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청년들의 두빛나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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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N포 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압박으로 연애, 결혼, 출산… 이렇게 3가지를 포기한다고 ‘3포 세대’라 불렸는데 자꾸 포기하는 항목이 늘면서 이제는 N포 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답니다. 한국에서만 이런 용어가 나온 게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결혼도 취업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생계비만 벌면서 돈을 쓰지 않고 지낸다는 뜻의 ‘탕핑족’이 있고요. 일본에서는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계급이 되물림 된다는 뜻의 오야가차, 직역을 하면 ‘부모뽑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청년층을 ‘희생당한 세대’라고 표현한답니다. 이전 세대와 달리 정상적인 취업, 학업, 복지 등의 기회를 갖지 못한 세대라는 의미랍니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마냥 포기만 할까요? 청년들은 여전히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습니다. 이런 청년들,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인터뷰)안녕하세요. 한반도청년미래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준규라고 합니다. / 네. 안녕하세요.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안향아라고 합니다.

1월의 끝자락, 서울 신촌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서 남한 청년 박준규 씨와 안향아 씨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한반도청년미래포럼’이라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는데요. 지난 1월 18일, 단체명을 정식 등록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한반도청년미래포럼’이 어떤 단체인지 박준규 대표의 목소리로 들어보시죠.

(박준규)저희는 남북 청년들이 남북이라는 경계를 넘어 한반도의 청년으로 하나가 되어 한반도 내외의사회 안건에 대해 청년의 목소리를 내는 포럼입니다. 포럼이란 다 함께 모여 논의를 하고, 이를 통해 자기들의 생각을 사회에 전달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활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북한에서 온 청년 10명, 남한이 고향인 청년 10명, 총 20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비율이 딱 맞춰졌는데 의도적으로 맞춘 건 아니었어요.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면서 남북 관계나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북한인권, 안보, 관련된 국가기관에서 인턴십이나 재직 혹은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서로에게 공유하다가 느끼는 것들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함께 모이게 되었습니다.

서로 비슷한 뜻을 품고 있다는 20명의 청년들… 어떤 사람들일까요? 안향아 사무국장의 설명입니다.

(안향아) 90년생부터 이제 막 20살된 친구들까지 이렇게 다 같이 모여 있어서 정말로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계세요. 대학생도 있고 대학원생, 직장인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인권 단체에서 인턴을 하던 친구들끼리 모였다가 그 이후에 다양한 다른 단체의 활동을 하면서 거기서 만난 친구들도 있었어요. 저 자신도 되게 신기한데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끼리 남한, 북한 관계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끼리 우리 이거를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 하나로 그렇게 계속 모이고 있네요.

2021년 10월, 단체를 상징하는 기호를 만들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한반도 모양의 그림에 ‘두빛나래’라는 글자를 넣었습니다. ‘두빛나래’는 두개의 빛나는 날개라는 뜻인데요. 한쪽 날개로만은 날지 못하잖아요. 남북의 청년들이 하나가 되어 날아오른다는 의미로 남북청년들이 양 날개가 되어 어떻게 하면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활동을 위해 청년들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생겼습니다. 낮에는 본업에 충실하고 이후 시간을 활용하느라 개인 시간을 포기했고 때로는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했습니다. 향아 씨의 경우엔 독일행을 포기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직접 들어보시죠.

(안향아)저는 일단 남한 사람이고요 서울 옆에 있는 경기도에서 살기는 했었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13년 정도를 독일에서 살다 왔어요. 독일은 남한이랑 북한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나라잖아요. 그런 국가에서 한국에 오니까 많은 게 새롭더라고요. 독일 친구들은 다들 통일된 이후에 태어난 친구들이라서 통일된 세상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요, '너희는 통일된 게 어때?' 이런 걸 물어보면 '뭐 어때. 너무 당연한 건데.. 좋고 나쁜 게 있나?' 이렇게 말합니다. 이미 통일이 된 나라에서 태어난 친구들이라 통일이 되면 장점, 단점 이런 것을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이죠. 그런 점이 한국에 와서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다시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관련한 공부는 좀 더 해보려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독일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던 향아 씨는 한국의 한 인권단체에서 실습을 하면서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고 결국 한국에서 통일학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통일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주를 이루면서 통일 이전에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통일의 과정과 장단점이 무엇인지 깊이 있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고 무엇보다 남북의 분단 70년 차이와 그 과정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를 독일보다 한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반도청년미래포럼’에도 참여했지만, 포럼에 모인 청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박준규 대표의 말입니다.

(박준규)쉬운 분야는 아닙니다. 아직도 남북 갈등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고 오르락 내리락도 심하고 심지어는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교의 학과도 폐지가 되었다가 설립이 됐었다가 다시 폐지가 되는 게 북한학, 통일학 분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쪽 분야에 있는 다른 단체나 국가 기관에 어떤 풍토가 형성이 되어 있는지 저희 선배님들께서는 어떤 활동을 해 왔고 그 속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을 우리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저를 포함해 청년들 모두 최소 한 4~5개 정도의 단체들은 다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 참가자로서, 인턴직으로서 혹은 정규직으로서 취직을 해서 최소 3개월 이상은 모두 경험을 했는데요. 물론 긴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다 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이 분야가 많이 좁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참가자들이나 동료 청년들이 이렇게 느끼더라 저희가 의견을 모을 수 있었고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우리가 짚고 해결해 넘어가야 된다… 예를 들어 단도직입적으로 '북한 인권 실태가 이렇기 때문에 저희가 관심을 가져야 됩니다'라고 강조를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북한 인권을 접하게 하고 그 속에서 북한 인권 실태가 자기 피부에 느껴져서 뭔가 생각을 달리 할 수 있게끔, 어떻게 콘텐츠를 형성해내고 저희 모습을 보여주고 저희의 정체성을 형성해낼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Closing Music –

통일에 대해 인식이 개선되고 사회적으로, 또 대북 정책을 비롯해 국민 여론이 변화되는 모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남북청년들은 고민하고 생각을 나눕니다.

(박준규)다양한 특기를 가진 친구들이 다양한 분야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연구해 오고 고민해왔던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했을 때 영향력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영향력이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을 해서 제도적이나 개개인분들에게 실질적인 의식의 변화, 혹은 사회 제도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안향아) 그래서 올 한 해는 일단 굉장히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고요. 5년 후, 10년 후에는 저희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들의 열정과 도전이 그저 작은 불씨로만 꺼지지 않도록 오늘도 힘찬 날개짓을 하는데요. 그들의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