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힘든 오늘을 살게 하는 힘 역시 내일이 있다는 사실이겠죠.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위해 선물 같은 시간을 마련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탈북민 대안학교 ‘한꿈학교’ 선생님들인데요.
코로나 비루스로 체험학습도 가을 원족도 나가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평범한 평일 오후 수업시간, 오랜만에 학교 밖으로 나간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얘기…
<여기는 서울>에서 세번에 나눠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인서트1: (박일동) 얘들아, 선생님이 너무 설레. 우리 같이 나가서 스트레스도 풀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면서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자. / (현장음) 자! 그럼 출발해 볼까요?
2020년 들어 처음 나가게 된 야외학습시간.
아이들만큼이나 선생님들도 기대하고 설렙니다.
코로나비루스로 한꺼번에 10명 이상 함께 하는 것은 아직은 조심스럽기에
각 반별로 소규모 모임을 갖는데요.
한글반은 학교 뒷동산으로 나가 보물찾기와 햄버거를 먹을 계획이고
중등반은 공원에서 산책하고 각 자 먹고 싶은 간식을 포장해서 야외에서 먹을 예정입니다.
김영미 교장 선생님은 이른 하교를 하는
한글반과 중등반 학생들을 배웅하느라 바쁜데요.
들떠있는 학생들을 보니 기분 좋으면서도 안전에 대한 염려를 떨칠 수 없습니다.
인서트2: (김영미) 밖에 나가서도 너무 좋아서 흥분하지 말고 지금까지 했던 대로 마스크 착용, 그 다음에 가까이에 있는 학생들과 너무 많은 대화하지 않기. 대화는 하되 약간 떨어져서 하기 등등. 평상시에 얘기했던 것들을 잘 지키면서 자연을 만끽하고 그렇게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 (현장음) 자! 이제 갑시다~ / 재미있게 놀아요. / 네. / 좋은 시간 되세요. / 교장선생님. 가보겠습니다~
반별 자치모임이기에 출발 시간이 제각각입니다.
고등반과 대입반은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데요.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고등반 교실로 들어가봤습니다.
인서트3: (현장음) 얘들아! A팀, B팀 앉아 있어봐. 이제 갈 거야.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게 도와주고. / (리포터) 선생님,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 네. 안녕하세요. 저는 한꿈 고등반 담임을 맡고 있는 권순란입니다. 저희 고등반 학생들은 중도입국자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문화를 체험시켜 주고 싶어서 시장이라는 공간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나가는 곳은 의정부 제일시장이고요. 그 공간에서 활동을 하게 될 겁니다. 공부와 놀이를 같이 준비한 자치활동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놀면서도 공부를 챙기는 선생님 덕분에 고등반 친구들은 다들 활동지 종이를 손에 쥐고 있는데요.
이름하여 ‘미션지’입니다.
뭔가를 해내야 하는 미션! 그러니까 임무가 적힌 종이인데요.
고등반 학생들이 시장에 가서 해야 할 임무는 뭘까요?
인서트 4: (권순란) 저희 미션은 A팀, B팀으로 나뉘어 지는데 미션1 같은 경우엔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을 찾아서 사진을 찍고. 두번째는 전통음식! 김치라든지 전통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서 사진을 올리고요. 세번째는 한글날을 기념해서 예쁜 상점 이름을 찾아서.... 이건 개인별로 찾아서 담임선생님께 카톡으로 보내는 그런 걸로 활동을 (준비)했어요. 마지막으로는 단체활동이기 때문에 협동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단체 사진찍기로 미션을 만들어봤습니다. / (리포터) 아이들에게는 오늘 수업에 대해 언제 알려주셨어요? / (권순란) 서프라이즈였기 때문에 오늘, 자치 활동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미션지 뽑기를 준비했고 지금 아이들이 신나게 준비하고 있고 나갈 준비가 다 된 상태입니다.
고등반 친구들은 미션지를 받아 들고 같은 팀끼리 이야기하느라 바쁜데요.
떠날 채비를 마친 학생들을 잠시 만나봤습니다.
인서트5: (김소연) 김소연이고 27살 입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 학교 입학했어요. 그래서 입학한지 1년 됐고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밖에 자주 못 나가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팀별로 나눠서 밖에서 활동하는게 너무 기쁩니다. 솔직히 온라인 수업을 할 때에는 이렇게 친구들이랑 모이지 못하고 그냥 하는데 수업을 학교 와서 듣는 게 이해가 더 잘 되고 더 빨리 배울 수 있고 좋아요. / (한지우) 안녕하세요. 저는 한지우입니다.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맛있는 먹고 이렇게 즐거운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그냥... 잘 놀면 되잖아요. (웃음)/ (선생님) A팀, B팀 이제 정리하고 의정부 경전철로 이동할 겁니다. / (현장음) 파이팅! B팀 파이팅~ / 볼펜이랑 다 챙겼지? / 네. 교장선생님, 저희 나갔다 올게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시장까지 가야하고
그곳에서 조별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등반도 서둘러 출발을 합니다.
다들 이렇게 학교를 벗어나는데
대입반 학생들은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 모여서 게임을 하네요.
인서트6: (현장음) 0.0.7.빵! 으악! 0. (웃음소리)
동그랗게 둘러 앉아 있는 대입반 친구들.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공칠빵’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요.
이 게임은 시작하는 사람이 숫자 ‘공’을 외치며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지목하고
지목받은 사람은 다음 글자를 외치며 다시 다른 사람을 지목하는 규칙으로 진행됩니다.
단, ‘빵’이라는 단어를 외치며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지목하는 경우엔
지목받은 사람 대신 그 양 옆의 사람들이 두 손으로 올리며 ‘으악’이라고 외쳐야 합니다.
지목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한꺼번에 ‘공공칠빵’을 다 외칠 수도 있기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죠.
단순해 보여도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바로 벌칙을 받게 됩니다.
인서트7: (현장음) 맞아야 돼. 인디안밥! (웃음소리)
책상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향해,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학생들이기에
동그랗게 둘러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앉는 것이 어색했다는데요.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간단한 게임으로도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게임은 한참 동안 계속됩니다.
이런 게임을 하는 동안 계속 벌칙에 당첨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요.
남한에선 그런 사람을 ‘구멍’이라 표현합니다.
대입반 교실에서도 유독 벌칙에 잘 걸리는 구멍이 있네요.
잠시 교실 밖에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인서트8: (리포터) 게임에서 자꾸 지는 것 같아 제가 구해드리는 거에요. 자기 소개 좀 해주세요. / 저는 한꿈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철현이라고 합니다. 한꿈학교에는 친구소개로 왔고 한꿈학교에 온 지는 반년 정도 됐어요. 코로나가 심각해서 저희는 나가지 않고 교실에서 게임하고 있어요. 박자도 잘 안 맞고 처음 해보는 거라 힘들어요.
북한에서 수건돌리기나 사람잡기 같은 게임은 해봤지만
공공칠빵 게임은 남한에서 처음 접해봤다는 철현 씨.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 벌칙에 자주 걸려도 이 시간이 즐겁습니다.
인서트9: (이철현) 공부만 하면 스트레스도 받고 그러는데 이렇게 모여서 놀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더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Closing-
철현 씨만큼이나 여러 번 벌칙에 걸렸던 이기준 씨도 그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인서트10: (이기준)저는 이기준인데요. 학교에서 저희들을 위해서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게 조직한 것 같아요. 저희들을 위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이번 시간을 통해서 좀 더 친구들이랑 친해질 수 있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많이 웃었어요.
또 오지 않을 오늘이기에 선생님도, 학생들도 모두가 행복하게 보냅니다.
이들처럼 오늘을 잘 견디고, 올 가을도 잘 넘기면… 그땐 선물 같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겠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