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타치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통화로 비대면 모임이 일상화 되면서 1-2시간이라도 몇몇이 직접 만나는 자리가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만남을 최소화 하는 요즘인데요. 만나야 할 명분이 확실할 때는 여러가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조심스럽게 모이기도 합니다.
여기, 그런 불편을 마다하지 않고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통일에 관심을 가진 남북청년들과 그들을 지원해주는 사람들인데요. 지난 1월 19일, 서울 도봉동에 위치한 한 건물이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사회통합과 탈북청년 활동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비욘드더바운더리에서 통일청춘 연합캠프를 마련했기 때문인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현장음) 접종 완료자입니다. 손목에 체온 한 번 재 드릴게요. 35.5도 이십니다. 복도 따라 쭉 들어가시면 1층 대강당 있습니다~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체온을 재고 출입명부 확인을 거친 후에야 행사장으로 입장을 할 수 있습니다. 건물에 도착한 사람은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기에 때로는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는데요. 도착한 사람들마다 챙겨온 짐들이 많습니다.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을 끌고 오거나 등 뒤에 큰 가방을 메고 왔는데요. 사실 이날 갑자기 내린 폭설로 걷기 조차 힘들었거든요. 어떤 곳이기에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들 이렇게 여행 짐까지 챙겨와야 했을까요?
(최형석) 저는 비욘드더바운더리에서 프로그램 총괄을 맡고 있는 최형석 연구원입니다. 이번 저희 통일청춘 연합 캠프는 여러 대학에 있는 동아리 학생들이 모여서 통일에 대해서 논해보는 시간을 갖는 취지로 열게 됐습니다. 각 동아리별로 한 3~4명 정도씩 해서 6~7개 동아리가 모여 있고 개인적으로 참석해 주신 분들도 있고 비욘드바운더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생 동아리 키메이커와 유발란스 동아리 멤버들이 참여합니다. 여러 남북한 청년들이 모여서 통일에 대해 논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참석한 청년들이 통일을 위해서 이바지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2박 3일 일정의 캠프를 진행합니다.
통일청춘 연합캠프는 단순한 만남의 자리가 아니라 통일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보고 청년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강연부터 조별 토론시간, 그리고 제안서 작성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데요. 캠프 시작이 꽤 화려합니다. 개회식에 탈북민 지성호 국회의원을 비롯해 탈북민들의 한국정착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주한미국대사관 문화학술 관계자도 참석했습니다.
경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의 사회통합시민단체 비욘드더바운더리의 양옥경 이사장은 통일한국을 위해 남북청년들 스스로가 해야할 역할이 무엇인지 알아가야 한다고 전했는데요. 현장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양옥경 이사장)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캠프를 통해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우리 사회의 통일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 토론하고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진지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통일 한국이 한 걸음 더 다가오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간단한 개회식이 끝나자 이번 행사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유발란스’ 소조 구성원들이 나섭니다. ‘유발란스’는 비욘드더바운더리에서 활동하는 청년 모임으로 통일과 북한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갖고자 하는 남북 청년들이 함께 활동하는 모임인데요. 유발란스의 정하민 군이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을 알립니다.
(현장음) 저희가 오늘은 조별로 활동을 할 예정이고 내일은 동아리별로 활동을 할겁니다. 개인으로 신청한 분들은 따로 배정해 드릴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동아리별로 계획서나 제안서를 작성한 후에 마지막 날 발표를 할 거에요. 오늘은 조별로 활동할 거니까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돼요. 밖에 눈도 오는데요, 저희는 통일청춘이잖아요? 청춘의 느낌을 살려서 눈싸움도 해보시고 강의 시작 10분 전까지 강당에 들어와 주시면 되겠습니다.
행사장 크기는 100명 이상이 들어가고도 여유가 있을 만큼 공간이 넓은데요.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5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참여 학생은 모두 40명! 남한청년 20명, 북한청년 20명이 함께 합니다. 서로 낯익은 사이도 있지만 대부분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에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데요. 조별 모임부터 시작됩니다.
낯가릴 새도 없이 참가자들은 함께 할 조원을 찾아야 하는데요. 자신과 명찰의 색이 같은 친구들을 찾아 서먹서먹하지만 수줍게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현장음) 2조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 모이셔서 자기소개부터 해주시고, 왜 왔는지 이런 것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 왜 왔는지? 뭐라 얘기해야 하는 거지? / 이쪽으로 앉으세요. / 안녕하세요. 저는 국민대학교 자유동아리에서~~
이렇게 통성명을 하며 조별 모임을 시작하는데요.
(현장음) 저도 한국 새내기에요. 다른 나라에서 살다 왔어요. / 어디서 살다가 왔어요? / 태국이요. 어려서는 한국에서 살다가 엄마가 태국으로 발령이 나서 8년 살았어요. 대학 진학때문에 다 같이 들어왔어요. 저 한국말 잘하죠? / (웃음소리) / 어려서는 한국에서 살았으니까~~
자기소개와 함께 전하는 일상 얘기로 짧은 시간에 한결 가까워집니다. 이 틈을 이용해서 몇몇 청년들을 만나봤는데요. 제일 먼저 만난 친구는 한국에 온지 올해로 6년차가 된다는 강예나 씨입니다.
(강예나) 친한 언니가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같이 해보는 거 어떠냐 라고 가고 싶으면 말하라고 해서 그래서 추천 받아서 오게 됐습니다. 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어요. 2박 3일간의 캠프를 참여하고 난 후엔 통일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보지 않을까요?
대외활동 경험이 많지 않다는 예나 씨는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고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는데요. 캠프를 추천했다는 친한 언니가 갑자기 내린 눈 때문에 제 때 도착을 못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인터뷰보다 다른 친구들, 특히 남한친구들의 생각을 많이 들어보고 싶다며 말을 아낍니다.
이번엔 이화여대 동아리 ‘어깨동무’ 회원인 김희진 씨와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희진 양은 동아리 소개부터 해줍니다.
(김희진) 어깨동무는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새로 학교에 왔을 때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 친구들이랑 같이 남한 친구들이랑 함께 봉사라든가 각종 활동을 통해서 사회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그런 동아리입니다. 저는 동아리 회원일 뿐이지만 이 캠프에 오면 각 대학교 동아리들이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나갈지를 구상할 수 있다고 해서 참석하게 됐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또 더 많은 친구들도 알고 통일에 대해서 논하려면 일단은 더 많은 것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알고 그들의 사연을 알고 싶고 통일에 대한 인식도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캠프에 참가하게 됐어요. 저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2박 3일 캠프가 끝나면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되고 ‘이런 친구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저런 생각도 가질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그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똑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희진 씨는 양강도 혜산 출신의 탈북청년입니다. 올해로 한국에 정착한지 4년 됐다는 희진 씨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치유해주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이번 캠프는 자신의 꿈을 향한 디딤돌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는데요. 다른 청년들은 어떤 마음으로 캠프에 참석하게 됐을까요? 희진 씨를 비롯한 40명의 남북청년들의 이야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