주은 학생입니다.

인서트4: (현장음)보통 동아리들끼리 같이 오시거나 새로 사람들을 만나러 오시는 분들도 있어서 자유롭게 마시고 뒤에 이렇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동아리들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자리에요. / (리포터) 주문을 받으면 여러분이 직접 만드는 거에요? 아니면 원래 여기 계신 분이 만드는 거에요? / (구주은) 저희가 만들어요. 맛은 괜찮은 것 같아요.

주방 안에서 음료수를 만드는 사람은 세 명.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음료를 만든다는데 만들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며 걱정이랍니다.

정작,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은 신경 쓸 틈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음식은 맛보다… 어떤 사람과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처럼

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이 자리가 반가운 만큼 뭐든 맛있습니다.

인서트5: (현장음) 머리 안 감고 오신 것 같은데… / 아니요. / 밤에 감으셨죠? / 아니요. 아침에 감았어요~

처음 만났어도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금새 가까워진 학생들은 장난끼 가득한 농담도 스스럼 없이 주고 받습니다.

함께 왔어도 돌아가는 시간은 제각각 인데요.

작별 인사하는데 한참이 걸립니다.

혜산 출신으로 한국생활 5년차인 소연 씨도

앉아있던 주변 친구들에게 모두 인사를 하고서 겨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다음 일정이 있어 급히 나가는 소연 씨를 잡고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대학생활 마지막, 4학년이 돼서야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활동을 시작했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하필 올해는 코로나비루스 여파로 대외활동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고 하네요.

오랜만의 모임이라 다른 약속을 굳이 미루고 들린 이 자리…

마음은 바빠졌지만 잠시라도 들렀다 가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인서트6: (김소연) 그냥 한번 만나니까 또 친하게 되잖아요. 솔직히 오늘이 (모임) 두번째인데 두번째 오니까 지난번 만났던 친구들이 되게 오래전부터 알았던 친구처럼 익숙하고 친한 거에요. 사람마다 성향의 차이가 있는 거라 어려운데 처음부터 저는 편안하게 고향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숨기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이 내가 고향이 어디인지는 알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고… 서로를 그렇게 아는 상태에서 선입견없이 대하니까 정말 편해요.

통대동연에서 활동하는 탈북 청년은 많지 않습니다.

소연 씨는 그 이유가 고향이 북한이라는 걸 밝히고 싶지 않은 탈북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짐작합니다.

개개인의 결정이니 뭐가 옳고 그르다 말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데요.

다만 소연 씨는 탈북청년들이 심적으로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걸 곧 알게 될 거라며 웃음짓는 소연 씨의 표정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인서트7: (김소연) 그냥 처음에 들어와서 봤더니 다들 모르는 친구들이더라고요. 그런데 한 명 아는 친구가 있어서 바로 그 자리에 앉았어요. 또 친구들과 한반도 그리기도 했는데 그걸 잘 그리면 추천 받아서 커피 쿠폰을 선물로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다른 친구가 그리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잘하고 있나 의견도 주고 그랬어요. / (리포터)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어요? / (김소연) 예전에 다른 모임에서 만났던 친구가 먼저 저보고 아는 척을 해줘서 통성을 했고요. 다른 친구들과는 게임하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는 정도였어요.

단순히 차를 마시고 친구들과 통성만 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한반도 그리기, 통일 수도 쓰기, 통일 나도 한마디…

중간 중간 의미 있는 행사도 준비됐는데요.

통일 대학생 동아리 연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늘도 북한 인권과 통일

그리고 한반도 문제를 고민합니다. 통대동연 부대표 김현정 씨의 말입니다.

인서트8: (김현정) 사실 그 부분에 대해 부담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보통 행사를 하면 강연을 기획하고 주제가 있는데.. 사실 걱정을 하면서 왔거든요. 잘 진행 안 되면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와서 앉아있다가 그냥 가버리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왔는데 사람들이 같이 노는걸 보니까 그냥 친해지는 것 자체가 효과를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자체로도 메시지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한반도를 그리고 거기에 미래의 한반도가 통일됐을 때 행정수도를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해 그리고 있던 친구들이었던 거에요. 통일 한마디 같은 경우네는 좀 식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희가 통일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그리고 나중에 펼쳐봤을 때 ‘아, 이런 마음으로 우리가 함께 했구나’ 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중을 돌아봤을 때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Closing-

-평양까지 따릉이 타고 같이 가실 분?

-멀지만 가야 할 길! 그 길 함께 가겠습니다

-너무 어려운 말. 그래도 원해요

‘통일, 나도 한마디’에 붙어있는 글귀들이었습니다.

특히 이 한 마디가 마음에 남네요.

-거창한 통일을 말하기 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를 말할 수 있기를…

진지한 생각은 꼭 심각하게 해야할까요?

통일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까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은 기성세대들의 고정관념이 아니었을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