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브라보 마이 라이프] 생각을 공유하는 통일청춘 연합캠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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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력으로 설을 지낸다고 하는데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음력 설을 한 해를 시작하는 가장 큰 명절로 꼽습니다. 올해는 2월 1일이 음력으로 1월 1일이네요. 명절을 맞아 각종 행사와 모임이 있어야 하지만 코로나 변이 비루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특별한 가족애가 쌓이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더 커지기도 하는데요. 시민단체나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모임도 마찬가집니다.

사회통합과 탈북청년 활동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비욘드더바운더리’에서는 오랫동안 모임을 갖지 못한 청년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찾아가 봤습니다. 지난 1월 19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통일청춘 연합캠프!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캠프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게 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현장음)저는 아무도 몰라요. / 저는 안면만 있어서… / 그때 워크샵 때 한번 뵙는데.. / 명찰 보여주시면 안 돼요? 안녕하세요. 저는 뉴발란스 소속의 김재희이고요. 24살이고 학교는 동국대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박수) / 저는 키메이커고 국민대학교 동아리~

탈북 대학생들이 모인 5개의 소조와 통일, 북한인권 활동을 하는 남한 대학생들의 소조 5개 팀 그리고 개별로 신청한 청년들까지 남한 청년 20명, 탈북 청년 20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비슷한 성격의 소조 활동을 하고 있기에 낯이 익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는데요. 그래서 이 자리가 더 반갑습니다. 한국에 온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된다는 임충혁 씨의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임충혁)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학을 전공하고 있고 고려대학교 북한인권학회인 리베르타스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춘혁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최근 2년 동안 통일 동아리와 북한 관련된 동아리들 간의 교류가 없었어요. 저도 작년 8월부터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회장단을 본 게 19년도거든요. 단체들마다 회장단이 해마다 한 번씩 바뀌게 되는데 지금은 다른 통일 동아리 회장단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그런 동아리들이랑 교류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측면을 좀 기대하고 있습니다.

충혁 씨는 최대한 많은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답니다. 특히 자신과 같은 고향에서 온 탈북 청년들을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는데요. 부모님과 함께 15살에 한국에 입국했을 때부터 대학 입학 전까지 5년 간의 일을 이렇게 전합니다.

(임충혁)사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생각보다 좀 늦게 겪었어요. 제가 한국에 와서 일반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부모님께서 저한테 하셨던 말씀이 북한 사람들 모이면 최대한 가지 말고 최대한 한국 사람들만 있는데 가서 한국 사람처럼 동화돼라, 한국 사람처럼 살아라 였어요. 그래서 오자마자 북한 사투리도 안 쓰고 바로 충청도 애들이랑 놀면서 충청도 사투리 쓰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나는 북한 사람이 생각을 안 하고 그냥 한국 사람이지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어떤 모임을 갈 때마다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더라고요. 탈북 학생 누구누구… 탈북 학생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고민을 고3 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다른 학생들이랑 전형이 좀 다르니까요, 그런 시간을 지나며 내가 좀 다른 아이들이랑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한국 정부에서는 탈북민과 그 자녀들에게 남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는데요. 대학 입시전형도 그중 하나입니다. 특별전형이라고 해서 대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탈북 학생들에게 배정하는 거죠. 임충혁 씨 역시 탈북민 특별전형으로 고려대학교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신체적 변화와 함께 감정적인 성장통까지 겪는 사춘기를 9살에서 16살 사이에 겪는다고 하는데요. 간혹 성인이 된 이후에 뒤늦게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충혁 씨가 그랬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으며 대학에 진학을 했으니까요. 남들보다 한참 늦은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대학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염려됐는데요. 충혁 씨는 외부활동을 통해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임충혁)대학에 입학한 이후에 통일부 대학생 기자로 활동을 했었는데 그 활동을 하면서 북한이탈 주민 관련 세미나도 가고 하면서 저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됐어요. 북한에서의 정체성을 숨기고 한국의 정체성으로 동화되려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나의 정체성을 밝히고 좀 떳떳하게 사는 게 낫겠다 싶어서 최근 들어서는 북한에서 온 걸 떳떳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충혁 씨는 학교 내에서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재학생들이 함께 하는 소조 모임 리베르타스를 통해 북한 인권을 알리고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부회장이라는 자리를 맡았을 정도로 누구보다 적극적입니다.

(임충혁)내가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이 활동을 하는 이유는 제가 역사를 공부한다고 했잖아요. 제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민감한 부분이 될 수도 있는데 북한 사회에서 북한 정부에 의해 희생되는 북한 주민들이 많다고 생각을 해요. 수용소라든가 정치범 수용소라든가 이런 데서 희생된 분들이 많은데 통일되었을 때 그분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번째는 북한에서 와서 탈북학생으로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북한과 관련된 이슈를 대학생 시기에 마저 외면하고 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대학생 때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한 번쯤 해보자, 이런 생각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에만 전념했다면 대학교 재학 중에는 북한에 대해, 통일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청년들! 그런 청년은 충혁 씨뿐이 아닙니다. 남한 청년들 중에도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신세현)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통일외교안보 전공 재학 중인 심재현입니다. 관심 있는 주제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에 캠프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탈북민분들의 강연은 들어봤어도 이렇게 사적인 대화를 나눠보는 거는 처음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동아리들끼리 모여서 정적인 토론, 토의 이런 걸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나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캠프 첫날,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두 가지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첫번째는 ‘통일은 필요한가’, 두 번째는 ‘통일 운동과 북한 인권 운동의 역사’인데요. 전문가들은 이 두 가지 주제로 자료를 뒷받침한 객관적인 내용을 전해줄 뿐 입니다.

(현장음)자, 이건 북한에 대한 관심에 대한 기사인데요. 국민들이 무관심하다, 특히 청소년! 10대들이 특히 무관심하다는 식으로 기사가 많이 나왔어요. 과연 그럴까요?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런 말을 하는 걸까요~

자신들에게 던져진 통일과 북한에 대한 물음표를 청년들은 어떻게 풀어갈까요? 다들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는데요. 혼자서 하는 게 아닙니다. 조별 소모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데요.

(현장음)왜냐하면 사회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애를 안 낳는 것을 비롯해서 취업도 쉽지 않고 자기 일이 안 풀리니까 통일은 더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맞아요~~

통일에 대한 생각, 북한에 대한 생각 등 근본적인 이야기부터 함께 합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점점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는데요. 남한 청년 심재현 양입니다.

(심재현)생각해보면 저도 통일에 대한 의식이 분기마다 변하고 있어요. 강연 들으면서 통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청년들도 우리가 가야 하는 통일의 방향성, 그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토론 시간이 많아서 제 생각을 얘기해야 할 시간도 많을 것 같은데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고 또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그 안에서 정답에 가까운 것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Closing-

2박 3일을 함께하며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청년들의 생각은 캠프 마지막 날, 발표 시간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남북청 년들이 함께 찾은 그들만의 답은 무엇일까요? 물음표에서 느낌표를 찾아가는 통일청춘 연합캠프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도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