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코로나비루스가 참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12월이면 연말 모임이나 각종 행사들에 참석하느라 다들 바쁜 시간을 보냈는데요.
올해는 외출조차 마음대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비루스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700-800명대까지 증가했고
가족이나 지인 간의 전파가 20%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올 연말엔 가족 모임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방역 당국의 권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예정된 대로 최대한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일정이 있는데요.
바로 대학입학과 관련된 학사 일정입니다.
오늘 ‘여기는 서울’에서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대학입학을 준비 중인 탈북민 대안 학교와 탈북 학생들의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인서트1: (지난해 수험장 현장음) 붙어라! 붙어라 대학~ / 후배들아 고맙다! / 파이팅~
해마다 수능 시험장 앞에는 이렇게 가족들과 후배들이 이른 시간부터 함께 하며
수험생들을 배웅하고 응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비루스의 영향으로 수험생을 위한 열띤 응원과 격려하는 자리가 없었네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였습니다.
시험 일주일 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인서트2: (유은혜) 오늘부터 일주일 후인 12월 3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는 날입니다. 정부는 49만 명 수험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수능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힘 만으로는 49만 명이 응시하는 국내 최대 시험의 방역을 완벽하게 성공할 수 없습니다. 국민 모두가 도와주셔야만 수능 방역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에 교육부 장관으로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으로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모든 일상적인 친목 활동을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고, 당장 실천해 주셔야만 안전한 수능시험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오랜 시간 흘린 땀과 노력을 헛되게 만들지 않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을 비롯해 질병청, 소방청, 경찰청 등 정부 관련 부처는 물론
시민들까지 협조한 덕분에 예정대로 대학수학능력평가는 진행됐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남한에선 대학 입학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들이 있는데요.
북한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에겐 이 과정이 복잡하게만 느껴집니다.
또 남한에서 나고 자란 수험생들과 경쟁하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탈북민과 탈북민 자녀의 경우 ‘특별전형’으로 대학입학의 기회를 주는데
특별전형의 경우엔 보통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 지원하게 됩니다.
현재 탈북민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 대부분은 특별전형으로 이미 대학입학이 결정된 상태인데요.
의정부에 있는 탈북민 대안학교 한꿈학교도 마찬가집니다.
김영미 교장의 말입니다.
인서트3: (김영미) 영동대학교 경찰학과, 그 다음에 지금 아예 회사에 다니는 학생이 한 명 있는데 그 학생은 2년 동안 정규 회사에 있다가 한양사이버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했어요. 회사측에서 일을 잘해서 이론도 좀 배워라 해서 직장에 다니면서 (대학에) 다닐 예정. 그래서 이 학생까지 6명이 이번에 대학에 합격했어요.
한꿈학교 학생들 모두가 대학입학이 가능했던 것은 모두 특별전형 덕분입니다.
특별전형에 대해 김영미 교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서트4: (김영미) 저희가 검정고시를 봐서 학력을 취득하니까 검정고시 점수와 북한이탈주민 확인서 이 정도를 가지고 가요. 입학을 하는데 그 과에서 보통 많아야 3명, (보통) 1~2명 뽑는 과에 간 거예요. 들어가서는 수능을 보고 온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이 탈북민 친구들이 수능은 안 보지만 컴퓨터, 영어, 자기소개서나 독서록.. 이런 걸 다 준비해서 가요. 그래서 (대학에) 들어갈 때는 사람들이 들어가기 쉽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들어가서 수능 보고 온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저희는 그것을 위해 준비를 해야하죠. 특별전형도 학교마다 다 달라서 6월부터 공고가 나서 그때 원서를 넣는 학교도 있는데 원서 넣기가 11월에서 12월까지 가요. 시작은 6월부터 하는데 끝나는 시간은 지금? 지금도 진행 중이니까요.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학생은 초조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겠지만
대학 입학이 결정된 경우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한꿈학교에서 대입반 공부를 한 22살 강두진 씨입니다.
인서트5: (강두진) 저는 북쪽에서 고등학교를 다 졸업했고 전문학교까지 다 졸업해서 학력 인정을 다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정고시를 안 보고 그냥 대입준비를 하고 대학교에 가는 경우에요. 총신대학교 기독교 교육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자기소개서나 대학교 면접, 또 대학교에서 시험을 보잖아요. 그런 거 준비해서 합격했어요. 대학교 면접을 보려고 할 때 저의 담임선생님과 많은 선생님들이 엄청 많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그렇게 도와주던 선생님의 모습이 엄청 기억에 남습니다.
합격의 기쁨을 선생님과 함께 나누고 싶었지만 화상 통화로 대신합니다.
코로나비루스 유행으로 학교와 학원가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조치가 내려지면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인데요.
아직 발표가 안 된 대입 결과는 온라인상에서 혹은 전화로 전달되겠죠?
여기,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또 다른 학생이 있습니다.
탈북민 대안학교 여명학교에 재학 중인 김천문양인데요.
제가 만나본 탈북 학생 중에 유일하게 대학수학능력평가를 치룬 수험생입니다.
인서트6: (김천문) 저는 현재 18살에 고3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름은 김천문입니다. 저는 어머님께서 탈북자고 아버지가 중국 출생이라 제3국 출생으로 불립니다. 제3국 출생이다 보니 (특별) 전형이 없었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봤습니다. (한국에는) 2012년도에 왔어요. 당시 저의 나이는 10살이었고요. 한국 처음에 왔을 때는 대안학교와 일반 학교를 번갈아 가면서 다녔어요. 그래서 아침에는 일반 학교의 초등학교 3학년 교육과정을 거치고 오후에는 방과후 수업을 하듯이 대안학교 과정을 배웠어요. 저는 중국에 있을 때부터 가족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했기 때문에 언어 장벽의 문제는 없었지만 배우는 과정과 내용이 달랐기 때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힘들었어요.
천문 씨처럼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한국의 교육을 받아도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과정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탈북민과 탈북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학교에 진학하기도 하죠.
일반 학교에 다녔던 천문 씨가 탈북민 대안학교, 여명학교로 진학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천문 씨 같은 제3국 출생자들은 북한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과는 다르게
탈북민 특별 전형으로 대학을 지원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일종의 차별로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해합니다.
인서트7: (김천문) 나도 못 배운 건 마찬가지고 나도 뭘 모르는데, 나도 적응하기 힘든데 왜 나만 빼고 왜 그러는지.. 아무래도 저한테 놓인 상황이 대학교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대학교 전형에서 너무나 큰 혜택 차이가 있어서 억울하긴 했는데 그래도 여명학교를 다니면서 주위를 보다 보니까 이해도 되고 그럴 수 있겠다.. 탈북자 분들의 나이가 생각보다 꽤 되더라고요. 대학교라는 시스템을 주고 도와주는 제도인 것 같아서 저금 이해가 됐었던 것 같아요.
-Closing-
김천문 씨는 남한 학생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인서트8: (김천문) 저는 12월 3일에 있었던 수능시험을 봤고요. 국어, 수학, 사회탐구영역이랑 한국사, 그냥 기본과목들은 일반학생들과 똑 같은 과정을 거쳤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많이 어려웠어요. 결과는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각 수험생들이 최대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모두 6곳!
천문 씨 역시 6개의 대학을 선택하고 지원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못다한 김천문 양과 탈북 학생들의 대학진학 준비 이야기,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