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사람들은 사진이나 그림, 글, 노래, 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요즘, 우크라이나 운동선수들은 가족들의 안전과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다양한 통로로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도 마찬가집니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 친구와 이웃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알립니다. 말과 글 그것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영어를 통해 말이죠.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온 비영리 민간단체 FSI 와 함께 북한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탈북민들이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온라인 중계) OK… So welcome to our network hopefully you'll be seeing more from them over the next year and years our keynote speaker's network now has twenty north korean refugees~
지난 2월 19일, 온라인 상에서 탈북민 작가들과 함께하는 컨퍼런스가 진행됐습니다. 컨퍼런스는 공통의 특정 주제를 가지고 긴 시간에 걸쳐 열리는 사람들간의 모임인데요. 이날 열린 컨퍼런스는 5시간이 넘었습니다. 주말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오후2시가 넘어서 끝난 거죠. 먼저 이번 행사를 주최한 FSI 이은구 대표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은구)저희 컨퍼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들이 한국 분이 아니고 영어 쓰시는 분들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시간대에도 아주 아침 일찍 아니면 진짜 아주 늦게 미국 시간하고 주로 맞춰서 진행을 해서 글로벌로 탈북민이나 이런 이슈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컨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계획한 건 아닌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바뀐 거고요. 밖으로 나가는 게 자유로워진다면 직접 외국 가서 할 예정이에요.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Healing Their Hearts- 마음을 치유하다” 입니다. FSI의 공동대표 케이시 라티그 씨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는데요. 라티그 씨의 말, 이은구 대표의 통역으로 들어보시죠.
(케이시+이은구) The theme of the conference was healing their hearts and ~~ / healing their hearts라는 주제로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며 이분들이 좀 마음이 치유가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통해 컨퍼런스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희 단체에서 영문으로 된 책 두 권을 이번에 출간했어요. 작가 두 분이 모두 '한'씨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한국에 '한'이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뭔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한을 같이 연결시켜서 우리 컨퍼런스가 탈북민 신인 작가들이 본인의 책을 소개하지만 이 책의 출간을 통해서 본인 안에 있는 한이라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장을 마련한 출판과 컨퍼런스도 같이 진행을 한 거죠.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한 탈북민 작가는 세 명. 한승희, 한수연 그리고 엄영남 씨인데요. 이 중 한수연 씨가 전 세계 사람들과 가장 먼저 마주했습니다.
(온라인 중계) If during the speech, I made a mistake. Please understand me because I don't trust my English either. Thank you for listening to my story. Last month when I first heard the phrase ~~
2011년에 탈북한 한수연 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다는데요.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화면으로 본 수연 씨는 잘 웃고 긴장한 기색도 전혀 없어서 이런 자리를 여러 번 경험해 본 사람 같았는데요. 컨퍼런스를 마친 후 이야기를 나눠보니 태어나서 처음이었답니다. 수연 씨는 어떤 이야기를 전했을까요?
(한수연)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강의였거든요. 특별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저는 북한에서 살 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는데 세번 다 안 간다고 했다가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북한이라는 나라는 미래가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탈북했습니다. 오늘 컨퍼런스에서는 그 과정들을 이야기 했어요.
온라인 회의 특성상, 참여자들이 문자로 직접, 발표자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발표 중인 수연 씨의 화면은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찼는데요. 사람들은 수연 씨가 왜 세번이나 한국행을 거절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한수연)저는 국경이랑 먼 지역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한 번 길을 떠나게 되면 언제 도착할지 기약이 없어요. 기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북한은 자주 정전이 되거든요. 그런데 먼저 탈북한 엄마가 저를 데리고 오려고 브로커들을 세 번이나 보냈어요. 하지만 이모가 저를 안 보내주셨거든요. 중국에 가게 되면 너는 팔려갈 것이라고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무서우니까 그 브로커한테 안 간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에 두번째, 다른 브로커가 왔고 궁금해 지더라고요. 엄마가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바깥 세상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그래도 선뜻 못 따라 나서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이모가 '만약에 이 브로커랑 같이 가면 중국에 가서 팔리고 팔리는 것도 부족해서 장기 이런 거를 팔 수도 있다'고 했거든요. 진짜 겁먹어서 안 간다라고 했었죠. 그러고 나서 세 번째 브로커가 또 왔어요. 이번에도 이모랑 이모부랑 알면 또 나를 못 가게 할 것 같으니까 그 브로커를 그냥 보냈어요. 그리고 내가 마음이 바뀌면 전화하겠다고 전화번호를 받았습니다. 1년인가 2년인가 있다가 브로커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한국까지 오게 됐습니다…
수연 씨는 자신만 남겨두고 북한을 떠난 엄마가 원망스러웠답니다. 그리움보다 미운 마음이 더 컸기에 그 동안 거둬준 이모의 말을 더 믿고 따른 거죠. 하지만 한국에 먼저 정착한 수연 씨 어머니는 수연 씨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끝까지 손을 내밀어준 엄마가 너무도 고맙다는 수연 씨,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봤습니다.
(한수연)저는 엄마가 나에게 두 가지의 삶을 선물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삶은 북한에서 저를 태어나게 해준 것이고 두 번째 삶은 엄마가 저를 한국에 데리고 온 것이요.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엄마와 저의 이야기를 이번에 책으로 썼어요. 책 제목이 '그린 라이트 프리덤'이거든요. 자유를 향한 초록 신호등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자유를 갖기 위해서 나에게 초록 신호등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수연 씨는 어머니와 상봉하는 과정을 담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그것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썼는데요.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기에 용기를 냈다고 합니다.
(한수연)저는 북한에서 엘리트도 아니었고 엄청 잘 사는 집에서 태어난 사람도 아니었고 그냥 평민이었어요.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저도 똑같이 살았거든요. 제가 알리고 싶었던 건 북한의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여름에는 어떻게 살아가고 겨울에는 어떻게 사는지, 먹는 건 뭘 먹고 때는 건 뭘 때는지… 그리고 장마당의 생활은 어떤지… 꽃제비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 이런 것들. 그러니까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Closing-
사실 수연 씨는 책을 쓰면서 영어로 글을 쓰는 일보다 더 힘든 것이 있었답니다.
(한수연)제가 사실 책을 쓰기 전에 심리 상담을 받았었거든요.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나 자신을 찾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쓰면서 나는 아직 다 괜찮아진 게 아니었다는 걸 느꼈어요. 어렸을 때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너무 아팠어요. 화도 났다가 슬펐다가 이런 감정들이 오가면서 좀 많이 힘들었었고 그냥 포기할까 이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자신의 가장 힘들었던 그 시간을 다시 마주하는 일…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기억 속에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죠. 수연 씨는 흐릿해 거의 잊었던 엄마와의 좋은 시간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답니다. 다른 두 명의 탈북 작가, 한승희와 엄영남 씨는 어땠을까요? 책과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