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공처럼 둥근 평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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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어떤 작업이나 작품들의 진행 계획을 짜는 사람을 기획자라고 부르는데요. 게임 기획자, 광고 기획자, 공연 기획자 등 분야마다 전체적인 계획과 업무를 진행하는 기획자들이 활약하고 있죠. 그런데 평화의 가치를 기획해보겠다고 나선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축구로 말이죠. 평화와 축구!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현장음) 공평이요? 왜 공평이 부족했죠? / 공평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곳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노들나루 공원 축구장인데요. 20여 명의 사람들… 경기장 한 켠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세로로 된 현수막이 설치돼 있는데요. 존중, 책임감, 신뢰, 공평과 포용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네요.

축구장에서 공을 차는 게 아니라 무슨 토론이라도 하는 걸까요? 이날은 평범한 축구 경기가 아닌 평화 축구가 진행되는 자리랍니다. ‘평화 축구’라는 게 도대체 뭔지, 이 자리를 기획한 청년 중의 한 사람,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강 빈 씨에게 들어봤습니다.

(강 빈) 평화 축구는 영국 브라이튼 대학교 체육학과에서 시작했어요. 이스라엘 지역에는 종교 분쟁 갈등 이런 게 있는데 브라이튼 대학교에서 유대인 어린이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평화 축구를 계속했다고 해요. 네 번 정도 진행하면서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갈등이 점점 해결됐는데 첫 시도가 성공하면서 여러 국가들에서 시작하게 됐고 우리나라에는 2013년에 도입이 됐습니다. 나흘 동안 평화나 가치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체육 게임 같은 걸 진행을 해요. 몸 푸는 단계로 같이 공을 가지고 기술 연습을 하고 난 후 가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는 거죠. 이 게임에는 어떤 가치가 필요했을까, 서로 부딪혔는데 이렇게 부딪힐 때는 어떤 가치가 부족했던 걸까요… 이런 질문을 서로 하면 그 답을 함께 찾는 것이죠.

‘평화 축구’는 이스라엘 내 아랍인과 유대인 어린이들이 갈등을 조정하며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스포츠로 배울 수 있도록 도입됐는데요. 북아일랜드와 콜롬비아 등 갈등 상황이 존재하는 여러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2013년부터 한국의 실정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데 평화와 남북통합 등을 지원하는 민간 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도입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평화 축구 대학생 피스메이커를 모집했는데요. 선발된 대학생들은 4일간의 코치 교육을 모두 받은 후 어린이 참여자들이 축구를 비롯한 체육활동을 통해 평화라는 가치를 배우고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코치이자 활동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강 빈 씨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빈 씨는 2018년에 코치 자격을 취득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평화축구교실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됐다는데요. 강 빈 씨의 이야기, 좀 더 들어보시죠.

(강 빈) 4일 동안 프로그램이 완료됩니다. 그렇게 하고 나면 저희는 코칭 자격증 같은 걸 받는데 공인 자격증 이런 건 아니고 브라이튼 대학교에서 만든 평화 축구 코칭 자격증이에요. 그걸 저는2018년에 취득했어요. 그리고 나서 학기 중에 열렸던 어린이 축구교실이 있었는데 거기에 사무처 분들이랑 같이 참여해 코칭을 하게 됐습니다. 어린이들한테도 많은 것을 배우고 교류하는 과정이 좋아서 계속 하게 됐고 이번 친선경기도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이럴 때 적용할 수 있는 말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일까요? 대학생 봉사자로 평화 축구에 참여하고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역할까지 하게 됐으니까요. 빈 씨는 함께 활동하던 대학생 활동가들과 뜻을 모아 새로운 친선경기를 준비했다는데요. 가장 큰 변화는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참여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외대 외교 전공 4학년 문창섭 씨의 설명입니다.

(문창섭) 원래 평화 축구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축구를 반영한 게임을 통해서 평화 가치를 좀 더 친근하고 편하게 배우게 하는 의도인데요. 저희가 이번에 기획한 프로그램은 대상이 초등학생이 아니라 대학생으로 변경이 됐습니다. 이번에는 여자 축구 동아리가 대상이었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까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할 때에 비해서 난이도 조정이나 좀 더 흥미로운 요소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을 했던 게 두 팀 간의 친선 경기였습니다. 약간의 경쟁심도 생길 수도 있고 또 학교를 대표해서 나가는 거라 조금 더 참여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을 것 같아서요. 중앙대학교 여자축구 동아리와 동국대 여자 축구 동아리가 함께 평화 축구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서 평화 축구 시합까지 직접 해보는 경기를 기획했습니다.

평화와 축구! 얼핏 들으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두 가지가 설명을 들으면서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지난 2월 24일, 노들나루공원 축구장에서 청년들이 기획한 2023년 첫번째 평화 축구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요. 보통의 축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계속됩니다.

이번엔 허리에 붉은 손수건을 끼운 뒤 꼬리잡기 놀이를 하네요.

(현장음- 꼬리잡기 워밍업) 시작!

다른 사람의 손수건을 뺏기 위해 축구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선수들! 대학생인지 초등학생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신이 났습니다. 본인의 손수건은 지키고 다른 사람의 손수건을 빼앗기 위한 추격전! 턱 밑까지 숨이 찰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리는데요. 이 과정도 평화 축구의 하나라고 하네요. 문창섭 씨의 설명,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문창섭) 평화 축구는 워밍업, 기술 그리고 시합으로 총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워밍업은, 아무래도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몸을 풀지 않으면 다칠 수 있으니까 몸을 푸는 시간이고요. 기술 훈련은 드리블, 패스, 슈팅 이런 것 합니다. 여러 가지 평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게임들을 진행해서 몸을 풀고 기술 훈련한 뒤 게임을 하면서 발견한 가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요. 예를 들면 기술 훈련을 할 때 얼음땡이라고 해서 저희가 평소에 하던 놀이 얼음땡을 조금 변환해서 드리블하면서 얼음이 된 사람들을 ‘땡’ 해주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땡 해주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존중이라는 가치, 이런 것을 발견하는 거죠. 그런 요소들을 곳곳에 숨겨놓은 게임들을 진행하고요. 이제 마지막 시합 단계가 평화 축구의 꽃이죠. 심판이 없습니다. 심판이 없어서 시합하다가 공이 나가거나 조금 애매하게 서로 부딪히거나 이런 상황이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심판이 아니라 양 팀원들이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정해요. 그다음 세레머니도 있어요. 양 팀이 각각 직접 세레머니를 만들고 한 팀이 득점했을 때마다 필드 위에 있는 선수들뿐 아니라 교체 선수까지 다 같이 참여해서 세레머니를 해야 해요. 마지막으로는 교체 선수가 있는데 일반 축구와는 다르게 저희 프로그램에서의 교체 선수는 농구처럼 무제한으로 교체가 가능해요. 경기를 지금까지 뛰지 못했던 교체 선수들도 다 참여하는 것이죠. 바로 이렇게 구성을 한 게 평화 축구입니다.

-Closing Music –

스포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경쟁입니다. 승리 아니면 패배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공정과 포용, 신뢰 등 중요한 평화의 가치도 분명 배울 수 있는데요. 청년 기획자들이 축구를 전하고자 하는 평화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김인선, 에디터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