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코디언으로 하나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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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요즘 한국 어린이들은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 악기 한, 두 개씩은 다룰 줄 알고 제법 실력도 좋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본 어른들, 특히 50, 60대 많게는 70, 80대 장년층들은 악기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너무 아쉽다고 말하는데요. 그래서 다시 악기를 배우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아닌 어른만 다니는 피아노 학원, 바이올린 학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곳에서는 아코디언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수강료는 0원, 조건이 하나 있는데 ‘악기를 배우면서 소통하기’입니다.

<여기는 서울> 오늘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운영 중인 ‘아코디언 교실’에 다녀왔습니다.

(현장음: 아코디언 교실)안녕하세요. / 일찍 오셨네요. / 연습하려고요. / 좋습니다. / (아코디언 연습 소리)

이곳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남북통합문화센터 3층 다목적 체육실입니다. 넓은 공간에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에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는데요.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아코디언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입니다. 수업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데 연습하려고 일찍 왔답니다.

강의실 문 앞에 있는 이동식 안내판이 아코디언 수업이 열리는 강의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데요. 안내판에는 ‘손쉬운 아코디언’ 수업이라고 적혀 있네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담당자에게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나영선 연구원)남북통합문화센터 통합체험팀에서 일하는 아코디언 담당자 나영선 연구원입니다. 아코디언은 북한의 대중 악기다 보니까 탈북민분들에게 굉장히 친숙한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 지역 주민분들도 아코디언을 배우고 싶은데 사실 아코디언은 배울 수 있는 곳이 잘 없는 편이잖아요. 저희는 탈북민 강사님이 아코디언을 가르쳐 주십니다. 여기서 남북 주민이 함께 하면서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열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손쉬운 아코디언’ 수업은 탈북민 아코디언 강사가 북한의 대중 악기인 아코디언을 가르쳐 주는 수업이자 북한의 대중음악 정서도 이해할 수 있고 남북 사람들이 함께 배우며 소통도 하는 만남의 장이기도 한 거죠. ‘손쉬운 아코디언’ 수업은 지난해 처음 선보였는데 호응이 좋아 올해도 개설이 된 거랍니다. 나영선 연구원의 설명 좀 더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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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운영 중인 ‘아코디언 교실’. /RFA PHOTO

(인터뷰-나영선 연구원)작년에 수업을 증원해 줄 수 있냐는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왔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두 반으로 개설을 해서 좀 더 많은 분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작년에는 한 반만 모집을 했었고 인원이 15명 정도 됐었는데요. 올해는 두 반을 개설했고 총 30명 정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가장 바라는 모습은 남북 주민이 함께 어울려서 음악으로서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그게 가장 바라는 점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심화반으로 지난해부터 아코디언을 배웠던 분들이 함께 하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올해 아코디언을 시작한 기초반입니다.

(현장음)자! 기억하겠어요? / 네. / 쿵따 쿵따다 다다다. 이렇게 하겠습니다.

보통 악기를 다루는 수업은, 특히 여럿이 함께 연주를 하는 수업은 사전에 실력을 검증해 보고 실력이 엇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그룹을 만드는데요. ‘손쉬운 아코디언’ 수업은 그런 절차가 없답니다. 아코디언을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나 신청 가능한데요. 단, 조건은 하나 있습니다.

(인터뷰-나영선 연구원)아코디언을 지참해 오시는 게 가장 필수적인 자격 요건이고 딱히 선발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선착순으로 신청받고 예정된 인원이 차면 마감을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수업이 탈북민과 일반 주민이 같이 어울려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서로 잘 소통할 수 있는지 그런 부분을 보고 있고 좀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수업을 듣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왔었는데 저희가 보통 중, 장년층 분들이 수업을 듣다 보니까 초등학생 친구는 조금 어렵다는 판단을 하기도 했고요, 80년대생부터 40년대생까지 연령대를 다양하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남북 사람들이 함께 아코디언도 배우고 교류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개인이 지참해야 한다는 아코디언입니다. 연습용 아코디언은 140~220달러 정도 하지만 소리가 좋고 품질 좋은 아코디언은 천 달러가 훌쩍 넘습니다. 기초반에서 처음 아코디언을 배울 때는 연습용으로 저렴한 아코디언을 사용했지만, 실력이 늘어 심화반이 되면서 좀 더 좋은 아코디언을 구매했다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터뷰-수강생)저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박용순이라는 사람입니다. 아코디언을 좀 배우고 싶어서 인터넷을 찾던 중에 남북통합센터에서 (아코디언을) 가르쳐 준다고 하더라고요. 특별히 또 탈북하신 분과 함께 배운다고 해서 찾아오게 됐습니다. 제가 탈북민들을 실제로는 한 번도 못 만나 봤거든요. 그래서 한번 여기 와서 직접 만나서 대화도 하고 밥도 같이 먹어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보통 한 번 (수업을 시작)하면 4개월씩 하는데 재미있고 배울수록 한 단계씩 올라가니까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그뿐 아니라 이북에서 탈북하신 분들하고 수업이 끝난 후 식사도 하면서 함께 얘기도 하는데, 그런 게 너무 좋아서 그래서 계속 나오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좀 서먹서먹 했고 괜히 말을 잘못해서 상처받게 할까 염려스러웠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까 그분들의 탈북했던 이야기도 듣게 되고 하면서 벽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편하게 지냅니다.

한국에 정착한 지 20년 됐다는 윤향순 씨는 친구의 권유로 아코디언을 배우게 됐다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참여하게 될 거라 생각 못했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재미도 있고 점점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고 하는데요. 향순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윤향순)안녕하세요. 저는 북한에서 온 윤향순입니다. 처음에 (아코디언 수업) 시작할 때는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아코디언을) 중고로 40만 원짜리 사서 시작을 했거든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욕심이 생겨서 지금은 980만 원짜리 아코디언을 사서 하고 있어요. 음악이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고 우리 사람들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소통에 조금 어려움이 있거든요. (한국 생활) 20년 됐지만 저도 아직도 한국 사람들과의 첫 만남에서는 주저하는 것이 많아요. 소통을 시작할 때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될지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소통)하니까 이제는 허물 없이 농담도 건 낼 정도가 됐어요. 솔직히 우리 북한 사람들이 사회생활에서는 많이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니까, 한국 분들은 무조건 선배의 입장에서 우리가 대해야 되고 배워야 되고 이런 입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코디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우리가 같은 위치에서 배워 나가면서 하다 보니까 그들의 마음도 조금 더 살필 수도 있어서 서로 소통하는 데 있어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저도 아코디언을 배워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해 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어요.

-Closing Music-

누군가에게는 노후를 즐기는 취미생활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그토록 배우고 싶었지만 엄두조차 못 냈던 기억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만남과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아코디언 교실입니다.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도 특별합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추억이고 꿈을 갖게 해주는 미래이기도 한데요. ‘손쉬운 아코디언’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의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