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가 말한 ‘나비효과’인데요. 작고 사소한 변화 하나가 결과적으로는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에도 큰 변화를 꿈꾸며 작지만 힘찬 날갯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남북 청년들인데요. 그 청년들! <여기는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그들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인터뷰) 서울에서만 살아서 다른 곳을 모르는 사람을 서울촌 출신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저는 한국식 표현으로 서울 촌 출신입니다. 안녕하세요. 한반도 청년미래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준규라고 합니다. / 저는 일단 남한 사람이고요 서울 옆에 있는 경기도에서 평생을 살기는 했었는데 독일에서 13년 정도 살다 왔어요.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안향아라고 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대회협력팀장을 맡고 있는 오광명이라고 합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함경북도 온성이고요. 대한민국에 도착한 건 2006년도입니다.
하나의 한반도를 외치는 남북청년들이 모였습니다. 북한인권 단체 등 관련된 국가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했던 청년들인데요. 생각을 나누면서 한반도 내외에 거론되는 사회 안건에 대해 청년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뜻을 모았답니다. 2021년 10월부터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간 청년들은 2023년 1월, ‘한반도 청년미래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첫 시작은 남한청년 10명, 북한청년 10명!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고, 회사에 취업한 직장인도 있고, 개인사업을 하는 사업자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본업이 있기에 낮 시간에 모두 모이기는 쉽지 않았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만남으로 뜻을 이었습니다. 저녁시간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화상 모임을 하거나 사회관계망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계획을 세우는 거죠. 청년들이 꿈꾸는 하나된 한반도를 위해 정기적으로 토론도 하고 함께 공부도 한다는데요. 박준규 대표의 말입니다.
(박준규)보통 남북 관계도 관련 단체들 보면 북핵 문제 아니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는데 저희는 모든 문제를 다 섞었다고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세대가 느끼는 부동산 문제, 출산 문제, 결혼 문제부터 시작해서 한국사회 내에 존재하는 양극화 갈등, 정치 문제를 기존에는 없었던 접근 그러니까 틀에서 벗어나서 뭔가 조금 더 유연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갓 20살된 대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흔히 말하는 MZ세대들이기에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는데요.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엄(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면서, 최신 유행과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청년미래포럼도 자신들이 만들어갈 수 있는 한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창립 구성원 이한길 씨의 말입니다.
(이한길)과거에는 기득권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체제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이었는데 현재 MZ세대는 우리가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내고 활동의 주체가 되어서 활동할 수 있다는 그런 장점이 있는 만큼 저희가 더욱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고 더욱더 넓은 영역에서 그런 많은 활동들을 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생각이 가치관이 되고, 그 가치관이 그 사람의 행동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저희가 저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점점 더 많이 이끌어내게 되고 생각의 전환을 일으킴으로써 결국에는 MZ세대의 많은 인원들의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확신이 가득 찬 말을 할 수 있는 이유! 실제로 같은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신 지역은 달라도 청년이라는 공통점과 하나된 한반도를 꿈꾸며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대외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오광명 씨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오광명)제가 참여해야 되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윗동네에서 왔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대표가 상당히 젊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북한 출신이다 보니 정체성상으로 한반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주로 북한 관련된 이런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 보시면 평균적으로 연령이 좀 높아요. 그분들은 옛날에 했던 방식대로 활동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우리는 한민족이다' 이런 거를 지금 젊은 친구들한테 관심을 보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저희는 대표가 젊다 보니 아무래도 생각하는 방향이 합리적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 젊은 친구들한테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이목을 끌 수 있을까, 사고하는 방식이 뭔가 젊게 가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4명으로 시작한 첫 만남은 남북한 청년 골고루 10명씩 20명이 됐고 그 숫자는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졸업과 취업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남북 청년의 참여 비율이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지금은 탈북 청년들보다 남한 청년들의 참여율이 더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광명 씨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하는데요. 동시에 남한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 본인이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고 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광명 씨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시죠.
(오광명)초반에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대표가 남한 출신이잖아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북한 사람보다 더 북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모습에 대표가 저처럼 북한에서 온 줄 알았거든요.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열정을 갖고 진짜 자기 일처럼 생각할까 싶더라고요. 이런 것이 저를 이 한반도 미래포럼에 끌리게 했고요, 노예 해방,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것도 흑인이 아니라 백인이었잖아요. 그래서 한반도 통일, 통일을 해야 된다, 북한을 열어야 된다는 것이 꼭 북한 사람이 해야 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 목표는 통일 이런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제가 여기(한반도 청년미래포럼)에 들어온 이유는 청년들에게 조금 좀 다른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북한 친구들도 우리랑 다를 게 없고 시간이 지나면 얘네들도 뭔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광명 씨는 북한 출신보다 더 북한에 관심을 갖고 하나된 한반도를 준비하는 남한 청년들 모습에 한반도 청년미래포럼 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활동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탈북 청년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명확히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남한 정부 차원의 탈북민 지원 혜택으로 오히려 남한 출신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산다는 시선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오광명)저도 대한민국에서 입시라는 것을 체험을 해봤고 제 친구들이 군대 가서 생활하는 것도 봤고 그리고 취업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 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남한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었는지 제가 충분히 잘 알기 때문에 제가 만약에 대한민국에 태어났더라면 똑같이 생각했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분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받은 것만큼 저희가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게끔 저희가 더 노력을 하고 발전하는 것이 저희가 해야 될 업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분기별, 혹은 연별로 행사를 주최하고 또 그 포럼을 통해서 실제로 정부의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꿈입니다.
-Closing Music –
요즘 젊은 애들은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말하는 한반도 청년미래포럼 청년들! 북한과 통일에 대해 청년들의 관점과 방식으로 인식개선을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며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꿉니다.
(박준규) 제가 말하는 한반도 청년 미래 포럼은 한반도 시대 변화의 구심점이다. 세대 교체의 구심점이 될 포럼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안향아) 스케치북에 여러 색깔을 그린 무지개처럼 화합을 하는 그러니까 한 색깔만이 아닌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그 모든 색깔들이 조화롭게 유지를 하는 그런 그림을 가진 단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남북 청년들의 힘을 합쳐 펼치는 날갯짓이 한반도에 큰 변화를 이끌어 오는 그날을 꿈꾸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