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달, 12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네요.
항상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면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보단 후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속엔 분명 즐거운 일도 있었는데요.
‘여기는 서울’ 오늘은 한 해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본 사람들의 얘기를 정리하면서
2020년을 돌아보겠습니다.
인서트1: (현장음) 저희 앉아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와!! (박수 소리)
2020년 ‘여기는 서울’은
‘뜻밖의 이웃, 북에서 온 인싸 동무들’ 이라는 신선한 주제로 모인
남북 청년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됐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에겐 낯선 단어였을 ‘인싸’의 뜻! 기억나십니까?
행사를 주관했던 담당자 김예지 씨는 인싸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인서트2: 인싸는 남한에서 유행하는 말인데요. 인싸이더라는 영어단어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것인데요.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어딜 가나 인기 많은 요즘 세대 사람들, 신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북에서 오신 분 중에 굉장히 재미있고 본인의 꿈과 삶의 비전을 찾아가는 그런 분들을 소개하려고 해요. 오늘 그런 북한 신세대 두 분을 모시고 함께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비루스로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얼굴을 마주하고 가까이에 앉기도 쉽지 않았기에
‘북에서 온 인싸 동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더 그립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살피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서로의 눈이 마주치면 순간 어색해질 때도 있지만
그보다 더 친근하게 여겨지고 편안하게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 큽니다.
탈북청년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전할 수 있을 만큼 말이죠.
북쪽에 살면서 미처 몰랐던 다른 지역 이야기기도 그렇게 전해졌습니다.
북에서 온 인싸!
2010년 남한에 입국한 김노엘 씨와 2016년 남한에 온 리정렬 씨의 이야기
다시 한번 들어볼까요?
인서트3: (남한 참가자) 아까 얘기 나온 것 중에서 이동의 자유가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게 교통수단 같은 인프라의 문제에 가까운 건지 아니면 규제가 있어서 평양에 가는 게 어려운 건지 궁금해요. / (리정렬) 북한에서 여행의 자유가 다 금지된 건 아니에요. 금지된 장소가 몇 개가 있거든요. 평양이랑 국경지대, 라선경제특구단을 빼고 다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요. 그런데 금지된 구역의 경우 특히 평양 같은 경우는 증명서 같은 것을 따로 제출해서 담당보안원의 사인을 받고 어렵게 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국경 같은 경우엔 안 보내줘요. / (김노엘) 맞아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가는 게 어렵고 지역에서 조금씩 이동하는 건 괜찮은데 평양으로 들어가는 건 정말 어려워서 저희 동네에서는 제 친구 중에 딱 한 명만 평양을 가봤어요. 그 친구도 모든 가족이 평양에 다 살고 있어서 한번 갔다 왔던 거지, 그런 기회가 흔한 건 아니에요. 하나의 실례를 들자면 정말 전기가 잘 안 들어와요. 안 들어와서 온성에서부터 선봉까지 가는데 4시간이었어요. 전기가 제대로 들어올 때면 4시간인데 갈 때 5일 걸리고 올 때 5일 걸려서 10일을 길 위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 (리정렬) 항상 그렇지만은 않고 기차도 운이 좋으면 평성에서 함흥까지 8시간이면 갔었고 또 특별열차라고 있는데 국제 열차로 다니는 열차로 따로 있거든요. 평양에서 신의주로 출발했을 때 아침 10시에 가서 저녁 5시에 도착했거든요. 그래서 잘 달리는 기차는 엄청 빨리 다니는데 일반 열차에는, 보통 사람들이 다니는 일반 열차엔 전기를 일부러 안 줘요. / (김노엘) 우와~ 보통 사람은 아닌 사람.. (참가자들 웃음소리)
북한 안에서도 사정이 많이 다르고 잘 알지 못하는데
남북이 서로 다르고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자리였습니다.
이렇게 ‘여기는 서울’은 남북한 사람이 함께하는 자리를 많이 찾았는데요.
10여개 대학의 북한 인권 통일 동아리 연합체인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줄여서 ‘통대동연’에서 마련한 자리도 그중 한 곳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 북한 인권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청년들만의 방법으로 기발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간다는 것이 늘 새로웠는데요.
올해는 아자브 프로젝트와 일일 카페를 운영했습니다.
인서트4: 남북한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으면 좋겠다, 주민들 간의 거리감을 충분히 좁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탈북민분들이 살아온 생애들을 담아갈 수 있는 굿즈들을 제작해서 판매하고 또 그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 통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거거든요. 좀 더 친해져야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일일카페라는 컨셉을 통해서 얘기하고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두 사업 모두 소정의 수익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요.
아자브 프로젝트를 통해 생긴 수익금은 탈북 학생들이 공부하는 대안 학교에 기부했고
일일 카페에서 얻은 수익금은 남한에 혼자 와서 공부하거나
대학 학비는 국가에서 지원받지만 용돈을 벌어 써야 하는 탈북 대학생 친구들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금액의 크기보다 남북 학생들의 마음이 모인 후원금이기에 더 값지게 느껴지는데요.
서로가 ‘친구’이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네요.
활동에 참여한 통대동연의 구주은 씨와 김송현 씨입니다.
인서트5: (구주은) 같이 활동하는 북한 친구들도 저희를 응원해주고 같이 참여해줬던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고요. 원래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던 분들도 저희를 많이 후원해 주는 걸 보면서 되게 뿌듯했어요. / (김송현) 같이 함께 하는 시간을 우리가 만들어가고 그걸 주최한다는 기쁨이 저에겐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노력들이 수고로 느껴지지 않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행사이건 남북 학생들은 누가 어디 출신인지 알 수 없게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는데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한 청년에 비해 탈북 청년의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입니다.
탈북 청년 이준우 씨는 통대동연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탈북 청년들을 만나길 희망합니다.
인서트6: (이준우) 탈북민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이유가 어차피 우리(탈북민)가 온 곳은 한국이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할 텐데… 저도 활동을 통해서 만나긴 했지만 그 활동을 넘어서서 친한 친구가 됐고 같이 여행도 가고… 이런 작은 만남을 통해서 더 큰 친구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대학에서 학업도 중요하지만 저는 추천합니다.
청년들만 마음을 나눈 건 아닙니다.
남북 사람들이 모여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남북 생애 나눔 대화’에는
중년층부터 장년층, 노년층의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서로의 인생을 나눠보는 공식적인 ‘수다’의 장에서
수다 장인들의 솜씨는 돋보였습니다.
한국정착 16년 차 김미란 씨와 14년 차 백옥이 씨입니다.
인서트7: (김미란) 탈북자들끼리는 처음 만났어도 하나원 몇 기에요~ 이런 식으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트거든요. 한국분들의 경우엔 완전히 초면이기 때문에 처음엔 좀 그랬어요. 그런데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서로 알아가니까 되게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휴식 시간 없이 대화가 이어져 가는 걸 보니까 내가 이렇게 말이 많았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북한에서 있었던 얘기들도 하고 할 얘기가 은근히 많더라고요. / (백옥이)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고 이 프로그램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참가해서 프로그램이 좀 활성화돼서 우리 남북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losing-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이 친구가 되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요?
호의와 선의, 함께 보낸 시간, 서로 간의 이해, 그리고 믿음과 신뢰이겠죠.
<여기는 서울>에서 소개해드린 남북 사람들은 모두
호의와 선의를 갖고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우리는 마음을 나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남북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자리 그리고 그 현장의 소식은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