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건강한 여름의 비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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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날은 덥고 습도까지 높아서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요즘입니다. 음식도 금방 부패되고 자칫 장염에 걸리면 탈진이나 탈수가 올 수도 있는 시기인데요.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입맛을 살리고 기운을 돋궈주는 음식도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으니까요.

음식으로, 여행으로, 다들 자신만의 비법으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요. 탈북민들도 마찬가집니다.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그들의 이야기, 지난주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현장음)고생들이 많으십니다. / 여기 앉으세요. / 여기 앉을까요? / 예. 할머니가 여기 앉으셨으니까. 잠시만요. (콧노래 소리)

한 어르신이 콧노래를 부릅니다. 옆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소립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파주의 한 아파트 한 켠에서 탈북민 봉사단체 여원봉사단 회원들이 여름맞이 봉사를 나왔습니다. 자리를 안내 받으면 밑반찬과 함께 수박, 떡 등이 준비되는데요. 언뜻 보면 야외식당 같지만 오늘 제공되는 삼계탕은 모두 공짜! 신분증으로 아파트 주민 어르신이라는 게 확인만 되면 됩니다.

(현장음)몇 동에 사세요? / 여기, 310동. / 10동? 신분증을 가져오셨을까요? / 나 그거 안 줘요? / 잠깐만. 오신 분들 새로 준비해드려야 하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두 분이 지금 오셨지? 다른 분들 드시던 데 앉지 마시고. / 감사합니다. / 육수가 왜 이렇게 적게 나와? 육수가 부족해? / 잘 먹었습니다. 잘 먹고 갑니다…

여원 봉사단의 여름맞이 삼계탕 봉사는 올해가 처음은 아닙니다. 매년 여름, 120마리가 넘는 닭을 삶아 삼계탕을 준비해왔습니다. 한국에선 복날이면 삼계탕을 파는 가게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 지어 서 있을 정도로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인 보양식이지만 북한에서는 더운 여름이라고 보양식을 챙겨 먹는 일이 흔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정착 초기엔 초복부터 중복, 말복까지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한국 사람들이 신기했다는데요. 백춘숙 회장의 말입니다.

(백춘숙)거기(북한)에 있을 때는 오늘 한 끼 먹기도 어려운데 언제 보양식까지 챙겨 먹겠어요. 주위에 환자가 생기고 진짜 허약한 사람이 있을 때는 닭곰을 먹어요. 지금 우리가 넣은 것처럼 닭 속에 삼이랑 대추도 넣어서 단지에서 푹 고아서 먹는 그런 경우는 있거든요.

이제는 백 회장도 초복부터 말복까지 최소 한 번 이상은 삼계탕을 먹지만 여전히 신기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는데요. 바로 닭의 크기입니다. 남한은 북한에 비해 음식 사정이 넉넉한데도 이상하게 닭만은 작은 닭으로 요리합니다. 이유가 있는데요. 아이나 어르신들도 먹기 좋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이 자리에 오신 어르신들도 삼계탕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워 내시는데요. 이제 막 식사를 마친 83살 김월순 할머니가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인터뷰-김월순)그동안 몸보신은 딸이랑 어쩌다 한 번씩 보양식을 먹으러 가는 정도였어. 그나마 코로나 없을 때는 가끔 갔는데 코로나가 생기면서 못 가게 됐는데 여기서 이렇게 대접해 준 덕분에 잘 먹게 됐어요. 마치 자식 같아요. 그러니까 너무 반갑고 고마워요. 사실 나는 오 남매를 두고 있는데 가까운 데서 셋이 살고 둘은 먼 데서 살아요. 그런데 자식보다 여기(탈북민들)가 더 편하고 더 잘해줘요. 밥 잡쉈냐고 하고 너무 고맙지. 오늘 이렇게 애써서 삼계탕을 해줘서 너무 잘 먹었어요.

김월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곁에 앉아 있는 신영자 할머니도 한 마디 거듭니다.

(신영자)우리는 장어 같은 보양식은 못 먹고 이런 거를 좋아해요. / (리포터)삼계탕은 왜 좋으세요? / (신영자)이거 먹으면 기운이 불근불근 나니까 좋지. 하하하하. 여원봉사단이 최고야. 어르신들을 위해 다 해줘요. 덕분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재미있고 건강하게. 건강이 최고잖아요.

보양식 얘기하며 어르신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는데요. 보양 중에 최고는 마음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주변에 함께 인사하고 안부를 챙기고 수다를 떨어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습하고 더운 여름을 잘 넘기게 해준다고요.

(허연옥)내가 생각할 때 건강한 비결은 마음이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마음이 건강하면 건강할 것 같거든요. 마음이 안 좋으면 몸도 건강치 못하니까 첫째는 마음이죠. 마음이 건강하면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건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담아 준비한 여원봉사단의 삼계탕은 이 아파트 단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최고의 보약이 되고 있습니다. 허연옥 할머니의 말에 90살 허정자 할머니는 또 이렇게 거드네요.

잘 먹고 소화 잘 시키면 다 건강 보양식이죠. 평소는 혼자 사니까 그냥 대충 있는 대로 먹지, 보양식을 따로 챙겨 먹는 건 없어요. 해 먹을 것도 없었는데 오늘 참 맛있어요. 감사하고 잘 먹었어요. 이렇게 이웃을 위해서 봉사를 해 준 여러분 정말 감사해요.

무더위에 펄펄 끓는 솥 앞에서 고생한 탈북민 봉사자들의 건강한 여름나기 비법은 또 이런 칭찬의 말 한 마디입니다. 고맙다, 잘 먹었다, 맛있다,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 이런 말 한 마디에 삼계탕 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더위와 갈증이 말끔히 사라진다는데요.

그렇다고 진짜 보양식을 안 먹으면 섭섭하겠죠? 맛있게 삼계탕을 드시고 어르신들이 떠난 빈자리엔 이제 탈북민 봉사자들과 남한 봉사자들까지 삼계탕을 대접했던 봉사단원들 20여 명이 둘러앉습니다. 남은 삼계탕으로 뒤늦은 점심을 먹으며 보양식을 챙겨봅니다. 무더운 여름, 이열치열이라고 뜨끈한 삼계탕 국물로 말이죠.

(현장음)자! 반 그릇 마셔보세요. 보양식! 짠 하세요. 짜잔~ 육수로 짠~ 그쪽도 짠 하셔.

-Closing Music –

우리는 뭔가 특별한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데요. 힘겹고 어렵게 찾게 된 결과는 의외로 평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건강한 여름을 나는 비법도 마찬가지인데요. 사람 사는 냄새로, 사람의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 여럿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갓 삶은 옥수수, 수박 한쪽도 최고의 보양식이 될 수 있잖아요? 어느 무더운 여름, 북쪽의 동포들과 보양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최근 한국의 음식을 국악으로 표현하는 K푸드 음악이 발표됐는데요. 삼계탕을 주제로 한 ‘삼계탕타령’입니다. 오늘은 이 노래 들려드리면서 인사드릴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노래 - 삼계탕타령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