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행복한 꼴찌 야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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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세상 모든 시작은 설렘과 두려움, 걱정이 함께 합니다. 이성과 처음 데이트를 할 때, 첫 노임을 받을 때, 처음으로 부모가 됐을 때 등 살면서 처음 해보는 모든 일들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시작되는데요. 그 감정은 시간과 함께 보람과 즐거움으로 바뀌기도 하죠. 바로 이 과정에 서있는 탈북민들을 소개합니다. 남한 최초, 탈북민 사회인 야구단 NKP타이거즈 입니다. 지난 6월 25일 열렸던 친선경기 <여기는 서울>에서 찾아가봤습니다.

(현장음)하나, 둘, 셋, 허이! / 타자 너무 쎄게치려 하지 마. 가볍게 가볍게~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한 야구 경기장. 바로 이곳에서 NKP타이거즈와 한국의 유튜버즈 팀과의 친선경기가 열립니다. NKP 타이거즈는 2021년 3월, 결성된 전원이 탈북민으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단인데요. 현재 15명의 선수가 뛰고 있습니다.

창단 이후, 올해 들어 매 주말마다 한국의 사회인 야구단과 경기하며 경험을 쌓고 있는데요, 특히 이날 경기는 6.25 전쟁 72주년 기념일에 맞춰 열렸습니다. NKP타이거즈 팀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새한반도야구회 김현 이사장의 말입니다.

(인터뷰-김현)언젠가 남북 교류가 본격화가 되었을 때 북한에 뭐라도 가지고 들어가서 여기 한국 분들이랑 북한에 있는 분들이랑 함께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6.25가 우리 민족에 있어서 아픈 날이지만 그 아픔을 간직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강조하고자 오늘 이 경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김현 이사장은 과거 일본 프로야구에서 재일교포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민족 자부심을 드높였던 것처럼 새한반도야구회가 탈북민 야구단을 지원하고 돕는 것으로 탈북민의 정착에 힘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통일된 한반도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는 설명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김현)통일이 언제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걸 기다리지 말고 새 한반도 역사를 우리가 써나가야 되겠다는 취지와 통일 야구 백년사를 우리가 써 나간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야구가 대중적인 운동은 아니죠. 그래서 취지와 목적은 좋지만 탈북민 선수들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선수들의 열의가 있기에 미래가 밝다고 말하는데요. 경기 시작 전, 경기 결과도 낙관적으로 예상했습니다.

(인터뷰-김현)야구 경력과 실력은 엄연히 차이가 있겠죠. 하지만 저희 팀 멤버들도 엄청 열심히 훈련을 계속 해왔습니다. 평소에 한 2~3 시간만 훈련하는데 최근 한 몇 주 동안에는 4시간, 5시간, 6시간 이렇게 많은 훈련을 했습니다. 오늘 시합에 출전하는 멤버들은 일부 학생이고 대부분 사회인입니다. 다들 평일에는 힘들게 일하고 주말마다 멀게는 한 100km 정도를 운전해서 모였고 그렇게 훈련을 거듭해 왔습니다. 실력 차이를 감안하면 이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저희 팀이 아주 열심히 훈련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고 한 8 대7 정도로 저희가 이기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18 대 0으로 완패!

점수차는 컸지만 실망은 하지 않습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자그마한 통일'이 이뤄졌고 선수들은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었으니까요. 선수들은 경기를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NKP타이거즈 단장 김광석 씨의 말입니다.

(인터뷰-김광석)유명한 사회인 야구팀하고 경기하며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는 졌지만 기분이 좋아요. 남북이 하나되는 느낌으로, 앞으로 통일을 이루고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을 기대하면서 뛰었기 때문에 오늘 경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해서 앞으로는 유튜버즈 팀처럼 멋있는 팀으로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하겠다’는 것은 평범한 말이지만 NKP타이거즈 선수들에게 이 말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약속입니다. 야구 규칙도 몰랐던 사람들이 이제 주말마다 경기를 뛰고 공을 던지고 또 치고, 달릴 수 있으니까요. 김 단장은 예전에 축구를 했다는데 지금은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인터뷰-김광석)저희는 원래 축구를 했습니다. 축구를 하다가 한번 그러면 가서 보자 해서 와봤는데 좀 규칙도 복잡해서 일단 한번 도전하는 심정으로 시작했고 지금 배우고 있습니다. 규칙이 너무 복잡하고 많이 힘든데 그래도 도전하는 심정으로 하니까 기분이 좋고 활동도 주말마다 하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

야구에 푹 빠진 또 다른 NKP타이거즈 선수, 이광진 씨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와서 3개월 만에 야구를 시작했는데 정착과 함께 시작한 야구! 광진 씨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인터뷰-이광진)운동을 원래 워낙 좋아해서 (한국에) 와서 3개월 만에 야구를 접해보니까 너무나도 좋아서 하루도 안 빠지고 주 내내 6일 일하고 주말에는 나와서 운동하고 끝나면 소풍처럼 같이 먹고 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정착하고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저희가 모든 걸 해나가는데 야구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서로가 좋은 정보 공유하고 또 협회에서 많은 걸 가르쳐주고 해서 정착하는데 우리 야구회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 야구단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요. 프로 선수들 못지 않게 야구를 잘하고 싶어요.

야구 실력이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지만 개인의 다짐으로만 이룰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운 고향 땅 북한에서 야구경기를 해보는 것인데요. 언젠가는 가능하리라는 믿음과 바람으로 광진 씨는 매 경기를 뛰고 있습니다.

(인터뷰-이광진)아직까지 야구공 하나, 서로 못 날아간다는 게 가슴 아파요. 한반도에서 야구공이 서로가 오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습니다. 앞으로는 꼭 우리가 날리는 공이 북쪽까지 갈 수 있는 그런 야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야구를 통해 남북 사람들이 화합을 이루는 것은 탈북민들만의 소망이 아닙니다. 한국 야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로 평가받는 프로야구스타 양준혁 씨도 같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북민 야구선수단의 역할이 더 크다고 말하는데요.

(인터뷰-양준혁)저 역시도 사실은 평양에 야구장을 지어서 프로야구를 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남과 북이 화합이 돼서 통일로 가는 길, 제일 첫 걸음은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야구에는 참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거든요. 팀워크도 있어야 되고 특히 이제 배려하는 마음도 알고 상대방의 마음도 읽어야 돼요. 이런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 탈북민 가족들이 야구를 통해서 인성이라든지 이런 것을 배워 이 사회에 잘 적응해서 대한민국 사회의 한 구성원이 제대로 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Closing Music –

양준혁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NKP타이거즈 선수단에게 부족한 부분, 보완할 부분에 대해 1:1 지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양준혁)배트를 잡을 때 보통 손이 밑에 있는데 이러면 몸이 뜰 수 있어요. 귀 옆, 두개골 옆이 힘쓰는 곳이에요.

야구는 혼자만 잘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닙니다. 함께 경기를 뛰는 동료들을 배려할 수 있고 때로는 동료를 위해 희생해야 할 때도 있죠. 그래야 1루, 2루, 3루를 돌아서 결국 '홈'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혼자 살 수 없는 인생도 마찬가집니다. 저마다의 홈에 도착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NKP타이거즈 선수들입니다. 언젠가 북쪽으로 홈런을 치고 싶다는 선수들의 꿈을 응원하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