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한국에서는…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가을 음악축제들이 시작됩니다. 가을은 노래 한 소절에도 마음이 일렁거리게 하니까요.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중순, 남북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작은 공연장에서 열린 음악회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다녀왔습니다.
인서트1: (현장음) 안녕하세요. / 오셨어요. / 싸인 좀 부탁드릴게요. / 36.1도구요~ / 아~ 예약이 다 되어 있구나…
남북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음악회에는 사전 예약을 한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코로나비루스 감염 확산 방지 차원으로 공연장에 입장하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초대 인원은 딱 50명! 모두가 공연장 입구에서 명단 확인과 체온 검사를 해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기본적인 확인을 하고 공연장 주변을 둘러봤는데요. 무대와 객석이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공연장이 크지 않습니다. 객석의 제일 앞자리와 무대는 불과 1m 정도 될까요?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에도 손색없을 만큼 가까운 거리입니다.
무대 위에는 연주에 필요한 피아노와 기타, 의자 등이 준비돼 있는데요. 이번 공연에서 전체적인 기획과 진행을 맡은 조미영 씨에게 이번 공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서트2: (조미영) 원래는 남북하나재단에서 개인들 공연 공모를 받아서 기획서가 통과하면 지원을 해준다는 기회가 있어서 개인 이름으로 지원을 했어요. 취지가 좋다 보니까 한 두 명이 함께 하자, 함께 하자 이렇게 하다 보니까 규모가 점점 커져서 노래하시는 분들도 참여를 해주셨어요. 저희가 기타랑 딱 어울리는 계절에 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목도 '10월이 어느 멋진 날에'라고 했어요. 기타에 대한 추억이 북한 사람들도 많은데 남한 사람들도 기타에 대한 그런 추억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그런 얘기 같이하며 음악 연주하면 좋겠다 싶어서 공연을 올리게 된 거죠.
이날 공연은 두 명의 탈북민과 한국의 재즈 밴드가 함께 연주했는데요. 공연은 사회를 맡은 조미영 씨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인서트3: (현장음)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박수소리) 저희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 공연을 찾아주신 여러분, 가을의 낭만을 아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편안하게 즐기시는 그런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공연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도 공연 함께 즐겨볼까요? 잠시 들어보시죠.
인서트4: (현장음) 연주곡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ㅍ 오늘 공연은 연주 중간중간 이야기를 나눠보는 토크 콘서트인데요. 연주자들의 사연도 궁금합니다.
인서트5: (현장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평양 예술 대학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고 혁명적 예술인 활동을 하다가 대한민국에 오게 된 이진아라고 합니다. / 안녕하세요. 유은지라고 합니다. 이분은 토대가 좋아서 평양에서 좋은 대학교를 나오신 분이고 저는 할아버지 고향이 남한이라는 이유로 출세길이 막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 북한에서는 미래가 없구나' 이러고 이제 여기로 튀었거든요.(웃음) 그래서 여기서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면서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에 재학 중에 있습니다. / 이렇게 귀한 공연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저기 끝에 계신 분은 베이스 김인영 씨입니다. 그리고 드러머 김영준 씨입니다. 저는 피아노에 이미영이라고 합니다. 오늘 좋은 공연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한에서 공연 경험이 많은 이진아 씨는 공연장의 규모에부터 놀랐답니다. 기대보다 너무 작아서라네요. 하지만 무대와 객석의 거리만큼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마음이 가까워질 수 있는 소규모 공연도 매력이 있습니다.
인서트6: (현장음- 이진아) 북한에서 예술단 무대는 되게 커요. 객석과의 거리가 거의 20- 30m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나왔는지 몰라요. 다 똑같이 이제 화장을 도랑 화장을 아주 눈을 이만하게 그리고 나오기 때문에요. 오늘 내가 딱 무대 보는 순간에 여기는 가족 같이 이렇게 앉아서 오붓하게 하니까 가까운 거리만큼 감정 전달이 서로 잘 돼서 공연이 좀 잘되지 않을까 이런 기대도 되고요. 이 도랑 화장했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이 앞에 앉아 계시는 분들이 그냥 부담스러워서 그래서 일반 메이크업으로 지금 하고 나왔습니다. / (조미영) 도랑 화장이. 뭔지도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시커먼 걸로 눈보다 눈 크기 하나를 더 그린다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 (유은지) 오늘 공연장 저도 처음 와본 거거든요. 생각보다 아담해서 땀구멍까지 다 보일 정도예요. 그래서 굉장히 부담이 안 되네요. 너무 좋습니다. (웃음)
외국곡과 한국 노래가 어우러진 가운데 중간중간 북한의 얘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남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이지만 연주자들에게는 추억입니다.
인서트7: (현장음- 이진아) 악기가 클래식 악기이다 보니까 서양악기잖아요? 그래서 외국곡을 취급을 어쩔 수 없이 하긴 하는데 외국 것만 할 수 없으니까 조선곡도 하나씩 해야 한다 그래서.. 시험 볼 때는 외국곡 하나에 조선곡 하나씩 이렇게 시험을 보는 거예요. 그런데 조선곡 중에서는 전시 가요나 혁명적인 가사로 된 노래들을 편곡합니다. 대학 때 했었던 '결전의 길로'라는 곡을 잠깐만… + 연주
-Closing-
기타 선율과 함께 공연장엔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기타가 가장 대중적인 악기라고 하죠? 남한도 코로나비루스 이후엔 모여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를 일이 줄었는데… 북한도 비슷하겠죠? 이날 공연에는 남한 노래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남한에서 하는 공연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날 연주된 노래들은 다 사연이 있습니다. 연주자들이 북한에서 몰래 숨어서 또는 남한 노래인 줄도 모르고 열심히 불렀던 추억의 노래들인데요… 다음 시간에 함께 들어보시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