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으로 얻는 것, 과학 박람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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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남한 전역의 탈북민 대안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학업에 필요한 교육뿐 아니라 현장체험학습, 문화예술교육, 수학여행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다양한 소조를 만들어 음악활동이나 미술 활동 등 학생들의 성취감과 도전 의식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죠.

서울에 위치한 ‘남북사랑학교’에서는 학생들과 과학기술 창업 소조를 만들었는데요. 수업 시간을 통해 만들었던 성과물을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는 박람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없는 일요일에 열렸는데요. 그 박람회 현장,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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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현장음) 여기서 움직이는 거야? / 학교 종이 땡하자.. (피아노 소리..)

일요일 오전 시간인데도 시끌시끌한 이곳은 남북사랑학교 지하1층입니다. 사업 준비 소조 비즈쿨 소속의 학생들이 준비한 제1회 디지털 과학박람회 현장이죠. 남북사랑학교에서는 지난 4월부터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보는 기술형 소조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그동안 활동하며 만들었던 물건들이 이곳에 전시 중입니다. 종이 기타, 브로콜리 드럼, 발로 치는 피아노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는데요.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학생들이 만든 물건으로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소리가 나거나 빛이 나는 물건들이 많다 보니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네요.

인서트2: (현장음) 사랑아, 이것 봐~ 이게 뭐야.. 이리 와봐.. 아~ 개구리!! (웃음)

알고 보면 단순한 것 같아도 눈으로만 보면 쉽게 사용 용도를 알 수 없습니다. 설명을 들은 후 직접 만져보고 들어보고 작동 시켜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박람회 현장이 시끌시끌한 이유인데요. 아이처럼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에 박람회를 준비한 학생들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비즈쿨 소조 소속의 학생은 모두 15명.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제3국 출생자로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 자녀들입니다.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작품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짓까지 보태며 최선을 다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인서트3: (현장음) 어! 이거는 거리감지기입니다. 그래서 거리에 따라 불… 나를 따라오세요~

서툰 한국말에 온몸을 동원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18살 하성림 군은 남북사랑학교에 입학한 지 이제 5개월 째입니다.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기에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늦게 비즈쿨 소조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는데요. 성림 군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서트4: (리포터) 한국말도 서툰데, 수업하는 거 따라 하는 거 괜찮았어요? 어땠어요 수업은? / (하성림)

조금 어렵지만. 또 재미있어요. / (리포터) 여기서는 지금 어떤 작품 만들었어요? / (하성림) 숫자 게임. 선생님이 생각 말해줘서 우리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선생님이 같이 생각해 주고… 같이 만들었어요. / (리포터)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 (하성림) 한국말 그리고 대화. 선생님이 한국말도 할 수 있고 영어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한국말, 영어 다 못해요 (웃음)

한국말부터 중국어, 영어까지 다 동원해서 어렵게 소통을 하며,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낸 작품… 아직은 서툰 한국말로 “기분이 좋았다”라고 표현했지만 성림 군 표정에서 그 이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서트5: (하성림) 좋아. 그냥 기분이 좋아요. / (리포터) 박람회 함께 준비했던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 (하성림) 우리 친구들이랑 계속.. 같이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이거 어떻게 만들까 생각할 때 좋았어요.

중학교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17살 택수 군은 중국에서 지난해 한국에 왔습니다. 조선족 아빠와 탈북민 엄마를 둔 택수 군은 엄마의 권유로 한국에 왔다고 하는데요. 아직은 교육 환경이 낯설다고 합니다. 심심해서 소조 모임에 함께 했던 것뿐이라고 소극적으로 대답하던 택수 군이 인터뷰를 피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인서트6: (택수) 선생님이 도와주실.. 주시려고 했어요. / (리포터) 선생님이 도와달라고 그랬어요? 아니면 도와드리고 싶어서? / (택수)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리고 드럼도 만들었어요. 저는 절반만 만들고 나머지는 다 선생님이 만들었어요. (저는) 선생님 따라서 만들기만 했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택수 군은 연신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도 소조 활동을 도와준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은 꼭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비즈쿨 소조 모임의 친구들이 준비한 과학 박람회를 응원하고 돕기 위해 현장을 찾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올해 6월에 남북사랑학교에 입학했다는 예건 군입니다.

인서트7: (이예건) 저는 참여하고 게임 제작이나 그런 건 안 나는데요. 이쪽에 와가지고 오늘 박람회 할 때 손님들이 오는 거를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적인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으니까 그게 참 좋은 것 같고요. 나중에 목표를 잡아서 기업 창업이나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찾게끔 그렇게 해주는 것도 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에 한국에 입국한 이예건 군은 중국에서 왔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한국어가 유창합니다. 하지만 예건 군은 한류문화를 접하고 즐기면서 한국어가 익숙해졌을 뿐이지 아직은 부족하고 더 배워야 한다며 겸손해 합니다.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은 박람회 현장! 예건 군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꼭 알아주기를 바라는 점이 있다는데요.

인서트8: (이예건) 비록 처음이지만... 그런데 학생들이 서툰 상황에서도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그런 마음을 알아줬으면 되게 감사할 것 같습니다. / (리포터) 박람회를 준비한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예건) 너무나 수고 많았고 그리고 이렇게 멋진 박람회를 해 주신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각자 다른 그런 배경 환경이 거쳐서.. 북한에서 넘어오신 분들도 있고 또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기회가 돼가지고 온 친구들도 많은데요.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지만.. 근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열심히 하고 있는 그런 열정이 보이니까요. 너무나 멋진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입학을 목표로 공부 중인 예건 군은 공부에 대한 의욕과 미래에 대한 기대, 모두 100% 입니다.

인서트9: (이예건) 부담감보다 오히려 기대감이 더 큰 것 같아요. 나도 뭔가 사회를 위해서 아니면 나와 같은 배경이나 또 그렇게 거쳐온 사람들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 그런 것이 너무나 기대가 되고요. 저 만으로는 조금밖에 도움 될지도 잘 모르겠는데 조금만이라도 노력을 해서 뭔가 바꿔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Closing-

한국 문화와 교육까지 모두 낯설고 어렵기만 하지만 학생들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비즈쿨’ 창업 소조 활동을 하면서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쉽지 않았고 만든 물건을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경험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정현 지도교수의 말입니다.

인서트10: (이정현) 지금 눈에 보이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하다 보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표를 생각하고 가다 보면 그 목표에 꼭 이루어진다는 거..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 그런 걸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리가 있다는 거. 말을 못하고 무엇을 못하고… 이런 것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가 있다는 것. 그 자리에서 얼마든지 자기 영향을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박람회를 통해 비즈쿨 창업 소조 소속의 학생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리는 있다는 그 말! 학생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기를 바래봅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