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집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에 감기 걸리기 쉬운 계절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요즘엔 자연보호나 봉사활동을 하는, 착한 여행이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하는데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이 여행의 경험 속에서 가치를 찾는다는 겁니다.
여행하면서 청년들은 어떤 가치를 찾는 걸까요? <여기는 서울>에서 MZ세대 청년들을 만나봅니다.
(현장음) 통행료 내시죠. / 아이구 당연하죠. (웃음) / 통행료가 얼마죠? / 2원이요. / 네. 감사합니다.
통행료를 내야 하는 여행인데 비용이 2원이랍니다. 돈을 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냥 즐겁기만 한데요. 이 청년들이 하는 여행! 잠깐 동행해 볼까요?
(현장음) 개성. / 개성! 구매하겠습니다. 얼마입니까? / 개성 구매 비용은 3원! / 개성엔 뭐가 있어요? / 개성에는 만월대가 있어요. 이 만월대가 태조 왕건 시절부터 홍건적의 침입에 소실되기 전까지 고려 왕실의 주요 거처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인데. / 제 차례입니까? / 어! 평양~ / 평양이 굉장히 비싸거든요. 8원 저한테 주시면 됩니다. / 돈도 없고 땅도 없네. (웃음) / 이거 인수할 수 있지 않나요? / 제가 평양 구매할게요.
개성에 갔다가 평양에 갔다가, 북한 지역 곳곳을 마음대로 다니고 평양을 통과하는 통행료 8원을 내는 대신 16원에 평양을 구매합니다. 이런 여행이 가능한 이유! 게임판 위에서 벌어지는 여행이기 때문인데요. 이름은 ‘한반도 마블’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7명의 청년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네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장진호라고 합니다. 올해 세종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저희가 비트윈이라고 교육학과 학생들이 모여서 교육받는 청소년들과 같이 쌍둥이처럼, 언니 오빠처럼 같이 가족이 되어서 재미있고 보람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동아리입니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우리의 교육적 의미를 좀 나눠보자는 의미에서 저희가 가진 전공 지식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교구를 만드는 능력들을 통해 탈북민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한반도 마블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게 됐습니다.
‘한반도 마블’은 어떻게 하면 북한의 지역과 북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통해 완성됐습니다. 북한과 북한 사람을 무겁지 않게 전달하고 싶었던 청년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겁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을 생각했고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보드게임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의 중년층, 또 2, 30대 청년들이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즐겨했던 게임 중에 ‘부루마블’이라는 판형 게임이 있는데요. 부루마블의 커다란 게임 상자 속에는 도시 이름이 적힌 사각형 판과 게임용 가짜 돈, 도시 이름이 적힌 카드 그리고 주사위가 구비돼 있습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대로 게임판 위의 말을 움직여 도착하는 도시의 땅을 구입하기도 하고 다른 참가자가 구매한 땅을 지나가면 이용료를 내기도 하면서 가장 많은 땅을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투자, 손실, 이익 등 경제적인 개념과 계산 능력을 키울 수 있어서 시판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는 게임입니다.
비트윈 소조 구성원들은 이런 게임의 특징에 착안해 ‘한반도 마블’을 만들었습니다. 게임구성품도 한반도 지역이 그려진 판과 지역 카드, 인물 카드, 게임용 돈 등 부루마블과 유사한데요. ‘한반도 마블’만의 특징이 있다고 하네요. 김현지 씨의 설명입니다.
(인터뷰-김현지) 저희가 만든 한반도 마블은 대한민국과 북한의 이야기들을 많이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게임입니다. 부루마블과 달리 시초가 되는 단서가 있거든요. 단군이라는 인물은 북한과 남한이 같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그분을 21세기로 끌어들인 거예요. 그래서 단군이 한반도를 완전히 정치하고 있는 제일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이라고 가정을 하고 단군이 한반도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적합한 4명의 인물을 상정하는데요. 시인과 광부, 어부, 스님 이렇게 네 분이 계십니다. 그 네 분은 각자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이 있어요. 그래서 플레이어는 4명이고요, 한반도에 있는 지역들을 하나씩 여행하면서 ‘아, 이런 것들이 있구나’ 하고 학습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요소들을 같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 ‘한반도 마블’입니다.
그런데, 시인과 광부, 어부와 스님… 이들 사이에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어떤 기준으로 네 명의 인물을 정했을까요?
(인터뷰-장진호)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놀이가 있습니다. 조선판 부루마블이라고 하는 ‘승경도’라는 놀이인데요. 특히 이순신 장군님이 즐기셨던 민속놀이라고 해요. 이렇게 현재 부루마블처럼 여러 가지 인물들이 있고 조선 팔도를 여행하는 그런 놀이입니다.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을 현대식으로 해봤습니다. 조선 팔도에서 모인 인물들을 선정하고 저희 팀원들의 이름을 따서 했어요. 그래서 스님 학운, 시인 혜연, 광부 영지, 어부 진선 이렇게 4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구성원 중 윤지 씨의 이름은 영지 광부에 녹아있고 혜민 씨 이름은 시인에 녹아 있답니다. 이렇게 구성원들의 이름 한글자씩 섞어서 만들어진 한반도 마블의 주인공이라 의미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네 명의 인물은 남북의 특정지역과 다시 연결이 됩니다.
(김현지) 무산에는 광산이 유명하다는 걸 우리가 학습해서 광산에서 일 하는 광부를 인물로 잡았습니다. / (김윤지) 경주는 불국사가 있어서 스님이에요. / (리포터) 스님은 경주랑 연결이 되네요. / (윤혜민) 해주에는 항구가 있어서 저희가 어부를 떠올린 거고 강릉에는 문학가들이 많아서 저희가 시인을 떠올린 거예요.
‘한반도 마블’ 판에는 남북한 곳곳의 29개 명소가 있는데요. 김윤지 씨의 설명으로 들어보시죠.
(인터뷰-김윤지) 한반도 마블 판에는 남한 지역 13개, 북한 지역 13개, 총 26개 지역이 나와 있습니다. 남한 지역 같은 경우에는 서울, 부산과 같은 유명한 도시들. 그리고 전주나 경주와 같은 예쁜 도시들이 있고요. 북한 같은 경우 평성, 강계, 평양 등의 지역들까지 총 13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밖에도 한라산, 금강산, 백두산이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할 때 토지 증서로 활용되는 지역 카드에는 지역의 역사적 장소나 명소의 이름을 알아보기 쉬운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명소가 아닌 경우도 있는데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의 도시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경우가 있는데요, 핵실험장이 있는 길주가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길주’는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가 아닌 길주읍성에 위치한 옛 조선 시대의 관아 건물인 동헌을 담았고요. ‘평양’ 지역이 적힌 카드에는 주석궁이 아닌 고려시대의 사당으로 평양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숭인전’을 담았습니다.
-Closing Music –
청년들은 북한의 명소 13곳을 선정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신중하게 결정했습니다. 북한의 명소를 조사한 윤혜민 씨와 김현지 씨의 설명입니다.
(인터뷰-윤혜민) 북한 지역 중에서 후보지가 많았던 지역도 있는 반면 자료를 찾는 게 어려워서 후보지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지역도 꽤 있었어요. 북한 지역을 찾는 과정 중에서 이전 자료가 너무 많았고 최근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거든요. / (김현지) 이어서 얘기를 하자면 링크라는 단체를 통해 탈북민들을 만날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탈북민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그 친구가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그 친구를 통해 현장감 있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거든요. 우리가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 인터넷 안에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이 친구한테 정말 많이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 그리고 더 현장감 있는 이야기들을 지역 카드에 잘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사위 두 개로 한반도를 여행하는 청년들의 이야기! 다음 시간에도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