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두려움 하나, 설렘 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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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남한은 학생들의 겨울 방학 기간입니다. 여름보다는 긴 겨울 방학. 학생들은 운동을 새로 배우기도 하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지역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요. 3월부터 시작하는 새 학년을 미리 준비하는 모범생들도 있습니다. 영어나 수학 같은 주요 교과목을 방학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해보는 거죠. 영어 캠프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냥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노래와 춤 등 예술 활동부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 선생님들과 토론까지… 영어로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프로그램인데요. 탈북 청년들을 위한 영어 캠프도 열렸습니다.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다녀왔습니다.

(현장음) What is your favorite season? 이라는 말을 배울 거예요.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뭐니? 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 중국말

한국어, 영어, 중국어까지 3개 국어가 섞여 들리는 이곳!

서울 오류동에 위치한 남북사랑학교의 교실입니다. 설립 초반엔 학생들 대부분이 북한 출신이었지만 점차 중국 출신이 늘어서 이제는 중국말로도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추유진 교감 선생님께 학교 소개를 잠시 들어볼까요.

(추유진)우리 남북사랑학교는 2016년도에 탈북민 학생 한 명으로 시작된 학교였습니다.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잖아요. 도움을 주고자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중도 입국 자녀까지 저희 학교에 재학 중이고 재적인원수가 40명 가까이 됩니다.

대안학교인 남북사랑학교에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의 자녀들은 물론이고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데려온 자녀들 그리고 중국에서 낳은 자녀들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 출신의 학생들 중 상당수는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한국어 공부부터 시작하고요. 중국어가 가능한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남한의 정규 교육과정 공부도 함께 하게 됩니다. 또 대안학교인 만큼 북한에서 소학교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과정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까지 검정고시를 통해 학생들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돕는데요.

검정고시는 정규 학교를 졸업한 것과 동일한 자격을 얻는 시험이기 때문에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은 전 과정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영어와 한국사까지 필수 과목에 포함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과목이 적지 않습니다.

남한과 북한 또 남한과 중국의 교육환경과 교육내용이 다른 만큼 다양한 출신의 탈북자녀들이 학업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요.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그리고 개인의 노력이 있어야만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교과 공부만으로도 벅찬 이들에게, 이번 방학엔 영어캠프가 열렸네요. 심양섭 교장의 말입니다.

(심양섭)영어를 그냥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말하고 들을 줄 알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영어 말하기와 듣기에 굉장히 약합니다. 왜냐하면 검정고시 영어 공부를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도록 또 미국 사람, 캐나다 사람 등 영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인사하는 것들을 겁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캠프를 마련했어요. 우리 남북사랑학교에 재학하는 모든 학생들… 7살부터 37살까지, 약 20명이 2주일 동안 영어 캠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시작한 영어 캠프는 새해 1월 5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제가 들어가 본 교실엔 중고등학생 7명이 수업 중이었는데요, 그들 중 절반 이상이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더 익숙합니다. 한국말 배우기도 벅찬데 영어까지… 학생들은 잘 따라올까요?

(심양섭)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막상 해보니까 중국 출신 탈북민 자녀들이 영어를 잘해요. 우리 한국어는 동사가 나오고 목적어가 나오는데 중국어는 주어, 동사, 목적어 이렇게 어순이 영어와 같습니다. 우려와 달리 중국 출신 탈북민 자녀들이 영어를 잘하고 이번 캠프에도 아주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온 우리 학생들의 경우엔 영어가 제일 큰 소망입니다. 영어를 잘해서 미국에 가보고,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또 미국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북한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하고 있더라고요. 참 놀라운 일입니다. 북한은 반미의 나라라고 알려졌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 탈북 청소년들은 미국을 아주 좋아하고 영어를 아주 잘하고 싶어 합니다. 근데 실제로는 영어를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기회에 미국 사람, 캐나다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학생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해줍니다.

(현장음) Fall은 어떻죠? / Fall은 풍경도 예쁘고 날씨가 조금 춥긴한데.. / 그럼 Cold~ / 아~

맨 앞자리에 앉아 가장 열렬히 따라 하던 학생이 눈에 띄었는데요.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잠시 만나봤습니다.

(이주은)안녕하세요. 저는 이주은입니다. 16살입니다. / (리포터) 한국에 온 지는 얼마나 된 거예요? / (이주은) 4년 되었습니다. 2018년쯤 왔어요. 저는 12살에 한국에 들어왔거든요. 중국에서 3학년 과정까지 다녔고 한국에서 5, 6학년 다니고 졸업했고요. 지금은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 (리포터) 중국에서 왔는데 한국말이 꽤 유창한데요? / (이주은) 한국의 애니메이션 보고 또 한국 친구들도 사귀다 보니까 빨리 한국어를 잘하게 됐고 선생님들도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약간 서툴긴 해도 자기 생각과 의견을 분명하게 한국말로 전하는 이주은 양입니다. 평소에도 중국 출신 친구들을 위해 중국어 통역도 해준다는데요. 영어캠프때도 마찬가집니다. 덕분에 주은 양은 영어, 한국어, 중국어까지 3개 국어로 선생님, 친구들과 소통합니다.

주은 양은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꼬박 한 시간이 걸리지만 매일매일 등굣길도, 공부도 즐겁답니다. 그동안 한국의 교육 과정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자주 봤지만 주은 양처럼 다 좋다고 말하는 학생은 흔치 않았는데요, 주은 양의 비법은 뭘까요?

(이주은)저는 좋아요. 다른 친구들이 힘든 이유는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그래요. 또 저는 중국에서 수업을 들었던 것도 도움이 됐어요. 중국도 7교시까지 수업을 오래 해요. / (리포터) 남북사랑학교 교육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다는 거죠? / (이주은) 어려운 부분이 많긴 해요. 특히 어휘 같은 건 어려워요. 직유법 등등이 어려워요. 하지만 남북사랑학교에서 고등 과정을 마치고 대학교까지 가는 게 목표에요.

남북사랑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합니다.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선생님 중엔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도 있습니다.

이번 영어캠프도 마찬가집니다. 원어민 영어 선생님들도 자원봉사자, 그들 곁에서 한국말로 영어 통역을 돕는 선생님들도 자원봉사자인데요. 김수현 선생님을 만나봤습니다.

(김수현)저는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고 방학 때 연계 프로그램으로 여기 남북 학교에 잠깐 방학 동안만 봉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혼자서는 봉사활동을 이렇게 알차게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저희 계절 학기 수업 중에 '사회봉사'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을 들으면 학교에서 연결해주고 학점도 받아요. 선배들이 이렇게 봉사 수업을 들으면 보람차고 좋다고 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기관 리스트를 쭉 올려주고 기관 중에서 하고 싶은 걸 고르라고 하는데요. 아는 사람 중에서 탈북민 관련 단체를 돕는 사람이 있어요. 이번 기회에 탈북민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남북사랑학교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Closing Music –

자원봉사자를 찾는 곳은 많지만, 탈북민들이 공부하는 곳이라 남북사랑학교를 택했다는 김수현 선생님,

그런 수현 선생님을 친언니처럼 따르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이주은 양. 이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데 짧은 쉬는 시간이 끝나고 영어캠프가 다시 시작됩니다.

영어캠프가 끝난 뒤 다시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못다 한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