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통일 골든벨을 울려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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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코로나비루스로 2년 넘게 여러 명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었던 한국에선 지난 5월부터 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마스크를 껴야 하지만 실내에서 100명 이상 모일 수도 있고요. 야외에서는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행사와 모임, 공연,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요. 공통된 관심 분야를 퀴즈로 풀어보는 퀴즈 대회도 몇 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남한 대학의 북한 인권 소조들이 마련한 ‘통일 골든벨’ 퀴즈대회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 5월 20일, 고려대학교 북한 인권학회 ‘리베르타스’에서 제3회 통일 골든벨을 진행했는데요.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난주에 이어 통일 골든벨 소식 전해드립니다.

(현장음) 2천 년 시드니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남북 동시 입장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남북한 선수단이 들고 입장한 깃발로 이후 북한과 동시 입장을 하는 국제 행사 때 종종 사용되는 기의 명칭을 적어주세요. 삼. 이. 일! 정답을 들어주세요! 정답은 한반도기, 단일기, 통일기까지 인정하겠습니다. / 한반도기! 다 한반도기에요. / 정말 대단하시네요.

통일 골든벨이 진행 중인 고려대학교의 한 강의실! 문제를 내는 진행자의 목소리만 들릴 뿐 참가자들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이 안 될 만큼 조용합니다. 강의실에 자리 잡은 학생은 총 24명! 모두들 책상 위에 1인용 하얀 칠판을 올려놓은 채 문제에 집중합니다. 문제를 듣고 칠판에 정답을 표기한 후 진행자의 구령에 따라 칠판을 들어 작성한 답을 보여주는 거죠.

객관식 문제, OX문제, 주관식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출제되는데요. 문제를 맞혔다는 환호성은 물론 틀려서 아쉽다는 탄성도 없습니다. 너무 진지해서 마치 입시 시험을 치르는 시험장 같은데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리베르타스 회원 조혜금 양의 말입니다.

(조혜금) 2022 통일 골든벨에는 총 24명이 참가했는데요. 고려대학교 재학생들만 참가한 것이 아니라 타학교 재학생과 취업준비생도 함께 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조용한 분위기었고 조금 더 차분한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출제되는 문제가 통일관련되고 북한과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장난스럽게 풀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엄숙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30번째 문제까지 풀고 난 후 남아있는 참가자는 7명! 최종적으로 골든벨 수상자 6명을 선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제일 먼저 틀리는 사람이 아쉽게 탈락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북한과 통일문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기에 탈락까지 참가자들에게는 총 3번의 기회를 주는데요.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7명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습니다. 문제의 난이도는 점점 더 높아집니다.

(현장음)다음! 이제 좀 어려운 문제로 가보려고 하는데요. 31번. 워싱턴DC를 기반으로 한 북한 인권 전문 연구기관인 이곳은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하고 활발한 연구와 출판 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에 감춰진 수용소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한 이곳의 명칭을 적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수들의 대결답게 쉽게 결판이 나지 않습니다. 칠판에 정답을 써 내려가는 속도도 굉장히 빠른데요. 망설임 없이 답을 적어내는 참가자들! 남아있는 참가자 7명 모두가 이번 문제도 통과했을까요?

(현장음)네. 정답은 '북한인권위원회'입니다. 굉장히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네요. 괜찮습니다. 저희는 문제를 100문제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갈 데까지 가보는 걸로. 다음 문제로 가 볼게요. 심각한 사건에 노출되어 이로 인해 정신적 상해를 입은 후유증을 말하는 심리적 질환으로 북한 내 구금 시설 또는 일상에서 심각한 수준의 신체적, 성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나타나기도 하는 이 질환의 이름을 써주시면 됩니다.

심각한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흔히 트라우마라고도 불리는데요. 원인이 된 사건을 겪었을 때 느꼈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시간이 지나서도 계속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탈북과정에서 겪었던 신변에 대한 두려움, 북송과정에서 경험한 신체적 고통이 커서 탈북민 중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내용이 퀴즈 문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1회 통일 골든벨에서는 통일 관련된 문제만을 냈다면 세 번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서는 북한 인권까지 포괄하는 내용으로 출제됐습니다. 맞춤법은 기본이고 명칭도 완벽하게 써야만 정답으로 인정을 하기에 한, 두 명이 오답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예를 들어 북한 인권에 대한 첫 정부 차원의 보고서가 무엇이냐는 문제는 ‘미 국무부 국가별 인권보고서’가 정답이었고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라고 쓴 참가자는 오답 처리됐습니다. 이렇게 엄격한 평가를 통해 7명 중 한 명이 탈락! 수상자6명이 정해졌습니다.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퀴즈는 계속되는데요. 예비문제까지 한참을 풀고 나서야 순위가 겨우 가려졌습니다. 리베르타스 조혜금 양입니다.

(조혜금)저희가 준비한 문제는 총50문제였습니다. 중상위 문제로 북한에 대한 내용의 경우 전문가 지식수준이었어요. 기출문제로 100문제를 미리 배포한 후에 골든벨이 진행됐다고 하지만 그 내용을 암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참가자들이 열심히 해주셔서 아주 치열한 골든벨이었습니다. 모두가 문제를 너무 잘 풀어서 최종 우승자를 뽑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정도였는데요. 준비한 문제 이외에 추가 문제는 주관식으로만 진행했고 정확한 답만 인정해서 어렵게 뽑았습니다.

2022 통일 골든벨을 울린 주인공은 지난해에도 통일 골든벨에 참가했던 남한 청년인데요. 방송에 목소리가 나가는 걸 원치 않아서 아쉽게도 소감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행사를 모두 마친 후 이번 대회를 주최한 리베르타스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데요. 행사를 마친 소감, 리베르타스 임충혁 부회장에게 들어봤습니다.

(임충혁)북한 인권이라는 건 한국사의 상당히 생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예상할 때 이 문제만큼 못 맞추겠지, 이 문제는 절대 맞출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학생들이 너무 잘 맞췄던 것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북한 인권 문제가 좀 낯설었을 텐데 거리낌 없이 문제 잘 풀어주고 정답을 잘 맞춰줄 때 가장 인상이 깊었고요. 행사가 다 끝난 후에 참가자 중에 한 분이 나가시면서 정말 좋은 일을 하시는 것 같다고 다음에 또 행사를 개최하면 친구들 데리고 오겠다고 하시는 분이 있었거든요. 그분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고 우리가 이런 행사를 계속 꾸준히 진행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했던 행사장에 활기가 생기는데요. 참가자들과 함께한 기념사진 촬영 덕분입니다.

(현장음)사진 찍읍시다. (웃음소리) 여성분들 앞으로 나와 주시고요~

학교 시험 문제 풀듯이 문제를 풀던 청년들은 이제서야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현장음)자 찍을게요. 하나, 둘, 셋. / 북한인권 / 골든벨! (박수소리)

-Closing Music –

북한과 통일, 북한의 인권 등 공통된 관심사로 한자리에 모인 청년들! 이 자리를 통해 충혁 씨는 또래 청년들에게… 특히 남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데요.

(임충혁)북한 인권이라고 하면 흔히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아요.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인권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한국 학생들이 북한 인권 하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인권. 먹고 사는 문제 그리고 위생적으로 살아가는 문제, 인간이 삶을 살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의식주 문제… 그런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는 걸 인지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대응하는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한국 학생들이 관심을 두고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문화와 탈북민, 통일에 관한 문제를 준비한 청년들과 그 문제를 공부하고 풀어간 청년들 모두가 통일 골든벨을 울린 주인공입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