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통일 발걸음 (1)

0:00 / 0:00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절기상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가 7일이었습니다. 가을바람이 불어야 할 시기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는데요. 장마철처럼 장대비가 며칠째 내리고 있습니다.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며칠 전만 해도 뜨거운 땡볕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올해 날씨는 정말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중순, 남북 학생들이 함께 길을 걸었습니다. 이름하여 ‘통일 발걸음’. 어떤 여정이었는지 함께 떠났던 대원들을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현장음)하나! 21세기 국제화 사회에서 한반도 통일방안을 위해 대한민국 출생 대학생과 북한 출생 대학생이 모였다. 하나! 우리는~~

7월 18일, 서울 동작구의 현충원에서 통일발걸음은 출발했습니다. 현충원은 국가에 목숨을 바친 영령들이 안치된 국립묘지인데요. 이곳에 이번 여정을 함께할 50여 명의 남북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남북 청년 대표의 선서와 함께 4박 5일간의 일정이 시작되는데요. ‘통일 발걸음’은 어떤 여정을 걷게 될까요?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물망초, 이재준 과장의 설명입니다.

(이재준)통일발걸음은 6.25 당시에 격전지였던 중부전선, 서부전선 그리고 동부전선이라든가 아니면은 백령도 등 전쟁 당시의 요충지였던 곳을 남한 청년과 탈북 청년들, 외국인 대학생들이 같이 해서 7박 8일에서 짧게는 4박 5일 정도 걸으면서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그리고 호국 영령들의 뜻을 되새겨서 통일 세대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단된 현장을 걸으면서 통일 세대로서 올바른 안보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과 출신지가 다른 대학생들이 모여서 통일에 대한 서로 간의 의견을 토론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생각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통일발걸음’은 201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경기도 김포에서 출발해 인천 강화도까지 비무장지대를 걷기도 하고 이번처럼 동부전선, 중부전선, 서부전선 등 해마다 다른 경로를 걷는데요. 올해는 8번째 발걸음으로 서울 현충원에서 출발해 양구를 지나 고성까지 동부전선 일대를 살펴봤습니다.

4박 5일 동안 6.25전쟁 당시 요충지였던 곳을 찾아가는 길이기에 비포장도로도 만나고 산길을 걷기도 합니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 텐데 가장 무더운 시기 7월, 그것도 중복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일정을 잡았는데요. 이유가 있답니다.

(이재준) 6.25 전쟁 당시에 특히 휴전 협정이 이루어진 7월 27일 전, 그러니까 7월이 가장 고지전이 많았어요. 그 땡볕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한국군들이 혈투했다는 것, 그런 것을 걸으면서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과 가장 더울 때 걷는 가장 큰 이유는 몸이 힘들고 마음이 힘들어지면 그 당시 우리나라를 수호해줬던 분들에 대한 생각이 확실하게 잡힐 것 같다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한에선 무더운 여름이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은 시간제 일을 하며 용돈을 벌기도 하고 부족한 학과 공부를 하거나 취업을 위해 자격증이나 시험공부에 매진하기도 하죠.

반면, 다양한 경험에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통일발걸음’이 그런 활동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이재준)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는 80명을 모아서 진행을 했는데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특히 작년에는 인원을 대폭 줄여서 20명 정도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가 조금 풀리면서 50명을 모집했어요. 남한 대학생들, 탈북 대학생들 그리고 외국인들인데 이번에는 외국인들이 참석을 못 해서 남한 대학생과 북한 출신 대학생들로만 구성해 다녀왔습니다.

통일발걸음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대원’이라 부릅니다. 참여한 남북 청년들은 4개 조로 나뉘었는데요. 그중 4조 대원으로 참여한 김수현 씨입니다.

(김수현)안녕하세요. 저는 30살이고요 북한에서 온 지는 18년 정도 됩니다. 지금은 한양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이번 물망초 통일발걸음의 대원으로 참여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관심을 좀 가지게 되었고 양구나 이런 쪽으로 돌아다니면서 6.25 전쟁을 떠올렸고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고 왔습니다.

수현 씨는 인터뷰가 쑥스러운지 처음엔 수줍음을 많이 타는 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현 씨는 2018년, 2019년에도 통일발걸음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사실 더운 여름, 짧지 않은 여정에 세 번이나 참여하게 된 이유, 뭘까요?

(김수현)저는 이런 활동을 좋아하고 걷는 것도 좋아하고 또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이제 그렇다보니 매년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2019년도 한라산 때가 제일 어려웠고 이번 일정이 제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발걸음 중에 제일 쉬웠습니다.

쉬워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일정이 7박 8일에서 4박 5일로 줄었고 숙소도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덕분입니다.

(이재준)하루에 못 해도 한 15Km 이상을 걸었어요. 원래는 저희가 조금 더 많이 걸었지만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제약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같은 경우는 조금 킬로 수가 조금 줄었어요. 기존의 경우는 하루에 한 이십 킬로를 걸을 때도 있었습니다. 숙소도 기존에는 군부대 협조로 진행했었는데요. 지금은 코로나가 창궐해 있는 상태다 보니까 군부대 협조는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걸어가는 도중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진행했습니다.

하루 15km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려면 쉬지 않고 꼬박 3-4시간을 걸어야 가능합니다. 또 하나의 복병은 날씨! 무더위는 물론이고 비까지 내리면 습하기까지! 걷는 게 몇 배는 힘들어집니다. 올해도 비는 꽤 왔습니다. 50여 명의 학생 대원들 곁에는 차동길 총괄 단장, 이재준 과장 등 물망초 관계자들이 함께 걸었는데요. 젊은 세대들과 속도를 맞추기 쉽지 않았지만 길에서 보낸 소중한 시간이 충분한 보상이라 말합니다.

(이재준)아무래도 같은 생각을 하고 그 당시에 군인들이 겪었던 것을 조금 더 아는 세대들이시잖아요. 그래서 걸으시면서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설명해 주시기 위해서 같이 걷고 계십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걷다 보면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Closing Music –

쉬지 않고 몇 시간을 걸으며 오히려 힘을 얻는다는 게 언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통일발걸음에 참여한 학생대원들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이동현)제가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면서 대학교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흥미 있게 공부했는데 학교에서 앉아서 자료로만 배울 수 있었던 남북과의 관계를 넘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에 대해서 몸으로 느끼는 기회가 됐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짜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했고 저도 현실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뭔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남한 청년대원 이동현 씨의 얘기였는데요, 4박 5일간 충전의 시간을 갖고 돌아온 청년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도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