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새로운 출발선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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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남한의 2월은 졸업의 달입니다. 2월에 졸업식이 열리고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죠. 그래서 이즈음은 마무리와 시작의 설렘이 공존하는 시기입니다.

지난 2월 8일, 탈북 청년과 탈북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에서 제7회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비도 내리고 눈발까지 날리는 날이었는데요. 아랑곳하지 않고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여기는 서울>도 함께 했는데요. 지난 시간에 이어 못다 한 졸업식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현장음-송사)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랑스러운 여러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열정을 본받아 저희들도 남북사랑학교에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되겠습니다. 졸업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입니다. 오늘 여섯 분을 보내는 마음은 아쉽지만 여섯 분의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멋진 출발의 박수를 보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하는 후배의 졸업 송사에 졸업생들과 축하객 모두 귀를 기울입니다. 바로 졸업생의 답사가 이어지는데요, 올해 졸업생들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로나 비루스 시기에 학교 과정의 대부분을 지내, 졸업이 더 아쉽고 특별합니다.

(현장음-답사)안녕하세요? 졸업생 대표로 이 자리에 서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처음 새내기 마음으로 시작했던 학교 공부는 어느덧 대학이라는 큰 열정의 꿈을 이루게 하였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두운 터널과도 같은 제 인생이었지만 그 하나하나의 변곡점들이 삶의 변화가 되어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고난의 순간도 많았지만, 이 시간을 위한 연습이었고 또 이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숨을 쉬며 산다는 것은 시련도 끝나지 않음을 명시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우리 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배움과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생 여러분, 힘들 때도 좌절하지 않고 담대히 나간다면 선택과 기회는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늦은 나이에도 공부에 열중할 수 있도록 헌신과 사랑을 주신 많은 선생님과 봉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눈물을 참으며 전하는 답사에 선생님들의 눈가도 촉촉해집니다. 졸업식은 정들었던 학생들을 떠나보내는 작별의 날이기도 하니까요.

심양섭 교장은 매년 이맘때마다 하는 졸업식이지만 올해 졸업생들은 더 마음이 쓰인다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이 한국말을 잘못하는 3국 출신, 탈북민 자녀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심양섭)올해 (졸업생) 특징은 북한 출신보다 제3국 출신인 학생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90%가 제3국 출신입니다.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하게 되고 초졸 학력도 없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지고 전문대 또 4년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으니까요. 이러한 변화와 성장이 가장 큰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어떤 아이는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두 번 봐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세 번 봐서 합격하고,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다섯 번 봐서 합격하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쥐었다는 거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뿌듯합니다.

졸업식 축하연주_윤설미.jpg

6명의 졸업생 중에 3국 출신 1호 학생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북한 출신인데요. 보통의 학생들은 2~3년 내에 고등 과정까지 마치는데, 이 학생은 한국어 수업부터 초, 중, 고등학교 과정까지 남북사랑학교에서 6년 동안 함께 했기에 심 교장에겐 자식과 다름 없습니다.

(인터뷰-심양섭)아들같이 느껴지는 학생인데 졸업해서 충남 천안에 있는 기숙사가 있는 대학에 가게 돼요. 자주 못 보게 돼서 아쉽기도 합니다. 대학교가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가 어려워요. 공부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영어 실력이나 컴퓨터 실력, 대학 공부에 꼭 필요한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밤새고 공부해야 따라갈 것 같아요. 하지만 공부에 전념해서 대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 주기를 바랍니다.

비슷한 당부의 말을 남기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졸업식 소식을 듣고 참석한 특별한 손님인데요. 누구일까요?

(인터뷰 -김서현)저는 남북사랑학교 6회 졸업생이고요. 지금 한국 외국어대학교서 경영학과를 전공 하고 있고 또 북한 동아리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남북사랑학교를 1년 7개월 정도 다녔는데 그 시간 동안 선생님들과 공부하면서 진짜 많은 것을 배웠고… 이 학교는 저한테 좀 특별합니다. 그래서 저도 후배들한테 좋은 모습을 보는 선배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이 자리에 이렇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김서현 씨는 한국 정착 10년, 올해 나이는 서른다섯. 사회생활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남북사랑학교에 입학해서 늦깎이 대학생이 됐습니다. 공부가 쉽지 않았지만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학업이기에 매일매일 학교에 나와 책과 씨름했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생활은 남북사랑학교에서 했던 공부보다 몇 배로 노력해야 했고 나이 어린 동기생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노력이 필요했답니다.

서현 씨는 먼저 가 본 길에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는데요, 후배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도 많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도 많답니다.

(인터뷰 -김서현)저기에 제가 서 있었는데 오늘은 제가 이렇게 앉아서 후배들 졸업식을 이렇게 참석 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이제부터 시작이다, 고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웃음) 여기 있을 때는 그래도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다 이제 멘토로 일대일 지도해주니 편하게 공부했다면 대학은 그게 아닙니다. 대학은 실전이고 제가 이제 1년 동안 경험을 해본 바 여기서 공부하던 식으로 대학에 가서 하면 안 된다, 지금보다 3배, 4배 정도는 더 노력하고 인내심과 융통성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을 미리 알고 가면 좀 더 쉽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교를 잘 마무리하고 이제 새로운 출발을 앞둔 학생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이 쏟아지는데요, 서현 씨 그리고 선생님들의 메시지 모아봤습니다.

(인터뷰 모음)우리 졸업생들, 진짜 공부하느라 그동안 너무나도 수고 많았어요. 근데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 그리고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 많이 참석하고 대외 활동 이런 게 많으니까 그런 활동도 많이 하세요~ / 각 학생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참 감사하게도 본인이 원하는 학교, 학과에 진학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 너무 수고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고요. 졸업은 또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그래서 대학교 가서도 여기 과정을 잘 마쳐냈던 경험을 잘 살려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멋지게 성장하는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졸업식의 마지막!

졸업장 수여식이 진행됩니다. 종이 한 장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증서이죠.

(현장음)제24 001호 제7회 졸업장, 이 학생은 본교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수료하였으므로 이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2024년 2월 15일 남북사랑학교장 심양섭 (박수소리)

-Closing Music-

‘졸업은 한 단계에서 할 몫을 다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남기고 싶다’

칠순의 나이에 졸업장을 받은 만학도 졸업생이 남긴 말인데요. 오늘의 졸업생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겠죠.

쉽지 않았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지나 오늘 졸업장을 받은 것처럼 새로운 그 길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기를 응원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