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지난 5월 10일엔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참석했고요. 그밖에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이 자리했습니다. 아울러 참석 신청 후 추첨으로 뽑힌 국민 4만여 명도 함께 했죠.
특히 이번 취임식은 '국민과 함께'라는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내걸고 윤 대통령이 국민희망대표 20명과 함께 단상에 나란히 올라 화제가 됐습니다. 일반 국민으로서 가장 명예로운 자리에 앉았던 국민희망대표 20명 중에는 탈북민도 한 명 있었는데요. 과연 어떤 분일까요?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취임식 생중계 중)윤석열 대통령 내외분께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갈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뜻하는 국민희망대표 20분과 함께 인사를 나누시겠습니다. 공동체 사랑을 실천한 분들과 꿈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2030 청년들,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세계에 빛내고 있는 분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숨은 영웅들과 사회발전과 국민통합에 앞장 선 분들까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대한민국을 빛내고 모든 국민들을 대표해 20분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현장. 각 방송사 별로 생중계로 보도되는 역사적인 순간인데요. 국민희망대표로 선정된20명의 얼굴도 화면에 잡힙니다.
이들 중에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깐부할아버지로 전 세계적 인기를 모은 배우 오영수 씨.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미국에서 귀화해5대에 걸쳐 한국에 헌신한 인대위 씨. 천안함 생존 병사인 전환수 씨. 그리고 한국정착에 성공한 탈북민 이은영 씨가 있습니다.
(브마라 영상 중)저는 전복농사꾼 이은영입니다~
2003년에 한국에 정착해 도시에서 살다가 2010년 귀어를 선택한 탈북민 이은영 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난 뒤 남편의 고향인 전라남도 강진에 터를 잡았는데요. 처음엔 주꾸미와 문어를 잡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바다 일에 익숙한 남편 덕분에 벌이도 꽤 좋았다는데요. 주꾸미와 문어 잡이는 한철 작업이라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은영 씨의 남편은 휴업기가 없는 전복양식업을 제안했고, 강진에 내려온 지 3년 만에 두 사람은 바다에서 전복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전복을 출하하기까지 최소 3년이 필요했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은영 씨 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양식업을 이어갔고, 시작한지 5년 후부터 눈에 띄는 성장을 했습니다. 전복양식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13년 차. 사업의 규모는 이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인터뷰)저희는 한 13년 차거든요. 공장도 세웠고, 판매장도 있고, 창고도 지었고, 냉동 창고도 이제 두 개가 더 생겼고 이런 식으로 저희가 확장해 나갔어요. 지금은 1200칸 정도 전복 양식장을 하고 있고요. 그것 말고도 미역 양식도 하고 다시마 양식도 하고 판매도 하고 크게 하고 있어요. 전라도 안에서 한 5등 안에 들어갑니다.
2020년에 한국에 정착한 여동생까지 가족이 늘면서 은영 씨는 더 큰 꿈과 목표, 포부가 생겼습니다. 전복가공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현장음)전복장조림! 장 만드려고요. 엄청 많이 실패했죠. 한 번에 된 게 아니에요.
전복양식에 이어 전복장조림까지 생산하면서 사업을 더 키우고 있는데요. 은영 씨는 탈북민과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면서 주위의 좋은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착성공한 탈북민으로서 강연도 하고, 탈북민 사업가로서 탈북민의 사업 여건 개선에도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죠. 그러다 어느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통령 취임식 초청까지 받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사기 전화, 보이스 피싱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는데요.
(인터뷰)내가 잘 살려고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대통령 취임식 초대장을 보내려고 한다고 그래서 처음에 이제 연락이 왔을 때는 의심부터 하고 확인을 해봤어요.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거잖아요. 내가 나 먹고 살려고 바다 농사짓고 아등바등한 것밖에 없는데 설마 나한테... 초대장이 오기 전까지는 전혀 저는 생각 못 했죠. 초대장을 제가 한 3개 받았거든요. 같은 취임식인데 통일부에서 보낸 거 중앙에서 보낸 거 등 총 3개가 왔더라고요.
초청장을 받고 나서도 어안이 벙벙하고 실감이 잘 안 났습니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향한 대통령 취임식 현장! 그제서야 실감이 나고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인터뷰)도착하는 날 계속 전화하고, 도착했습니까 이렇게 이야기할 때 '아 진짜구나'라고 실감이 되면서 좋으면서도 가슴이 좀 뭉클했다고나 할까? 뒤돌아보면 죽을 고비 넘겼을 때도 많았고 운 날도 많잖아요. 그거를 보상해 준다는 느낌? 보통 친정 엄마가 한 고비를 넘기면 '잘했어, 우리 딸' 이렇게 하잖아요. 그거 칭찬해 주려고 나를 안아주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로또 복권 맞은 그런 기분. 아무것도 필요 없어서 너무 좋았어요.
수 많은 카메라와 사람들. 텔레비전에서 봤던 낯익은 사람들이 있고 국민희망대표로 선정된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서있는 그 순간, 기분이 어땠을까요?
(인터뷰)그때 기분은 그냥 뭐라고 해야지? 단상에 같이 올라가면서 앉아서 박근혜 전 대통령님도 봤고 문재인 전 대통령님도 봤고 김정숙 여사님도 봤고 이번에 이제 윤석열 대통령님도 봤고 악수도 했고 김건희 여사님도 봤어요. 그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영광이니까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탈북민 대표로 갔으니까 하늘의 영광, 하늘의 축복, 이런 것도 나한테 떨어지는구나. 내가 열심히 산 보람이 있다. 그리고 이 기회는 한 번밖에 없잖아요.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졌고 내가 더 잘해야 되겠구나 라는 생각, 그러면서도 뿌듯했어요. 엄청 뿌듯했어요. 지금까지 잘못 살지 않았구나 라는 당당함과 자부심을 안게 됐어요. 믿어주잖아요. 그 믿음 하나면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더라고요
탈북민을 대표해서 참석한 자리라는 걸 잘 알기에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는 은영 씨. 그런데 취임식에 참석해 보니 북한의 국가행사와는 너무 달랐다고 하는데요.
(인터뷰)저희 아버지가 북한에 있을 때 1급 기업소 당 비서였어요. 김일성이 있을 때죠. 선물도 늘 받으셨고 세포비서 당대회할 때 아버지가 항상 단상에 올라가셨거든요. 그런데 아빠는 가실 때 아무것도 안 가지고 신체검사, 건강검진 다 하고 가셔요. 모든 당중앙위원회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행사에만 몰두해 아무것도 안 해요. 그리고 길거리에 개미 하나 안 지나가요.
북한과는 너무 다른 남한의 국가행사를 보고 은영 씨는 눈물이 났다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초대장이 있어서 (행사장에) 쉽게 들어갔어요. 그리고 우리 어제 앉았던 앞에 물병들. 다리 벌려 앉은 사람, 이거(종이모자)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북한은 그런 걸 허용하지 않아요. 그러면 당장 정치범 수용소예요. 박수를 요란하게 안 쳐도 아웃이에요. 그런데 여기(남한)는 정말 자유국가라는 걸 어제 진짜 실감했거든요. 거기(취임식장)에 앉아 있으면서도 이렇게 다른 세상에서 사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울었어요.
-Closing Music -
전복사업장도 탈북 후배들을 위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 서겠다고 시작한 일들도, 너무나 버겁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함께 하는 가족이 있기에 그리고 은영 씨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20명의 국민희망대표 중에 은영 씨가 포함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목표를 향해 열심히 전진하는 성실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모두가 국민희망대표가 되기를 바라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