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하루가 24시간이니까 1년 즉 365일이면 8,760시간이고요. 10년이면 3650일이니까 87,600시간입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죠. 그래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 왔다면 그 분야에서 고수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요? 그래서 보통 회사나 단체에서는 10년이 되면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하는데요. 북한인권 실태를 국내외에 알리고 탈북민 교육 등에 앞장서는 사단법인 물망초가 그렇습니다. 설립 10주년을 맞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봅니다.
(현장음)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김수나. / 잠시만요. / 안에 들어가셔서 편안한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지난 5월 18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건물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입구에서 명단 확인부터 해야 하는데요. 초청된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참석자들의 명단을 확인하는 봉사자들이 바빠졌는데요. 잠시 여유가 생긴 시간, 취재 중인 저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 2월,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한 행사, 통일청춘 연합캠프에서 만났던 임충혁 군인데요. 이 행사장엔 어떻게 오게 된 걸까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임충혁)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충혁이고요. 지금은 물망초 장학생이어서 물망초 행사 봉사활동으로 왔습니다. 저도 이쪽 북한 인권이나 북한 관련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한 번쯤 물망초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또 이번에 10주년 행사라고도 하고 10년 동안 물망초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장이니까 봉사 겸 물망초가 어떻게 왔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물망초에서는 탈북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뿐 아니라 탈북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매년 5명 내외의 탈북청년들에게 미국 영어연수 기회도 제공합니다. 덕분에 해마다 물망초와 인연을 맺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데요. 충혁 씨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됐습니다.
충혁 군은 장학금을 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시간을 냈다는데요. 행사장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행사장 안내를 돕는 역할까지 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입니다. 참석자들이 연이어 도착하고 충혁 씨는 응대하느라 다시 바빠집니다.
(현장음)방명록 써요? / 네. / 다음 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팜플렛 받아 가시고요. 행사장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비루스의 치명률이 미미해지면서 실내 행사와 모임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코로나비루스 감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약간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250명이 착석 가능한 행사장이지만 한 칸 띄어앉기로 130명 정도만 초청됐고, 명단 확인을 마친 사람들만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요. 가장 먼저 ‘물망초의 날’ 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네요. 오늘 이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요?
(인터뷰)안녕하세요. 저는 물망초 조경희 국장입니다. 이번 행사는 물망초 설립 10주년을 맞이해서 진행하는 2022년 물망초의 날 행사입니다. 원래 물망초의 날은 저희가 매년 창립 기념일인 5월 22일 전후로 해서 행사를 하는데 이번에는 특히 물망초 설립 10주년을 맞이해서 진행한 물망초의 날 행사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망초의 날 1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물망초가 지난 10년간 작은 모임부터 큰 행사까지 북한인권과 관련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관심을 갖게 되기까지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물 상영이 이어지고 물망초 활동을 지지해주는 회원들에게 전하는 감사장 전달 시간도 마련됩니다.
(현장음)올해 감사장은 특별한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감사장 전달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입니다. 먼저 지난 21년 물망초 각 기관별 사업 활동 후원 및 재능 기부해 주시는 단체 및 개인 후원자에게 감사장 전달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이 자리와 견주어 봅니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제적인 지원까지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수많은 민간단체들마다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신념을 펼칠 수 있으니까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인터뷰- 조경희 국장)북한인권, 특히 국군 포로분들에 대해서 사단법인 물망초가 현장에서 계속 말하고 뭔가 정책에 필요한 게 있으면 국회도 문을 두드리면서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요. 저희가 발대할 때부터 물망초 취지에 동감하신 분들이 지금까지 후원을 하고 계세요. 금액에 상관없이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계신데요. 100명 이상이 꾸준히 후원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분명히 10년 동안 본인의 상황도 많이 바뀌었을 텐데 여러 가지로 꾸준히 한결같이 해 주셨던 분들이 참 많으셨습니다. 10주년 지속 후원자들 명단을 스크린을 통해서 올렸을 때 그 감정은 진짜 놀라웠어요.
금액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0년 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물망초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마음이 한결 같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10주년 행사의 구호가 ‘함께 걸어온 10년, 손잡고 뛰어갈 10년’입니다. 그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올해 처음 시작한 일이 있다는데요.
(인터뷰-조경희 국장)북한인권이라든지 국군포로분들의 송환 문제 등에 대해서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하신 분들한테 물망초인상 제정을 하게 됐습니다. 남한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해서 성공한 삶을 사는 북한 이탈주민이나 탈북민들 주변에서 롤 모델로 삼고 싶은 분, 아니면 북한 인권에 대해서 헌신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하셨던 분들 중에서 우리가 매년 한 명을 제정을 하자고 했습니다. 첫 번째로 요안나 호사냑이라는 분이 선정이 되셨습니다.
(현장음)물망초인상! 요안나 호사냑. 18년 동안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와 수많은 보고서 등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고 특히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국군포로와 그 후손의 인권 탄압을 유엔에 알린 공로가 인정되어 제1회 물망초인상을 수여합니다. 2022년 5월 18일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 박선영 대독. 축하드리겠습니다.
한국에도 사명감 하나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1회 물망초인상으로 선정된 사람은 바로 폴란드 출신의 요안나 호사냑 씨인데요. 사실 호사냑 씨는 북한인권 관련 단체와 기관들 사이에선 유명합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한국에 머물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물망초인 1호로 선정된 호사냑 씨에게 지난 10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인터뷰)첫 10년은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2003년에 먼저 폴란드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2004년에 북한 인권 시민연합에 와서 이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단체와 많은 북한 피해자분들과 함께 활동을 했는데 그때 당시에 많은 외교관들이 저희랑 대화하기를 거절했고 한국 단체들이나 한국 외교관들이 북한 인권운동하는 단체나 피해자를 비판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이 실망을 했고 그때 사실은 저는 처음으로 포기하고 싶었는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0년 지나니까 많은 단체와 많은 피해자분들 덕분에~~
-Closing Music –
변화를 이끌어 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자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인권실태를 알리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거죠.
누구나 아무리 해봐도 성과가 보이지도 않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아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면 결국은 그렇게 모아진 시간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이 변화하길 바라며 북한인권 향상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북한인권단체 물망초,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 알아봅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