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코로나 19, 신형코로나비루스의 기세가 꺾이지 않네요. 남한은 3월이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달인데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모두 연기됐습니다.
그나마 지난 2월 졸업식을 축소해서라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 참.. 다행이었구나 싶네요. 비록 졸업식은 소박하게 치뤄 졌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응원과 격려는 차고 넘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의 졸업식 현장, 전해드립니다.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과 새로운 곳에서의 출발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졸업생들을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봤습니다.
인서트1-1: (현장음) 다음으로는 남북사랑학교 심양섭 교장 선생님의 인사 말씀이 있겠습니다~
졸업식장 제일 앞 줄에 자리잡은 졸업생들이 모두 한 사람을 바라봅니다. 난생 처음 입어본다는 검정색 졸업 가운과 학사모로 들떠있던 학생들은 이제야 졸업을 실감하는 것 같네요.
인서트1-2: (현장음)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바쁘신 가운데 저희 남북사랑학교 졸업식과 학교 이전을 축하해주기 위해 먼 길을 왕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졸업생들의 면면과 진로를 보면서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아주 유명한 대학의 이름은 없지만 취업 전망이 높은 공학 계열과 보건의료 계열로 많이 진학했음을 아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취업한 졸업생들도 있습니다. 탈북청소년과 탈북민 자녀들이 이 땅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가장 효율적으로 돕고 뒷받침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졸업식 식순에 따라 참석한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지는데요. 엄숙하고 진지한 축사도 있지만 웃음을 준 축사도 있습니다.
인서트2: (현장음) 합격자를 너무나 많이 배출하고 있어요. 이런 학교는 처음 봤습니다. 학생이 이렇게 조금인데 이렇게 많은 대학을 가는 학교가 대한민국에 있을까~
남북사랑학교의 재학생은 모두 43명. 이 중 12명이 졸업을 하는데요. 10명은 대학진학을 했고 2명은 취업을 했습니다. 선배들을 바라보는 후배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30여명의 재학생을 대표해 송사를 하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인서트3: (재학생 대표) 남북사랑학교 제3기 졸업생 선배님들, 축하합니다! / 감사합니다. (박수소리) / 졸업생 선배님들, 여러 어려운 많은 상황 가운데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영광스럽게 남북사랑학교 졸업생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들의 모습은 저의 후배들에게도 산 모범이 되어주셨습니다. 저희도 졸업하시는 선배님의 모습을 본받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앞날을 꿈꾸며 모범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졸업생 선배님들 모두가 성공한 삶이 되어 오늘의 기쁜 날을 맞이하기까지 바쳐진 애타는 노력의 열매가 사회의 모든 곳곳에서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후배들의 송사가 있었으면 선배들의 답사가 있어야겠죠? 12명의 졸업생 중 대표로 강주형 군이 연단 앞으로 나옵니다. 졸업식 시작 전에 만났던 주형 군은 여유가 넘쳤는데요. 지금은 조금 긴장된 모습이네요. 어색해서인지 학사모도 쓰지 않고 손에 쥐고 있다가 등장하는 주형 군입니다.
인서트4-1: (현장음) 모자를 쓰고 나와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학사모를 쓰는 주형 군. 편안한 모습으로 답사를 시작합니다.
인서트4-2: (현장음) 안녕하세요. 이번에 남북사랑학교를 졸업하게 된 강주형입니다. 제 고향은 양강도 혜산시이며 2018년 4월 15일 북한을 탈북하여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답사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선생님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마무리합니다.
인서트4-3: (강주형)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성을 내시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배우게 됐습니다. 대입 준비를 하면서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대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글을 써 본 경험도 부족했고 모든 과정이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대입반 담임선생님이신 황인애 선생님은 밤잠도 안 주무시고 우리 대입반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완성해 주셨고 대학교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셨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졸업생 모두 자기가 지망한 대학교에 모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황인애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박수소리)
강주형 군이 사회자를 바라보며 인사를 합니다. 이날 졸업식 사회를 보는 사람이 바로 황인애 선생님이기 때문인데요. 황 선생님과는 졸업식 행사 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정들었던 제자들을 떠나 보내는 마음은 어떤지 물었더니 이런 답을 해줬습니다..
인서트5: (황인애) 자기의 역량 이상의 노력을 통해 고군분투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이나 취업에 대한 부분까지 학생들이 준비하면서 졸업까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정말 담당교사로써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하고요. 열 손가락…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는 표현이 있듯이 정말 한 명, 한 명의 학생들이 대학생활과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급해 하지 말고 마라톤 경주하듯이 자기 페이스 잘 유지하면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졸업식에서 송사와 답사는 재학생과 졸업생 대표, 각각 한 명씩 하는데요. 남북사랑학교에서는 조금 특별하게 세 명이 하네요. 두번째 답사자는 2016년에 한국 땅을 밟은 23살 문해룡 군입니다. 졸업생 대부분이 1년 만에 졸업하지만 해룡 군은 2년만에 졸업을 하게 됐습니다.
인서트6: (문해룡) 대학입시 준비를 하려고 보니까 대학가는 것도 어렵고 전공도 그렇고.. 많이 어렵더라고요. 너무 많은 선생님들 도움으로 그 어려움을 하나하나 다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길 잃은 양처럼 그렇게 방황하는 저를 대학이라는 길로 인도해주신 우리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참 이런 선생님들이 있다는 게..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이제 선생님들이 제가 갈 길을 다 닦아 주셨고 저는 그 길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가는 길에, 옆으로 세지 않게.. 또 가던 길을 되돌아오지 않게 그 길을 꿋꿋이 가면서 남북사랑학교 후배들에게도 떳떳한 선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사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졸업생들. 감사함과 고마움에 눈물을 보였을까요? 학생들은 오히려 울기보다는 더 많이 웃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이 더 많기에 또 지나온 날들이 헛되지 않았기에 오늘이 기쁩니다.
졸업식 내내 가장 활짝 웃고 있던 문해룡 군을 졸업식이 끝난 후 만나봤습니다.
인서트7: (리포터) 졸업식 축하드립니다. / (문해룡) 감사합니다. / (리포터) 가장 활짝 웃고 있던데… / (문해룡) 네. 오늘은 너무너무 즐겁네요. 제가 공부를 아예 못해서 한국에 와서 검정고시로 초졸, 중졸, 고졸을 마쳤기 때문에 졸업식은 이게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뭐라고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요. 너무너무 좋습니다. 일단 오늘은 기쁜 날로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Closing-
북한과 남한의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모두 합해서 오늘이 첫 졸업식이라는 해룡 군 . 기쁘지 않을리 없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고 써 본 졸업 가운과 학사모까지. 어색하지만 으쓱해진다는 해룡 군은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남북사랑학교의 졸업식, 그 마지막 이야기! 다음 시간에도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