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행복 나눔 반찬 봉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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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우리가 정과 마음을 나누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 최고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남한의 수 많은 봉사단체가 음식을 해서 필요한 곳에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주 지역에 사는 탈북민들이 모여 만든 여원봉사단도 마찬가집니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이면 봉사단 회원들이 모여 반찬을 만드는데요. 6월에 있었던 반찬 봉사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찾아가 봤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그 현장 전해드립니다.

(현장음)반찬 만드는 소리 + 밑에 거를 좀 뒤집어야 해. / 대중 음식은 조금 삼삼해야 해. 짜면 안돼. / 시금치 한 번 뒤적거려. 그래야 밑에도 간이 돼.

내 입맛보다 다른 사람의 입맛을 더 챙기는 사람들. 반찬을 맛볼 분을 먼저 고려하는 봉사자들의 마음입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봉사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서 여원봉사단 회원들의 진심이 느껴지는데요. 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여원봉사단에 참여하겠다고 연락하는 남한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으니까요. 코로나가 대 유행하던 시기에도 여원봉사단은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그 모습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던 김나현 씨는 직접 연락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인터뷰-김나현)어떻게 운영이 될까 궁금했지만 얘기를 많이 못 해 봤어요. 처음엔 도와줄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와서 보니까 부족한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저 나름은 어디선가 후원을 끌어 와야겠다, 나의 작은 뭐라도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들을 이제부터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봉사자분들이 다 직장인이시더라고요. 직장인이면 힘들게 일하시고 주말에 쉬고 싶을 텐데 그래도 여기를 위해서 이렇게 하시는 게 너무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여원봉사단에 속해 있는 봉사자들은 대부분 본업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엔 직장생활을 하고 쉬는 날이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 봉사자들끼리 교대로 봉사활동을 합니다. 여원봉사단 활동에 물품이나 금전적인 후원을 해주는 개인과 단체도 있지만 봉사단 회원들도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활동비에 보태는데요. 나현 씨의 경우 회비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나현 씨의 얘기 좀 더 들어볼까요.

(인터뷰-김나현)이분들이 저를 반길까 하는 생각을 사실 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제가 처음 왔을 때니까 되게 멋쩍잖아요. 하나씩 챙겨주시고 이거 입으세요, 이거 하세요, 이렇게 해주시는 것들에 대해서 되게 고맙고 거리감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지난달에 왔을 때는 제가 처음이니까 회장님께서 전을 붙이라고 하셨어요. 해물완자전! 그래서 2시간 내내 해물 완자를 붙였어요. 그리고 예쁘게 담아서 포장하는 거 했었고요. 그리고 찾아가시는 분들이 오셔서 전달해드렸는데 되게 뿌듯했어요.

6월의 반찬은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돼지고기 김치찜 그리고 전날 담근 열무김치입니다. 열무김치는 하루 사이에 먹기 좋게 살짝 익었고요. 다른 반찬들은 반찬 나눔이 있는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3시간 동안 만들었습니다. 오전 내내 반찬을 만드느라 분주했다면 이번엔 반찬통 개수를 세느라 바빠집니다.

(현장음)하나, 둘, 셋, 넷, 삼사 십이, 십삼, 십사, 이건 뚜껑 없어요? / 이거요?

독거 어르신이 일주일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의 열무김치 한 통, 시금치나물과 멸치볶음을 담은 한 통 그리고 돼지고기 김치찜 한 통까지! 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반찬통은 3개. 반찬을 받는 어르신이 20명이니 준비된 반찬통만 60개입니다.

반찬을 만든 곳이 아파트 지하였기에 나눔 장소까지 옮겨야 하는데요. 통로가 좁고 계단까지 있어서 만만치가 않습니다. 반찬통 15개를 담을 수 있는 바구니가 동원되는데요. 바구니 무게도 제법 나가서 두 사람이 함께합니다.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반찬을 나눠줄 아파트 경비실 옆으로 이동하는데요. 지하에 남아 다른 봉사자들 곁에서 뒷정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원봉사단 조끼를 입고 있지는 않지만 낯이 익는데요. 자세히 보니 봉사단 감사를 맡았던 장영숙 씨입니다.

(인터뷰-장영숙)반년 넘게 제가 봉사를 지금 못하고 있어요. 자궁경부암에다가 유방암으로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니고 있거든요. 말기라 방사선 석 달, 모의 치료 6개월 동안 받고 있거든요. 항암은 다 끝났고요 그다음에 방사선 치료도 끝났고 지금은 약을 계속 먹으면서 일주일에 두 번 다니거든요. / (리포터) 아픈 몸으로 왜 오셨어요… 어제 열무김치 담그는 자리에도 오셨던데.. / (장영숙) 심심해서 운동 삼아서요.

회령 출신의 장영숙 씨는 여원봉사단의 총무로 또 감사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지만 올 초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감사직을 내려놨습니다. 치료를 마치는 대로 다시 봉사단에 돌아와 열심히 활동하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방암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걱정되는 영숙 씨이지만 여원봉사단의 활동이 있는 날이면 잠깐이라도 들여다보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처럼 반찬을 만드는 아파트 지하까지 오는 길이 영숙 씨에겐 힘겹습니다. 벽을 잡고 난간을 잡아가면서 어렵게 어렵게 봉사 현장까지 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장영숙)솔직히 말해서 오래 서 있는 거, 앉아 있는 거, 내 몸을 아직까지는 유지를 못하고 힘들고 벅차거든요. 제 몸도 아프지만 할 일이 많잖아요. 저는 회원들에게 배려는 많이 받는데 그걸 보답을 못 하니까 따라만 다니는 거에요. 앉아서 살랑살랑 조금씩 뭔가 해줄 수도 있고 조금이라도 내가 보태고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또 가만히 있기보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그날은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지금 오는 거죠. 빨리 나와서 이제 보답해야 되겠는데 그게 잘 안돼서 안타까워요.

여원봉사단에서는 넉넉한 인심으로 늘 음식을 여유 있게 하는데요. 어르신들에게 먼저 반찬을 제공하고 남은 반찬은 도움이 필요한 주변 탈북민들과도 나눕니다. 봉사단원들은 장영숙 씨에게 반찬을 듬뿍 나눴지만 영숙 씨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답니다. 봉사단에도 크고 작은 병을 앓고 있는 회원들이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인터뷰-장영숙)내가 뭐 보태주는 건 없지만 끝까지… 저는 그래요. 내가 살아있는 한, 병과의 싸움에서 이겨서 내 힘닿는 한 봉사를 하고 싶어요. 나는 영원한 여원봉사단의 회원이고 당당하게 앞으로도 여원과 함께 살겠다는 그런 마음이에요. 끝까지 여원과 함께 살겠습니다. 장영숙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는 영숙 씨의 목소리는 약하지만 평소보다 더 묵직한 힘이 느껴집니다. 영숙 씨를 통해 봉사라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데요. 그 자리에 있었던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김나현)회장님 말씀 중에 제일 감동이었던 게 있어요. 옛날에는 이사 갔을 때 떡 갖고 가면 열어준 것처럼 반찬 꾸러미 갖고 가면 문 열어준다는 말이었어요. 먼저 마음의 문을 연 거잖아요. 우리도 호응하고 대응하고 같이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이제 작은 발걸음의 시작인 것 같아요. 이분들이 정말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이고 대단하다고 박수 쳐드리고 싶고요. 저 또한 보고 배워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시간이 가능하다면 늘 함께하고 싶고 한 명이라도 더 같이 하고 후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와야겠어요.

-Closing Music –

마음을 담아 나누는 행동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전해지니까요. 장영숙 총무의 쾌차와 함께하는 모두의 건강을 빌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