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신형 코로나 비루스가 유행하던 초기엔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모이게 되는 행사나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면
지금은 새로운 대안이 나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공연을 보고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요리도 하고 학교수업까지 진행됩니다.
화면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는데요.
심지어 지역 축제도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랜선 책 축제’부터
고추, 인삼, 포도 등 각 지역에서 나오는 특산물 관련 축제도 펼쳐집니다.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또 인터넷은 우리를 다른 방식으로 연결해주네요.
10명의 탈북 아이들과 함께 사는 총각엄마 김태훈 씨도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평범한 하루하루를 전하고 있는데요.
지난 주에 이어 랜선으로 전하는 총각엄마의 하루,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인서트1: (브이로그) 작은 이쁜이 어디 앉을거야? 형아들 사이에 앉아. 준성아. 저기 앉아. 여기 형아들 앉게.. 그런데 너희들 나중에 다같이 조회할 때… 서로 소리가 다 섞이잖아. 나중엔 이어폰을 끼고 하는 게 어때? 나 이어폰 없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그리고 등교 좀 해보나 했더니
다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노트컴을 통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
그나마 철이 조금이라도 든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알아서 공부 하지만
초등학생이 있는 집에선 건성으로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아이와
수업 진도를 확인하는 엄마들의 신경전이 대단합니다.
총각 엄마, 김태훈 씨의 하루도 10명의 아이들을 깨우고 먹이고
온라인 수업 준비를 돕는 것으로 시작되는데요.
하루가 밥으로 시작해 밥으로 끝난 답니다.
인서트2: 안녕하세요. 총각엄마, 김태훈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니까 집에서 삼시 세끼 밥을.. 엄청 먹어요. 애들 지금.. 온라인 수업 끝나고 점심시간에 밥 먹고 있어요. 학교랑 똑같이 내려와서 밥을 먹고 있는데요. 이렇게 밥을 먹고 있어요.
부스스한 모습으로 잠에서 깨어난 모습부터 옹기종기 모여서 밥을 먹는 모습까지…
김태훈 씨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하루를 카메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립니다.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탈북 소년 10명과 이들의 엄마이자 삼촌이자 형이기도 한 김태훈 씨의 하루는
이 가족의 구성만큼이나 독특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바쁜 일상에 태훈 씨는 왜 이런 시도를 하게 됐을까요?
인서트3: (김태훈) 사람들이 굉장히 궁금해 하세요. 저와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리고 제가 아이들이랑 사는 모습을 이야기로 담았을 때에는 제 이야기를 듣고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가끔씩은 그런 이야기들이 막연하게 들릴 때가 있대요. 그래서 (영상을) 찍게 됐는데 생각보다 반응도 좋았고 재밌어하고 주변에서 더 다른 이야기, 다양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찍게 된 거고요. 저와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브이로그로 찍은 것은 다를 게 하나도 없거든요. 단지 다르다면 우리가 좀 가족이 많다는 거에요. 영상을 보는 사람은 다 느끼겠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어요. 그 안에서는 분명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오해? 혹은 소수의 불신이라든지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저희 브이로그를 통해서 해소가 되고 너무나 이쁜 아이들.. 이 아이들을 봐서라도 빨리 우리 사회가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두 분씩 할 수 있게 마음을 담아서 브이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태훈 씨가 총각 엄마로 탈북한 아이들과 함께 그룹홈을 만들어 가족으로 지낸 지 올해로 15년 째입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자립해서 그룹홈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가족수는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대학에 진학하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지낼 수 있지만
대학진학을 안 하면 만18세에 자립을 준비합니다.
그래도 그 빈 자리엔 늘 새로운 아이가 들어오기 때문에 최소 10명의 아이들이 함께 사는데요.
아이들은 태훈 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가족이 됩니다.
서울의 한 2층짜리 주택에서 함께 사는 현재 구성원은
초등학생인 막내 준성이부터 중학생인 주영이, 금성이, 청룡이, 호빈이
고등학생인 철광이, 권이, 광일이, 명도 그리고 가장 큰형인 대학생 군성이까지 10명인데요.
남쪽의 여느 가정처럼 성장통을 겪는 아이와 마찰이 생길 때도 있고
때로는 잘못된 생활태도를 지적하고 혼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서트4: (브이로그 영상) 요놈들이 제가 없을 때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데 게임을 하는 도중에 욕을 한거에요. 그런데 욕을 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욕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흔히 하는 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어제 엄청 혼났거든요. 그래서 지금 혼난 아이들 세명을 모아 놓고 저한테 혼났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그런 거 한 번 물어보려고요. 어제 너희 세명 삼촌한테 혼났잖아 / 어 / 어땠어? / 안좋았지.. / 금성이 같은 경우엔 삼촌한테 처음 혼났잖아. 어땠어? / 되게 무서웠어요.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평상시엔 웃으면서 말하는데요. 화나니까 되게 무서웠어요. / 그래서 삼촌한테 혼나는 게 서럽게 느껴졌어? / 아니요 / 호빈아! TV 보고 있지? 우선 호빈이 전에 청룡아! 청룡이는 삼촌한테 혼난 게 처음은 아니잖아. 다른 날 혼난 거랑 똑같았어? 아니면 뭔가 달랐어? / 목소리가 크진 않았는데 평소보다 더 무서웠어~~
화난 삼촌의 모습이 무섭긴 했지만
자기들 셋만 따로 불러 영화도 보여주고 맛있는 것도 사줬다면서 웃기도 하고요.
삼촌이 전날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도 텔레비전을 보느라 한 눈을 팔기도 합니다.
혼났다던 세 녀석은 영락없는 요즘 10대 아이들의 모습이고요.
아이들에게 전날 있었던 얘기를 다시 하며 잔소리를 하는 태훈 씨의 모습은 영락없는 엄마입니다
혼난 세 아이들에게 삼촌의 마음이 전해졌겠죠?
총각 엄마 태훈 씨가 랜선으로 전하는 일상의 모습은 하나같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중학생인 청룡이에겐 결혼한 누나가 있는데요.
동생을 만나러 온 모습도 영상으로 담겨 있습니다.
인서트5: (브이로그 영상) 지금 우리 집에 북한 음식이 놓여있어요. 짜자잔~ 이게 그 유명한! 두부밥이에요. 북한의 대표적인 음식인데 저 두부밥을 저도 안하고 우리 아이들도 안했어요. 저 두부밥을 누가 했냐? 누군지 한번 맞춰보세요. 얼굴만 보면 알 것 같아요. 누구에요? / 청룡이 누나 조향기입니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홀로 탈북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왔다 해도
지방에서 일하거나 야근 근무가 많다거나 사정이 있어서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태훈 씨의 그룹홈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되는 거죠.
태훈 씨는 아이들과 함께 찍은 영상을 통해 남한 사회에 존재하는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습니다.
북한에서 온 아이들이 행복하고 예쁘게 잘 사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말이죠.
북한이라는 사회, 남한과 다른 문화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살아가려면 이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랍니다.
태훈 씨는 오늘도 휴대 전화 카메라를 켜고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습니다.
인서트6: (김태훈) 언제까지 찍겠다고 데드라인을 정한 것은 없어요. 그냥 지금 저 아이들의 모습 중에서 재미난 모습,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모습,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습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계속 찍을 생각이고요. 지금 상황에서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계속 저희는 아이들과 이 사회와 소통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유튜브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서트7: (브이로그 영상) 오늘은 지금 아이들… 미역국하고 오삼불고기를 먹었는데요. 저녁 메뉴로는 콩비지 찌개를 끓이려고요. 보통 찌개하면 요만한 냄비에 국물을 자박하게 해서 자글자글하게 끓이는 게 찌개잖아요. 우리집 콩비지 찌개는, 들통입니다! 10인분을 만들 거고 돼지목살 두근 반이에요~
-Closing-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냄새가 그리운 요즘…
총각 엄마와 좌충우돌 10명의 아이들의 정신없지만 따뜻한 일상이
인터넷 선을 타고 진한 사람의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