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졸업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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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2월, 이맘때면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식이 치뤄지는데요. 올해는 코로나 19, 즉 신형코로나비루스 유행으로 인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곳이 많습니다. 섭섭한 졸업생과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졸업식을 여는 경우에도 규모를 작게 축소해서 열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도 올해 졸업식은 작게 열었습니다.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를 쓰고 진행된 졸업식, 유난히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네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인서트1: (현장음) 혜영 선생님… 저… 마이크 볼륨 할 줄 아세요? ~

서울 오류동에 위치한 남북사랑학교. 평범한 6층짜리 건물 중 4층부터 6층까지가 학교입니다.

남북사랑학교는 어떤 학교일까요? 추유진 교감에게 들어봤습니다.

인서트2: (교감) 우리 남북사랑학교는 2016년도에 탈북민 학생 한 명으로 시작된 학교였습니다. 중국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저희 학교와 연계되어 있는 선교단체에서 학생들을 구출해서 남한으로 데려와서 왔어요.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잖아요. 그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우리 학교가 신앙 속에서 양육해서 좋은 길로 안내하고자 이런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학교가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지금 현재는 중도 입국 자녀까지 저희 학교에 재학 중에 있고 현재 저희 학생 재적인원수가 30여명에서 40명 가까이 (됩니다.) 졸업생이 이번에 빠져나가면 30여명 정도 되겠네요.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종교단체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의 종교 단체들은 정착 과정에 있어서도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남북사랑학교도 그 중 한 곳입니다.

오늘은 평소 교회로 이용되는 3층이 졸업식장으로 꾸며졌는데요. 교무실이 6층, 졸업생 대기실은 식당이 있는 4층이다보니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오르락 내리락 분주합니다. 졸업생들이 모여있는 4층이 가장 시끌시끌하네요. 2시부터 시작되는 졸업식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1시간 가량. 일찍 온 학생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인서트3: (강주형) 안녕하세요. 저는 강주형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남북사랑학교를 졸업하게 됐고요. 반갑습니다. / (리포터) 오늘 어떤 졸업식이에요? / (강주형) 저희 학교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졸업식은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요. 저는 북쪽에서 고등학교를 다 졸업했고 전문학교까지 다 졸업해서 학력 인정을 다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입 준비를 간단히 하고 그 과정에 공부를 하면서 대학교에 필요한 지식을 쌓다가 이번에 같이 졸업하게 됐습니다.

졸업생들의 나이도 다 다르고 재학 기간도 제각각 입니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3년 가량 학교를 다니면서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거죠.

올해 26살된 강주형 씨는 한국에 온 지 1년 1개월 됐는데요.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오자 마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북쪽에서 기본 교육을 다 마쳤기에 남들보다 빨리 대학 진학까지 가능했다는 강주형 씨. 이번 3월, 신학대학교에 입학하게 됐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서트4: (강주형) 저희 아빠, 엄마의 직업이 북한에서 제일 낮은 신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신분을 이어받아야 했어요. 회의감을 갖게 됐어요.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지만 제 출신성분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뭐를 하려고 해도 누나가 탈북을 했기 때문에 저는 발전할 수 없었어요. '아~ 이렇게는 못 살겠구나' 하는 걸 어릴 때부터 생각했어요. 그래서 탈북하게 됐는데 첫번째 탈북하면서 잡혔어요. 잡혀서 북한 교도소에서 6개월 동안 감방생활을 하다가 두번째 탈북을 하게 됩니다. 두번째 탈북에서 성공해서 이렇게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강주형 씨는 탈북 과정에서 선교사의 도움을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심이 생겼는데요. 잊지 못할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인서트5: (강주형) (한국으로) 오면서 선교사님을 많이 만났어요. 어쨌든 사람이 뭔가 위험에 부닥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있잖아요. 저는 한번 탈북하다가 잡혔기 때문에 이번에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기도를 하게 되더라고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분(선교사)이 가르쳐준 기도를 하게 됐었는데, 오는 과정에서 제가 기차 안에서 신분증을 검열 받게 됐거든요. 제가 탈북할 때 24살이었는데 54살 신분증인 거에요. 척 봐도 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계속 기도하고 나를 한국까지 무사히 가게 하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제가 (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경찰들이 보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거에요. 그때 제가 하나님을 경험하게 됐고 더 믿음이 성장했어요.

주형 씨는 졸업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아직 졸업을 한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이런 말을 남기네요.

인서트6: (강주형) 먼저 졸업을 하고 대학교에 가는 선배로서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남북사랑학교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고 또 선생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서트7: (현장음) 가운 입는다고 그냥 막 온 거 아니야? / 날씨가 더워 가지고.. / 송찬이 1번, 너 2번. / 모자 이상해. / 안 이상해. 괜찮아~

남한 고등 교육 과정의 졸업식에선 의례적으로 검정색 학사모를 쓰고 가운으로 된 학위복을 입는데요. 졸업식장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학생들은 처음 보는 모자와 겉옷이 낯설기만 합니다.

4층에 있는 교실 한 곳이 임시 탈의실이 됐고 학교에 도착한 학생 순서대로 학위복과 학사모를 건네 받습니다. 다들 말로는 이상하다고 하지만 입가에 미소가 가득이네요.

인서트8: (현장음) 주형아~ 그거 벗고 갈아입고 바로 이쪽으로 와. 시간이 없거든. / 핸드폰, 중요한 것만 챙기고 짐은 여기다 놔 얘들아. 그리고 이따가 졸업식 마치고~~

인터뷰 하던 주형 씨도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을 준비합니다. 졸업생들이 모두 모이고 선생님들은 더 바빠지네요. 오늘 졸업생은 모두 12명입니다.

인서트9: (추유진 교감) 지금 졸업하는 학생들 중에 10명이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2명 중의 한 명은 대학진학을 미루고 공무원 시험을 보고 싶다고 해요. 그래서 공무원시험 준비에 들어갔고 나머지 한 명은 본인이 원하는 길을 빨리 찾아서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저희들 바램은 종교단체이기 때문에 이 학생들이 신앙 안에서 성장을 하고 선교사나 목회 쪽으로 나가기를 원하지만 바램은 또 개인마다 다르잖아요. 그 중에 4명 정도가 신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고요. 다른 친구들은 안경공학과, 간호학과 등 다양한 분야로 입학하게 됐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다양한 분야로 진학을 하게 된 12명의 졸업생들. 이들을 응원하고 축하하기 위해 선생님들과 같은 학교 후배들 그리고 후원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인서트10-1: (현장음) 왔구나~~ 안녕하세요!!

이제 졸업생들이 졸업식장 가장 앞 줄에 마련된 자신들의 자리로 이동합니다.

졸업 가운과 모자를 쓰고 있는 강준형 씨도 보이네요.

인서트10-2: (강준형) 북한에선 졸업식 가운 없어요. 이런 옷은 걸쳐 못봐서 입으니까 왠지 이상해요. 분위기가… 졸업한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현장음) 우리 제3회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Closing-

처음 입어본 졸업식 가운과 모자…

탈북 졸업생들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이들의 특별한 졸업식 현장과 졸업생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도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