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건 참 어렵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한 도전이기에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실패와 낙심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결심도 필요하니까요. 시작도 쉽지 않지만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습니다. 대표적인 일이 창업, 그러니까 사업을 시작하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음식이나 장식품 등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은 무궁무진하지만 어떤 분야에 도전할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수 많은 결정 앞에서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죠. 그 순간을 넘어 창업에 도전한 탈북 청년들,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오금혁)저는 함경남도에서 온 오금혁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메티스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스타트업은 창업을 해서 지금 바로 시작한 회사를 의미합니다. 저희 회사는 핸드폰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8년, 33살 된 오금혁 대표는 남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램 개발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창업한 지 이제 1년 차, 해야 할 일이 많고 시간도 없지만 ‘토크콘서트’ 참석자로 지난 9월,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토크 콘서트 제목은 ‘자유를 찾아온 공대생, 스타트업 대표가 되다!’. 한 마디로 금혁 씨가 주인공인 행사입니다.
(박근희)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평화 통합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근희입니다. '벽을 넘은 선남선녀들'은 분단의 벽, 문화의 벽을 넘어서 남한 사회에 정착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성공 노하우를 들어보고 남북 통합 문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촉진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지만 남한 사회에서 자신만의 경력을 쌓고 있는 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1, 2회차의 경우 코로나 상황으로 촬영을 하여 유튜브에 온라인으로 공개되어 있는데요. 3회차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했고 오금혁 대표님이 개발자이자 스타트업 대표로 참석해 주셨습니다.
금혁 씨는 평소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신변 문제로 얼굴이 공개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번 토크 콘서트는 실시간 방송이나 영상 제작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참여하게 됐는데요. 금혁 씨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오금혁)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공학 공부를 했고요. 경진대회 준비도 했어요. 대학교에서도 컴퓨터 공학 공부를 하다가 한국으로 왔습니다. 북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군 복무를 하던가 대학에 갈 수가 있는데요. 저는 대학을 바로 갔기 때문에 군 복무를 하지 않고 대학 진학 중에 한국으로 왔고요. 부모님의 권유로 탈북하게 됐습니다. 할아버지가 평양에 사시다가 지방으로 강제 숙청됐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출신 성분이 안 좋거든요. 제가 대학교를 졸업해도 원하는 일을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한국 입국 이후 금혁 씨는 바로 대학 진학을 준비했고 입국 첫 해,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등록금은 탈북민 지원 정책으로 해결했습니다. 북한에서 전공했던 분야라 공부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지만, 금혁 씨가 부딪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오금혁)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학교의 경우 졸업하려면 영어로 된 전공과목을 몇 과목 이상 들어야 해요. 대부분의 과목, 특히 필수 과목이 영어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영어를 굉장히 잘해야 하는데 제 영어 실력이 좋지 않아요. 북한에서도 영어 공부를 10년 넘게 했지만 실력이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높지 못해서 1학년 때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빨리 영어 실력 늘리려면 교환 학생이나 어학연수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해서 미국 국무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합격했습니다. 덕분에 1년 동안 미국 남부에 가서 교환 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영어 실력도 늘었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왔을 때는 영어 과목을 들을 만했습니다.
금혁 씨는 무난히 졸업할 수 있었고 졸업 이후 바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창업하려면 자본금 마련은 물론 창업 분야에 대한 경험을 5년 정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금혁 씨는 복수전공으로 ‘스타트업’을 공부하면서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에게 창업을 제안했답니다.
동료이자 직원이기도 한 동기생 3명과 함께 대표라는 직함으로 사업체를 이끌어 가고 있는데요. 금혁 씨는 사업은 쉽지 않지만 자신의 분야에 대한 자부심은 점점 커진다고 말합니다. 특히 금혁 씨는 RFA 자유 아시아 방송이라는 이름을 반가워했습니다. 북한에서부터 외부 세계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것은 라디오였다고요. 금혁 씨의 얘기, 직접 들어보시죠.
(오금혁)이 토크쇼의 취지가 한국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고 또 결과적으로 보면 통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자리라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제가 사업을 하는 것도 최종점을 보면 고향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 그리고 북한을 위해서 뭐라도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최종 목표에요. 또 이렇게 라디오 인터뷰하는 것은 제가 북한에서 방송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RFA 측에는 뭔가 마음속에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제가 사업에 성공하면 뭔가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 (리포터) 뭔가 빚을 진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왜 그런신가요? / (오금혁) 왜 마음속에 빚을 지고 있느냐면 제가 북한에서 되게 답답하고 정보가 없을 때 라디오를 들으면서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고 그게 어둠 속에 한 줄기 빛 같은 느낌이었어요. 또 중요한 거는 주파수가 신호가 굉장히 좋아서 또렷하게 들렸어요. 제가 수신료를 낸 것도 아닌데 1년 넘게 들을 수 있었고 탈북하고 제 삶을 바꾸는 데 도움이 많이 됐으니까 마음의 빚이 항상 있고 언젠가 나도 라디오를 위해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금혁 씨의 이런 마음이 방송을 하고 있는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되는데요. 금혁 씨는 자신의 얘기가 청취자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것처럼 한 줄기 빛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또 토크 콘서트 참여자들에게는 남북한의 공학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북한을 좀 더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금혁) 토크콘서트에서 대학교는 어떻게 다녔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사업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지금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이런 질문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자리를 통해 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제가 어떤 꿈을 가졌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금혁 씨와 함께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또 한 사람. 탈북민 유튜버 심하윤 씨입니다. 하윤 씨는 사회자로 금혁 씨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답변이 있답니다. 같은 탈북민이지만 금혁 씨의 답변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라는데요. 하윤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심하윤)기억에 남는 질문이 '왜 탈북해서 한국에 오려고 결심했냐'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토크쇼 주인공이 이야기했던 게 어떤 책을 읽었대요. 그 책 제목은 생각 안 나는데 국제법을 다룬 거래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핍박이나 전쟁의 어떤 참혹함 속에서 그 나라를 탈출해야 할 필요성, 생명의 위험이 국가적으로 인정이 되면 망명을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망명을 받아주는 게 국제 유엔에서 하는 그런 일이고 북한 사람도 해외에 나가서 망명을 신청하면 망명을 받아줘서 원하는 나라에 갈 수 있다고 그 책에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 토크콘서트 주인공은 한국으로 많은 사람들이 넘어가는 것은 잘 몰랐지만 책을 보고 북한만 빠져나가서 중국이라도 가서 망명을 신청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그때 중국에 갈 수 있는 루트를 뚫지 못해서 중국을 못 갔는데 자기가 그 책만 맹신하고 중국 넘어가서 '이민 가겠으니까 난민 신청 좀 받아주세요'라고 했으면 잡혀서 북송될 뻔했다고 이야기하더라고. 그러니까 이런 말만 놓고 봐도 책 하나, 이런 지식이나 정보 전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Closing Music –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하윤 씨와 금혁 씨…
두 사람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삶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그걸 통해 북한의 진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것인데요. 이들의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