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브라보 마이 라이프] 청년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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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엄마! 드디어 내가 꿈을 찾았어!’라고 말이죠.

매년 학교에서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늘 아직은 꿈이 없다고 말하던 아이였기에 내심 궁금했습니다. 뭐냐고 물었더니, 딸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난 돈 많은 백수가 될 거야!’

어이없어하는 저를 보고 딸아이는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어떤 꿈이든 꿈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 목표가 생겼으니까…’라고요. 이 말을 듣고는 틀렸다 할 순 없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됐어도 스스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자신의 꿈이 뭔지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청년들은 다행히 일찍부터 잘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여기는 서울>에서는 비슷한 꿈을 갖고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가는 남북 청년들을 소개합니다.

(현장음) 다시 할게요. 짝! / 네, 안녕하세요. 저희는 유발란스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수소리+웃음소리) 인트로 괜찮아요? 그냥 그렇게 가요~

조용한 듯하면서도 시끄럽고, 어색한 듯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가는 이곳은 청년들이 모여 영상을 찍는 현장입니다. 서툰 진행으로 웃음이 터지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보자는 청년들! 이들은 남북청년들로 구성된 소조, ’유발란스’의 구성원들인데요. 소조 이름에 자신들이 지향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신민지 양이 소개합니다.

(신민지)유발란스는 청년들이 밸런스 있는 시각을 가지고 통일과 북한을 바라보는 것을 지향하는 동아리입니다. 유발란스는 청년인 Youth와 균형을 뜻하는 밸런스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즉 청년들의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서 사회 통합을 이루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유발란스는 북한인권시민단체 비욘드더바운더리에서 활동하는 청년 모임으로 통일과 북한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갖고자 하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모임인데요. 최근 유튜브 채널을 열고 동영상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정하민 씨입니다.

(정하민) 유튜브를 하게 된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기에 장벽이 없잖아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북한에 대한 그리고 북한을 알아가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게 우리가 남북 사회 통합을 이루는 첫 번째 단계이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희 20~3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벼운 주제들 또 북한의 문화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그런 문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수많은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됩니다. 유튜브에 하루 올라오는 동영상의 양은 1분에 400시간, 1시간에 2만4천 시간 시청 가능한 동영상이라는데 상상이 가십니까? 이 수많은 영상 속에서 굳이 북한에 대한 영상을 제작하는 이유가 있답니다. 추승현 씨, 그리고 정하민 씨의 말입니다.

(추승현)남한과 북한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는 사회에서 저희가 조금씩 알려줄 수 있고 쉽게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라고 얘기를 하다 보니까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주제들을 선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정하민) 사실 북한도 마찬가지로 거기 나름의 문화가 있을 거고 우리도 우리 나름의 20~30대의 문화가 있고 40대의 문화가 있는 것처럼 그 사람들의 문화가 있을 거라고 저희는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거운 주제로 다가가기보다 가볍고 접근하기 좋은 정보들을 알려주면 어떨까 하는 취지에서 문화적인 요소들을 많이 담아서 하고 있습니다.

무겁고 진지한 얘기보다는 또래의 남북 청년들이 만나면 나눌 수 있는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다룹니다. 무엇보다도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하는데요. 그래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겠죠?

(정하민 )저희에게 북한은 약간 외국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외국 문화를 접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가 막상 촬영하다 보니 너무 공통점인 게 많고 너무 똑같은 게 많은 거예요. 한민족처럼 그래서 그런 부분을 알아가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 (추승현) 주제들이 되게 저희 또래분들이 되게 관심을 갖기 쉬운 주제들이 많아요. 연애 얘기도 그렇고요. 보통 북한이라고 검색을 했을 때 무거운 주제들이 가장 먼저 뜨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덜 두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 저희와 같은 또래들이 어렵지 않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 있어서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난해 8월, 첫 영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편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서툴지만 모두 소조 구성원인 학생들이 출연하고 촬영하고 편집까지 맡고 있는데요. 얼마 전 5번째 영상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주제는 ‘남북의 음식’입니다.

( 현장음 ) 음~ 암… 맛있어요! 담백하게 맛있어요. / 하민이가 이거 다대기를 안 넣고 그냥 먹으면 담백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하민 씨가 북한에 어떻게 딱 떨어져서 장마당에서 이거 두부밥을 먹는데 그냥 양념을 바르지 않고 그냥 입에다 넣는다면 바로 잡혀가요. / 그래요? / 네, 두부밥인데 양념 없이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 아~ 북한에서는 거의 정형화돼 있는 거네요. / 그렇죠. 하나의 세트~ 치킨의 콜라, 약간 짜장면의 탕수육? 오케이! 여기까지 넘어가시죠~.

이번 음식 이야기 편 촬영에는 탈북 대학생 한설송 씨가 참여했습니다. 설송 씨는 올해로 한국에 정착한지 8년 차입니다. 이렇게 대외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누구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라는데요. 처음엔 쉽지 않았답니다. 스스로가 만든 선입견 때문이었다는데요. 한설송 씨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한설송)처음 왔을 때 '나는 북한 사람인데.. 여기 잘 녹아들지 못한 상황인데..' 이러면서 제 선입견 때문에 저를 아프게 했고 주변 사람들한테 다가가지 못해서 더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다 같은 청년들이잖아요. 우리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공통된 것도 많고 이렇게 대화 코드도 맞고 하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선입견을 버리면 편해집니다.

북한에 대해 그리고 탈북민에 대해 요즘 청년들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설송 씨는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선입견이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선입견 없는 관심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설송 씨의 이야기, 좀 더 들어봤습니다.

(한설송)저는 고향이잖아요. 고향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향수라든가, 고향을 위해서 뭔가 해야 된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그런 의지.. 이런 것들이 있는데 우리 친구들은 여기서 태어났지만 우리 고향에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노력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우리 친구들이 가벼운 주제들도 많이 이렇게 던져줌으로써 북한을 이원화시켜서 볼 수 있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저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옆에서 응원도 하고 열심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설송 씨가 함께 하는 북한 이야기는 두부밥을 먹으며 시작됩니다. 자연스럽게 청춘들의 관심사인 연애 이야기로 연결되는데요. 두부밥은 데이트할 때 피해야 할 음식이라고요? 한입에 베어 물기에 크기도 하고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양념이 이 사이에 낄 수도 있으니까요. 다시 이야기는 연인들이 데이트하면서 피하는 남한 음식 얘기로 자연스럽게 옮아갔다가 설날, 추석 등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을 비교해봅니다.

(현장음) 북한에서도 기념일에 먹는 음식 같은 거 있나요? 예를 들면 저희는 생일이면 미역국을 먹는다.. 라는 게 있어요. / 맞아요. 맞아요. 저도 대한민국에 와서 생일날 되니까 먼저 정착한 우리 북한 친구들이 집에 와서 미역국을 꾸려주더라고요. 뭐냐 그러니까 '생일날에는 미역국 먹는 거 모르냐' 하더라고요.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정착하려면 멀었네' 하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소리지 했거든요. 제가 살고 있던 북한, 윗동네에서는 생일날에 미역국을 안 먹습니다. 먹는 집도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생일에 꼭 먹어야 되는 건 뭘까요? /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Closing-

이렇게 북한에서 생일이면 먹는다는 국수 이야기는 또 자연스럽게 냉면으로 이어집니다. 두부밥을 시작으로 이어지고 이어진 이야기는 남북 사람들 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로 마무리되네요. 접근하기 쉬운 주제로 남북한의 문화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라는 청년들! 그 꿈은 바로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