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잘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교육 그리고 취업인데요. 상급 학교로의 진학을 하기 위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또 취업을 하기 위해 탈북민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제공받습니다. 정규 교육 과정뿐 아니라 다양한 기회를 통해 경험의 폭을 넓혀가도록 하고 있죠.
탈북민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에서는 학생들과 과학기술 창업 소조를 만들고 그 성과물을 공개하는 박람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26일 열린 박람회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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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현장음) 안녕하세요. / 설명해줘야 알지. / 저희가 여기서 사용하는 거는~~
일요일 아침 9시, 보통 때면 교문이 닫혔을 이 시간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오늘은 남북사랑학교의 ‘비즈쿨’ 창업동아리… 북한식으로 말하자면 사업 준비 소조 소속의 학생들이 준비한 제1회 디지털 과학박람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비즈쿨’이라는 게 뭘까요? 동아리 활동 지도교사 이정현 씨에게 들어봤습니다.
인서트2: (지도교사) 비즈쿨은 비즈니스 스쿨!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아이들에게 창업 실무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해온 것은 기술형 동아리로서 아이들에게 코딩을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주고 그 코딩과 함께 다른 디바이스들을 연결해서 자기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해 보고하는 그런 작업을 했고 그걸 이제 박람회를 통해서 발표를 하고 있는 거예요
비즈쿨은 사업을 의미하는 Business와 학교를 의미하는 School의 합성어로 학교에서 경영을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비즈쿨은 전국의 초, 중, 고등학생들에게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기업가 정신을 길러주기 위한 정부의 지원사업인데요. 남한 전역의 400개 학교를 지원하는데 남북사랑학교도 그 중 한 곳으로 선정됐습니다.
남북사랑학교에서는 4월부터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보는 기술형 동아리 활동을 진행했고 박람회 현장엔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만든 물건이 전시됐습니다. 벽면에 걸린 그림도 있고 추리 게임을 할 수 있는 노트북도 있습니다. 곳곳에 반짝이는 불빛이 보이고 두꺼운 종이로 만든 자동차 핸들과 장난감처럼 보이는 총, 막대기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전시된 물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쉽게 사용 용도를 알 수 없다는 것!
방문객들이 없는 시간, 운 좋게 개별적으로 설명을 듣게 됐는데요. 유독 눈이 가는 물건이 있습니다. 투명 플라스틱 통 여러 개를 연결했는데 통에 남새가 붙어있고 버섯에 바나나까지 있네요. 살짝 손가락을 대보니 소리도 나는데요. 이게 바로 드럼, 북이랍니다.
인서트3: (리포터) 이게 드럼이에요? / (김현민) 네. 전도체로 만든 거라서요. / (리포터) 이거 브로콜리잖아요? 버섯에 바나나.. 어머나! / (김현민) 약간 재미있게 만들려고 이렇게 만든 것이고요~~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는 저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는 친구는 김현민 군인데요. 한국에 온 지 이제 1년 2개월 정도 됐습니다. 올봄부터 남북사랑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됐다는 현민 군은 대학진학을 목표로 입시 준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즐겁다는 현민 군은 비즈쿨 수업도 약간의 호기심으로 참여하게 됐는데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랍니다.
인서트4: (김현민)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고 하니까 저한테도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비즈쿨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만드는 걸 좋아하고 또 틀에 잡힌 걸 안 좋아하고 뭔가 새로운 걸 만드는 걸 추구하는 성격이라서 되게 재미있었습니다. / (리포터) 지금 박람회 현장에서 현민 군이 만든 건 어떤 거 어떤 거예요? / (김현민) 그림 그린 거였는데 자석을 이용한 LED불이 (들어)오게 하는 그런 그림 만들고 또 피아노랑 첼로를 만들었습니다. / (리포터) 그런 걸 만들어가면서 느끼는 변화 같은 게 있어요? / (김현민) 성취감이라고 할까요? 처음이라서 뭘 만들지,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뭘 만들려면 그냥 선만 지어놓고 생각하던 것과 결과물이 좀 많이 달라지잖아요. 구체적으로 이렇게 도안 짜고 이렇게 해야 되는데 그렇게 저는 이때까지 그렇게까지는 않고 그냥 쭉쭉 만들었는데요. 실패도 많이 하고 해서… 그게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상품에 대한 디자인 도안작업부터 어떤 원리로 활용성 있게 만들 것인지를 생각하고 또 구상한 상품을 실물로 만드는 일까지… 완성품이 탄생하기까지 그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여러 번의 좌절과 실패를 맛본 후에야 성공하게 되고 그런 경험을 통해 짜릿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죠.
학생들의 이런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도교사, 이정현 씨는 이렇게 말하네요.
인서트5: (이정현) 성실한 친구들도 있지만 지금 사춘기인데다가 새로운 환경으로 왔고 때로는 새로운 환경에 온 것이 자기 의도로 온 것이 아니라 부모님들 때문에 왔고… 많은 친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의기소침해지고 그걸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초반엔) 좀 자포자기한 학생들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가르치다 보니까 아이들이 좀 나아지고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고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나도 접근할 수 있구나, 나한테는 또 예술적인 소질도 있네, 남들 못 하는 거였어… 이런 걸 깨닫는 친구들도 있고. 그러면서 참여도가 더 높아진 것 같아요. 아직은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지만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생각해요.
참여 학생은 모두 15명! 대부분 중국 태생의 탈북 청소년입니다. 그래서 비즈쿨 수업을 진행한 이정현 선생님은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업의 결실을 맺는 박람회 역시 아이들의 관점에서, 관람객들보다 학생들이 우선으로 이끌어 갑니다. 서툰 한국말이라도 학생들이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하고 관람객들에게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인서트6: (이정현) 박람회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라고 한다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너희들도 뭔가 할 수 있어. 너희들한테도 소질이 있어” “잘 들여다보면 너도 뭔가 멋진 거를 해서 남들이 와서 보고 칭찬하는 뭔가를 할 수 있어”. 그리고 정말 설명하고 싶을 거예요, 이 친구들은... 지금 오셨을 때도 제가 ‘학생들하고 시간을 보내주세요’,’ 학생들에게 말해주세요’,‘학생들의 말씀을 들어주세요’라고 부탁드렸던 게 한 사람이라도 와서 이 친구들한테 시간을 내주고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부탁드린 거에요. 이 과정을 통해서 이 친구들이 자신감을 얻어서 ‘나 못해도 할 수 있어. 못해도 괜찮아. 남한테 그렇게 큰 피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보고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는 걸 알아서 다음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으면 좋겠고요. 아무것도 몰라도 ‘새로운 일에 접근하는 게 힘든 일이 아니구나’, ‘그냥 하면 되는구나’ 하는 그런 자신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두 가지가 저의 목표예요. 이번 박람회는…
한국말이 서툰 중국 태생의 탈북 학생들에겐 비즈쿨 수업도, 박람회 자리도 쉽지 않습니다. 작품의 원리에 대해 유창하게 설명을 하고 싶어도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도망치지도 않습니다. 서툴지만 천천히 최선을 다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인서트7: (현장음) 어! 이거는 거리감지기 입니다. 그래서 거리에 따라 불… 나를 따라 오세요~
-Closing-
최고의 설명법! 만국의 공통어인 몸으로 이야기를 전합니다. 행동을 보이며 거리감지기가 작동되는 작품을 선보이는 18살 하성림 군의 모습에 유쾌한 웃음이 나오네요. 성림 군의 설명이 끝나면 잠시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습니다. 그 이야기, 그리고 디지털 과학박람회의 남은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