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다시 여름, 삼계탕이 간다 (1)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입추가 지났지만 낮 최고기온이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됩니다. 뜨거운 환경에서 장시간 노출됐을 때 어지럼증이나 피로감, 의식 저하 증상의 온열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옛날부터 삼복더위면 닭을 푹 고아 몸보신을 해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전통은 아직 이어져 남한에서는 복날마다 삼계탕을 먹고 봉사단체들도 여름 봉사에는 항상 삼계탕을 준비합니다. 낮 기온 34도가 훌쩍 넘었던 지난 8월 12일 토요일, 탈북민과 남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삼계탕을 끓여 각 가정으로 배달했는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동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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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남북통합문화센터 4층, 다목적실에서 삼계탕 배달 봉사에 참여하는 30여 명의 봉사자들이 사전 교육을 받고 있다. /RFA Photo - 김인선

(현장음-다목적 강의실) 저희 오늘 활동은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8월 프로그램이고요. 남북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말복 삼계탕 배달 자원봉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남북 독거 노인분들에게 배달하는 구역이 총 다섯 지역입니다. 다섯 지역에 5대의 차량을 움직이는데 4인 1조로 해서 이동하겠습니다~

이곳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남북통합문화센터 4층, 다목적실인데요. 오전 9시부터 삼계탕 배달 봉사에 참여하는 30여 명의 봉사자들이 사전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봉사자들이 교육받는 동안 맞은편 요리실에는 어르신들 댁에 배달할 삼계탕 준비가 한창입니다.

(현장음-요리실) 간 보고 소금 살짝 넣어도 돼

요리실에는 8명 봉사자가 100마리의 삼계탕을 준비 중인데요. 냉풍기가 가동되는데도 실내 기온은 뜨끈합니다. 가만히 서 있어서도 땀이 줄줄 흐를 지경인데 분주하게 요리실을 오가며 곳곳을 챙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검은색 조리복을 입고 있는 요리실 수장인데요, 해마다 여름이면 삼계탕 봉사에 참여합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안산의 한국요리학원 원장 곽은정입니다. 남북 통합문화센터와 연계해서 봉사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삼계탕 봉사도 하고요. 연말에는 김치 봉사하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남북 독거노인을 위해서 말복 삼계탕 배달 자원봉사로 100그릇의 삼계탕을 준비하고 있고요. 삼계탕과 같이 드실 수 있게 저희가 부추겉절이와 삼계죽을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삼계탕을 만드는 조리팀 봉사자들과 삼계탕을 혼자 살고 계신 어르신들 댁으로 배달할 배달팀 봉사자들의 합동 봉사활동 날입니다. 그럼 오늘의 일정, 어떻게 될까요?

(현장음-봉사자교육) 10시부터 10시 40분까지 삼계탕 도시락을 저희가 4층 홀에서 다 같이 포장할 건데요. 삼계탕, 닭죽 그리고 겉절이, 수저 세트를 보냉 가방에 담아서 포장할 겁니다. 모든 음식은 요리사분들이 다 만들어서 준비해 놓으니까 저희는 그걸 포장해서 이동하면 됩니다. 아까 차량 5대가 준비되어 있다고 그랬잖아요. 4명이 한 차에 탈 수 있게 해 주시고요. 그리고 배달 팀이 20명이 가잖아요. 10시부터 12시 반까지 배달하고 돌아오시면 되고요. 저희 센터 팀에 남아 계신 분들은 오늘 요리하면서 좀 지저분해질 거라 창고 정리하고 요리 교실을 청소하는 걸 도와주세요…

오늘 배달 봉사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은 지난 4월 선발된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2기 구성원들입니다. 매달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8월의 봉사는 바로 삼계탕 배달입니다. 매번 봉사할 때마다 사전 교육이 진행되는데 오늘도 예외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계신 가정 방문이라 주의사항도 있습니다.

(현장음-봉사자교육) 오늘의 필수 사항 두 가지 말씀드릴게요. 마스크를 착용한다! 저희들끼리는 상관이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만나는 분들은 고령의 어르신들이 계시는 공간이에요. 자칫 감기에 걸릴 수 있고 실질적으로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하는 상황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따 어르신 만나러 가기 전에 저희 복장을 통일시켜서 갈 겁니다. 조끼랑 마스크까지 착용하는 걸로 하고요. 그리고 이제 책상 위에 스틱 가글이 있을 거예요. 마스크 쓰시기 전에 가글 하시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서 준비해 봤습니다.

황금 같은 주말 오전 시간을 반납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데 요구 조건이 참 많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1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면서 마스크 착용 여부는 개인의 선택인데요. 오늘만큼은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을 배려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 마스크 착용 전, 구강 청결제로 입 안을 헹궈 달라네요. 하지만 봉사자들은 싫은 내색 없이 따르는데요. 배달 봉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봉사자들에게 깜짝 전화 연결이 진행됩니다.

(현장음-봉사자 교육) (따르릉) 어! / 네, 어르신 안녕하세요. 저 남북 문화센터 문동욱 과장입니다. 저희 오늘 봉사자들 저희 30여 명이 같이 모여 있는데요. 다 같이 인사 먼저 드리겠습니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 (어르신) 뭐라 하는지 잘 안 들리네요. / 잘 안 들리세요? 저희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렸어요. 저희가 지금 포장해서 음식을 전달할 예정인데요. 저희는 북한이탈 주민분들이랑 일반 주민들이 다 같이 하는 자원 봉사단입니다. / (어르신) 봉사하시는 분들~ 날씨도 뜨겁고 또 장마도 지나가고 이러는데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문동욱) 어르신 건강하시면 됩니다. 이따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각 차에 탑승할 배달 봉사자를 정하고 센터에 남아 뒷정리와 청소를 담당할 사람까지 논의해 결정하고 나니 삼계탕을 배달할 집 주소가 적힌 종이가 각 조 조장에게 전달됩니다.

(현장음-봉사자 교육) 가장 지켜주셔야 될 거는 성함이랑 연세랑 주소랑 전화번호가 개인정보잖아요? 어르신들 개인 정보라서 저희가 유출하거나 문제가 되면 안 돼요. 그래서 이따 활동 다 하시고 끝난 다음에 다시 저한테 돌려주셔야 돼요. 나중에 제가 폐기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미리 문자로 (어르신들께) 다 공유해 드렸어요. 봉사자들이 오는 걸 알고 계시는 분도 있겠지만 또 연세가 있다 보니까 ‘이게 뭐야?’라고 물어보실 수도 있어요. 저희가 도시락 보내 드린다고 문자로 보냈었다고 하시면서 문자 한번 확인 시켜드리면 되고요. 혹시나 그러신 분들 있어요. ‘나 지금 집에 없다’라고 하시는 분들 있어요. 그럼 ‘언제 오실 수 있냐’라고 묻고 문 앞에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잘 놓고 오시면 됩니다. 어르신 댁 앞에 놔주시는 것까지 해주시는 게 여기 계신 분들의 역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삼계탕 조리가 끝나 이제 포장을 할 차례인데요.

(현장음) 장갑 안 끼신 분들은 장갑 끼세요. 뒤에서 나눠 드리고 있습니다. / 요 정도만 담으셔도 될 것 같아요. 부추겉절이는 요정도~

봉사자들의 본격적인 합동이 펼쳐집니다. 조리실 봉사자들이 푹 삶은 닭에 뜨거운 국물을 담은 통을 복도로 내어주면 배달 봉사자들은 뚜껑을 덮고 삼계죽과 부추절임,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챙겨서 집까지 음식이 식지 않게 해 줄 보냉 가방에 넣습니다. 어찌나 일사불란한지 여기가 진짜 배달 음식 전문점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현장음) 포장 작업

-Closing Music-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위치한 마곡동을 출발해서 가양동, 방화동, 발산동 등 강서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2시간 안에 삼계탕 배달을 마쳐야 하니 떠나는 마음이 분주하기만 합니다. 지하철로는 두, 세 정거장 거리이지만 주말이면 나들이 차량들로 정체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자동차로는 이동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할 수 없으니까요.

삼계탕 포장을 마치고 어르신들께 배달을 나가는 차량에 저도 동승해 봤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