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자유투사’, 그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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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북한 인권을 위한 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길,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이들이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북한자유주간은 미국의 대표적 북한 인권 단체인 북한자유연합과 국내외 탈북민 단체들이 지난 2004년부터 매년 한국과 미국을 번갈아 가며 개최해 오고 있는데요. 이번엔 이곳,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제19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와 북한 인권을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봅니다.

(현장음)북한자유주간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해방 북한 주민들의 인권 권리를 위해서 우리 탈북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또 탈북민 리더들이 열정을 바쳐서 2004년부터 만들어가는 북한 자유화 운동이고 오늘로써 19회 북한자유주간의 대단원이 막이 내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제19회 북한자유주간 행사!

마지막 날인 10월 1일엔 ‘자유투사’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김성민 북한자유주간 준비위원장의 말입니다.

(김성민)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우리 탈북민들의 자유화 운동 그리고 한국인들과 국제사회 단체들과의 연대, 북한 내부 주민들의 역할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내부 북한 주민들과의 연대와 우리들의 활동이 합쳐져야 북한 체제의 변화를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라는 생각입니다.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위해서 북한 내부에서 우리들과 연대했던 북한 주민들이 그 커다란 일들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북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은 점점 강력해집니다.

체포돼 처형되거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소식통도 많은데요. 이들에게 인권단체들은 ‘자유투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입니다.

(장세율) 2010년, 우리와 연계를 갖고 활동하던 정보원들이 간첩단 사건이라며 북한 보위부에 체포됐고 그들의 생사를 알게 된 것이 2년 후인 2012년이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이들이 처형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분들의 유언을 전하고 우리의 친구들을 잊지 말아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시작한 사업이 바로 자유투사 기념회 사업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살아봤지만 북한에서는 내부 문서 그러니까 비공개 당이라든가 보위부 이런 비밀 문서를 해외에 넘긴다 이 자체가 끔찍한 일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된다는 걸 모르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 목숨을 건 사투고요.

북한 내부의 소식을 전하는 일은 목숨을 담보로 합니다. 이날 추모회에 영정 사진이 걸린 인원은 14명, 장세율 대표 측에서 확인해 사진을 확보하고 있는 추가 사망자는 36명 입니다. 내년 열리는 추모회부터는 이들까지 모두 포함할 예정입니다.

(장세율)반국가 범죄 행위에 연루가 돼서 체포되면 이름을 긋고 공민권을 박탈합니다. 죄수 번호를 주는 거죠. 그래서 마지막에 사형을 할 때도 0027 사형 이렇게 말하지 장세율 사형… 이렇게는 안 합니다. 번호를 매기고 그 번호로 죽는 거예요. 그렇게 하고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한테 시신도 안 줍니다. 다 생매장 해서 그 누구도 모르는 곳에 시신을 버리기 때문에 이름을 다 빼앗기고 죽는 겁니다. 그 조국 반역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의 서류 자체도 안 남기고 묘소도 안 남기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들의 이름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희생자들을 위해 단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두 가집니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는 사업과 희생자들의 가족을 돕는 일입니다.

(장세율)이 중 한 친구의 딸이 여기 와 있어요. 그 딸을 제가 데려왔고 저보고 큰아버지, 큰아버지 하는데요. 우리는 추석 때 어디 가서 제사를 해야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기념비를 빨리 만들어서 거기에서라도 그 친구 아버지의 영혼을 좀 달래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줘야 되겠다 생각했어요. 가족들에게는 정말 북한에 가도 묘소가 없어요. 아버지가 처형돼서 시신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른 주말 아침에도 추모회에는 수십 명의 탈북민이 함께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는데요. 이 자리에 참석한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도 함께 했습니다. 그녀는 이런 말을 전합니다.

(수잔 솔티)이 사진에 계신 분들이 제가 방금 말씀드린 모든 것을 증명하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북한을 등진 것이 아닌 김 씨 독재 정권을 등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계신 분들이야말로 현재 북한 내부에서 김씨 정권을 상대로 대항을 하겠다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적인 증거입니다. 본인들이 하는 일이 위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절대로 이러한 분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Closing Music –

남한에서는 소식통 또는 정보원, 북한에서는 반역자.

누군가에게는 아버지, 딸, 아들 또 동지로 기억되는 사람들이죠.


(장세율)우리 지금 저 북한 내부에서 정말 일어나고 있는 인권 유린… 이런 사람들이 없었으면 국제사회에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코로나가 0 명이라고 얘기할 때 방역소에서 북한의 코로나 상황을 보내준 사람들도 결국은 잡혀서 다 처형이 됐고요. 길주 풍계리에서 핵실험이 되는지 그 위치를 사진 찍으러 갔다가 체포돼서 죽은 사람들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5년째 발버둥을 쳐봐도 이들이 추모비 하나를 세울 자리가 없습니다.

지난 25일, ‘자유의 영혼들을 위한 헌화’ 행사로 막을 연 제19회 북한자유주간은 기자회견,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 탈북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강연,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 증진을 위한 방안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자유주간행사 6일째 되는 30일에는 300여명이 모여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중국 공산당 규탄 집회’를 진행했는데요. 이 집회는 서울과 워싱턴을 비롯해 세계 14개국 48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행사 마지막 날인 10월 1일. ‘자유투사추모회’와 ‘북한자유주간 후원의 밤’을 끝으로 19번째 북한자유주간 행사는 막을 내리며 내년에 열릴 20회 북한자유주간을 기약했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김인선, 에디터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