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주민을 위한 공동 문화 구역’을 목표로 만들어진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제2기 봉사단을 모집하고 지난 15일 첫만남을 가졌습니다. 1년 동안 여정을 함께할 50명 봉사단의 상견례 자리, 지난주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현장음)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은 남북 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계층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세상,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작년에 창단되었습니다. 오늘 자원봉사단 2기 발대식을 통해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50명의 단원이 처음 만나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여러분은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을 통해 남북 주민들과 소통하고 통합을 연습하며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자원봉사가 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봉사자들의 첫만남을 축하하는 관계자의 인사말과 일정 소개에 이어 50명의 봉사자들의 자기소개가 시작됩니다. 주최 측에서는 특히 이 시간에 공을 들였는데요. 이름과 소속, 출신지역 같은 기본적인 질문 외에도 한 달 사이에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 같은 독특한 질문도 포함됐습니다.
(봉사자들 자기소개 중)함경북도 회령에서 왔고 (한국에) 온지 내년이 되면 벌써 20년째가 됩니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정말 정말 북에 대한 기억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나서 자란 내 고향이기 때문에 제 고향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 태어난 곳은 그냥 서울 마포구이고 지금도 서울 마포구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은 제가 자연 경치 보는 걸 되게 좋아해서 가지 지금은 가지 못하는 북한에 있는 광활한 자연과 경치 한번 압도돼 보고 싶어요. / 서울 쪽에서 태어났고 현재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입니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 저는 백두산이요. 왜냐하면 제가 최근에 운동을 좀 하고자 등산을 조금씩 하다 보니까 등반해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죽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은 백두산입니다.
50명의 봉사단 중 꽤 많은 남한 사람들도 죽기 전에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북한을 꼽았는데요. 고향이 북한인 탈북민들은 말할 것도 없죠. 청진 출신, 김청길 씨도 죽기 전에 꼭 고향에 가보고 싶습니다.
(김청길)고향에서도 또 북한에 있을 때도 백두산에 못 가봤어요. 그래서 백두산에 가보고 싶고 그 다음에 남한에 독도 가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헌혈 기록이 4월 11일 자로 170회로 됐습니다. 앞으로 내년까지 200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청길 씨는 2004년에 한국에 입국했고 한국 정착 10년이 지나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생활 10년 만에 처음 이사를 하게 됐는데 그 일이 계기가 됐다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김청길 씨의 이야기, 좀 더 들어봤습니다.
(김청길)저 같은 경우는 2004년도에 제가 먼저 왔고요. 그 후에 와이프하고 아들, 딸 다 데려왔어요. 2014년까지 평수 작은 아파트에 살다가 이사하게 됐고 적십자 봉사를 시작했거든요. 봉사하게 된 동기는... 사람이 이사를 해보면 감사함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북한에서 올 때는 빈손으로 왔잖아요. 그런데 이사할 때 보니까 짐이 두 차량이 넘는 거예요. '아~ 내가 이때까지 고마움을 몰랐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결도 해주더라고요. 지금 8년째 적십자 봉사를 하고 있는데 탈북민이 혼자였어요. 북한 주민은 북한 주민끼리 봉사하고 남한 주민은 남한 주민끼리 봉사하는 것보다도 남북한 주민이 함께 소통하면 좋잖아요. 소통이라는 게 작은 통일이기에, 그걸 많이 바랬기에 작년 1기부터 시작해서 봉사했고 올해도 다시 하게 됐어요.
내년이면 한국 생활 20년 차가 되는 김청길 씨. 봉사하면서 정기적으로 헌혈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적십자에서 자원자들에게 헌혈을 받습니다. 매혈이 아닌 지원자가 무료로 자기 혈액을 기부하는 형식인데요. 청길 씨는 지금까지 170번 헌혈을 했고 200번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헌혈하는 이유, 청길 씨에게 특별한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청길)북한에도 적십자라는 명칭은 있어요. 그런데 자원봉사자, 행정 그런 건 없어요. 무엇보다 저한테는 아픈 기억이 있는데요. 북한에서 아버지가 화상 입었는데 수혈을 못 받아서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여기(한국) 와 보니까 헌혈 기구가 다 잘 돼 있더라고요. 헌혈 체계도 잘 돼 있고요. 북한에서는 바로 피를 뽑아서 바로 넣어야 돼요. 헌혈해도 저장고가 없어서요. 만약 통일된다면 북한에 적십자 같은 봉사 단체나 헌혈의 집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이날 자기소개 시간을 진행한 하신아 씨도 탈북민입니다. 2016년 한국에 입국한 신아 씨는 늦깎이 대학생인데요, 대학에서의 전공도 사회복지학이랍니다.
(하신아)저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바로 취직해서 일을 한 2년 반 정도 하다가 대학을 갔습니다. 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너무 많이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부담도 됐는데 나중에 제가 사회복지사 쪽으로 갈 거니까 어쨌든 경험하고 경력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지원하게 됐어요.
2022년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신아 씨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이번 2기 봉사단에 지원했고 최종 선발됐는데요. 지난해 인연으로 자기소개 진행까지 제안받았습니다. 신아 씨는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는데요. 처음엔 그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진행을 해보니 느끼는 점도 많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신아 씨를 놀라게 했을까요?
(하신아)가고 싶은 곳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계셨어요. 북한에서 오다 보니까 여기(한국) 와서 적응해야 되지, 돈 벌어야지, 북한의 가족에게 돈 보내야지... 이렇게 하다 보니까 내가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을 생각 못 하셨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까 가고 싶은 곳을 얘기할 때 독도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도, 달나라 가겠다고 했을 때 좀 놀랐어요. 다들 경험도 많으시고 생각도 많이 하시는구나...
신아 씨는 처음 달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땐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죽기 전에 달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사람이 세 명이 넘으니 이쯤부터는 다들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됐다는데요. 신아 씨뿐 아니라 봉사자들 모두,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누군가의 희망을 장난처럼 웃어넘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첫 만남, 조금은 어색하지만 솔직하고 진솔한 자기 이야기를 통해 봉사자들 모두 한층 더 가까워졌고 이제는 1년 동안 봉사를 함께 할 조를 정하는 시간인데요. 조 이름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4개로 각자 자신이 원하는 조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남북통합문화센터 문동욱 과장의 설명입니다.
(문동욱 과장)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반도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남과 북의 주민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사계절로 팀을 구성하면 서로 이질감도 없고 재미있게 참여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조 이름을) 정해봤습니다. 봄 팀은 봄처럼 따뜻하게 지원을 해주는 활동을 해서 다른 봉사자들보다 1시간 먼저 오고 1시간 늦게 가는 그런 역할을 해주시고요. 여름 팀은 여름처럼 뜨겁게 가장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분들이 하시는데요. 어렵고 힘든 거를 먼저 해주시는 그런 역할을 해 주십니다. 가을 팀은 홍보팀으로 저희들이 즐겁게 봉사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다른 분들에게 전달하고 봉사활동 내용을 SNS에 올려서 활용하는 역할을 합니다. 겨울 팀은 포근하게 감싸주는 꽃송이 같은 역할인데요. 저희가 장애인, 탈북 청소년 등 많은 수혜자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데 1대 1 봉사 짝꿍을 진행하거든요. 이 봉사 짝꿍을 가장 먼저 해주실 분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실 수 있는 팀입니다.
-Closing Music –
활동 조의 이름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들의 봉사활동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속될 예정입니다. 2기 봉사단의 첫 번째 활동! 그 마지막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