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코로나비루스로 중단됐던 행사들이 재개되면서 한국에서는 코로나 이전의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밀집하는 공연의 경우, 코로나 확산으로 취소되는 일이 잦았는데요. 이제는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남북 주민이 함께 하는 공간,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도 중단했던 공연을 다시 시작했는데요. 어떤 공연이 열리고 있을까요? <여기는 서울>에서 그 현장, 찾아가 봤습니다.
(현장음) 리허설 스케치
이곳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남북 통합문화센터 1층 통로인데요. 탈북민들이 생산한 제품을 홍보하는 공간과 다양한 음료를 파는 커피집이 위치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통로의 커피집엔 각양각색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데요, 바로 이곳에서 오늘의 공연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인터뷰)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북하나재단 최현옥 팀장입니다. 저희 센터가 기나긴 코로나 상황을 지나온 뒤 대중적인 음악 행사를 시작할 계기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때를 맞이해서 공연 주간을 운영합니다. 5월에 일주일, 6월에도 일주일 동안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오늘은 버스킹을 통해서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즐겨했던 예술 활동을 펼치고 남북한 주민들이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계기를 통해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6월 7일부터 11일까지 남북 주민이 함께하는 ‘남북통합문화 콘텐츠 확산 주간’을 운영했는데요. 서커스부터 악단 연주까지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행사 셋째 날! ‘문화가 있는 점심’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공연은 딱 점심시간에 맞춰 열립니다. 남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11시 30분부터 1시 사이인데요. 공연은 12시 30분부터 1시까지 30분가량 진행됩니다.
‘문화가 있는 점심’은 탈북민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버스킹 공연입니다. 일반적으로 버스킹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열리는 공연이지만 오늘은 실내, 남북통합문화센터 1층 복도에서 진행되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는 점에서 복도는 건물 안의 거리인 셈이죠.
공연 시간은 임박해 오는데 공연에 대한 사전 안내도 없습니다. 실내 버스킹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마이크 하나가 설치될 뿐입니다. 연주자들이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소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 발걸음을 멈추기 시작합니다. 연습을 마친 연주자들이 잠시 쉬는 사이 공연 관계자가 조용히 마이크를 잡습니다.
(현장음)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박수 소리) 오늘 여러분들의 점심 디저트를 함께 하기 위해서 두 분을 모셨습니다. 앞에 보신 분은 문성광. 색소폰 연주자로 알려져 있고요. 아코디언 류지원 씨. 이렇게 두 분이 7곡을 30분 동안 연주해 드릴 겁니다. 공연 내용은 북에서 음악인들이 즐겨 부르는 남한 곡, 외국 곡, 북한 곡까지 세 버전을 섞어서 합니다. 북한의 주민들도 저런 곡을 즐기는구나 하는 걸 여러분들이 느끼실 수 있습니다. 다소 생소한 곡도 한두 곡이 있어요. 여러분들이 미국 팝송을 즐기듯 북한 음악인들은 러시아 노래이나 포크송을 듣습니다. 그중 대표곡으로 두 곡을 골라봤습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재미는 시간 되십시오~
박수와 함께 시작된 첫 연주곡은 남한노래 ‘님은 먼 곳에’인데요. 잠시 감상해 보시죠.
(현장음)색소폰 연주곡 – 님은 먼 곳에

바깥에는 이슬비가 내립니다. 날씨와 잘 어울리는 색소폰 연주 소리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고 어느새 비어있던 자리는 꽉 찼습니다.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한 연주가는 문성광 씨입니다.
(인터뷰-문성광)저는 이전에 최고 사령부 군악단이라는 곳에 있었어요. 외국인들이랑 외국인 수반들이 올 때나 1호 행사할 때 보면 군복 입고 악기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거기 있다가 남조선에 오게 됐는데 남북 문화센터에서 불러주셔서 공연하러 오게 됐습니다.
색소폰 연주가 문성광 씨는 함흥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악기를 연주했고 군악단 소속으로 주로 1호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금만 잘못을 해도 군악단에서 퇴출당했다고 하는데요. 성광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군악단에서 나온 뒤 음악만 했던 청년은 먹고살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북한과 중국을 넘나들었습니다. 탈북해 중국에서 지내던 시기, 성광 씨는 길거리 공연, 버스킹을 했습니다.
(문성광)친척 하나 없이 중국에서 제일 오래 살았어요. 말하자면 길바닥에서 이렇게 버스킹 하면서 사람도 알아가고 여기저기 나를 캐스팅해서 성장했다고 할 수 있죠. 한국엔 여행 왔어요. 중국에서 음악을 하니까 잘 살았거든요.
중국에서 성광 씨는 공연을 하며 돈도 꽤 많이 벌었답니다. 보통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오기까지3국을 거쳐 생사를 넘는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성광 씨의 경우 여행을 한다며 가짜 신분증을 들고 한국에 입국했고 도착한 뒤에는 제 발로 국정원에 찾아갔습니다.
그때가 2018년 10월, 성광 씨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성광 씨는 남한에 와서도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데요. 공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분위기 때문이라는데요. 성광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문성광)차이가 완전 심하죠. 북에서 공연할 때는 국가 공연만 했거든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국민들을 위해서, 그냥 사람들을 위해서 공연하는 거에요. 북에서는 딱 한 사람을 위해서 하는 공연이거든요. / (리포터) 한국에 와서 버스킹 공연은 많이 해보셨어요? / (문성광) 몇 번 해봤어요. 사람들이 호응해주고 가식이 아니라 진실로 호응해주고 또 돈도 주고 하니까 좋죠.
버스킹 공연에서는 공연 관람료가 따로 없습니다. 공연이 마음에 안 들거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면 돈을 안 내도 되고 맘에 들었다면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관람료를 연주자 앞의 상자에 넣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버스커들은 공연을 하면서 악기통을 열어놓고 관람료를 받죠.
-Closing Music –
(현장음)아코디어 연주 – 돌아와요 부산항에
버스킹 공연의 매력에 빠진 또 한 사람, 아코디언 연주가 류지원 씨입니다. 남한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 라는 곡으로 공연을 시작했는데요.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지원 씨의 아코디언에 박자를 맞춥니다.
(인터뷰- 류지원)선전대 손풍금수였어요. 선전대 출신이라 북한에서는 아코디언 연주만 했어요. 거기서는 노래하고 싶어도 못 했는데 여기(한국) 와서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고 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공연 가면 평은 좋아요.
현란한 손놀림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지원 씨. 북한에서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지만 한국에서는 원 없이 노래하며 공연장을 누빈다는데요. 이번 공연에서도 지원 씨는 한 곡 멋지게 불렀습니다. 류지원 씨가 부르는 노래는 다음 시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탈북 연주가들의 버스킹 이야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