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다시 시작! 통일을 이야기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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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평일에 열심히 일한 만큼 주말의 휴식은 달콤하게 느껴지고요.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면서 일만 하다가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주어지는 휴식은 큰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잠시 쉬고 나면 일상이 너무도 고맙게 느껴지고 다시 시작할 힘이 되죠.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전국통일스피치대회가 코로나 비루스로 인해 잠시 멈췄었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던 멈춤이었는데요. 지난 10월 22일 토요일, 3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전국통일스피치대회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왔습니다.

(현장음)장학금 증서. 위 학생은 모범적인 학교생활과 더불어 평소 통일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우리 협의회에서 추진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여 소정의 장학금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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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열린 제18회 전국통일스피치대회 수상자들. /RFA Photo

이곳은 서울 시청 별관 강당인데요. 사단법인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가 주최하는 행사가 시작됩니다. 1989년 설립된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는 통일에 대한 의지가 있는 각계 각층의 여성들이 통일에 대한 교육과 홍보활동을 하는 민간단체인데요. 이렇게 탈북학생들에게 장학금 수여도 합니다.

장학금 수여 이후에 본 행사가 시작되는데요.

(현장음)제18회 전국통일스피치대회 개회를 선언합니다! (박수소리)

(안준희)안녕하세요.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 총재 안준희입니다. 창립33주년을 맞이해 제18회 전국통일스피치대회를 개최하게 되어 매우 뜻깊고 기쁩니다. 이번 전국대회에 예선을 거쳐 당당히 본선에 진출한 연사 여러분께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외칠 통일에 대한 생각과 바람 그리고 실천하게 될 역할들이 우리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행사를 응원이라도 하듯이 거리의 단풍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지난여름 초록의 동색이던 나무가 알록달록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통일에 대한 생각이 각자가 다르고 실천하는 방향도 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는 남한 전지역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각지에서도 참여했습니다. 2번의 심사를 거쳐 22명의 본선진출자가 가려졌는데요.

(신숙호)통일여성교육원장 신숙호입니다. 오늘 본선 진출자는 총22명으로 지역협의별 예비심사와 중앙협의회 2차 심사를 거쳐 선발됐으며 초등부4명, 중고등부 7명, 대학부4명, 일반부 7명입니다.

22명의 연사들은 ‘나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설하게 되는데요. 가장 먼저 초등부 연사들이 연단 앞에 섭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 박종현 학생인데요. 영국에서 살다가 2년 전에 한국으로 왔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영국에서 만난 탈북민 이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는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박종현)저희 엄마가 자주 다니던 한인 마트에는 저희 외할머니와 이름이 같은 정순화 이모가 계셨는데, 순화 이모는 죽기살기로 북한에서 한국으로 탈출하여 지금은 영국에서 살고 계십니다. 또 저희 가족이 자주 가던 미용실에는 유진이 누나가 있었는데요. 누나의 엄마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탈출할 때 구타를 당해 왼쪽 얼굴에 큰 흉터가 있어요. 하지만 웃으실 때 누구보다도 예쁘세요. 순화 이모는 북한에서 다리를 크게 다쳤는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다리를 절며 걸으세요. 이모는 저에게 형이 입던 옷도 물려주시고 북한 음식도 나눠 주셨습니다. 저는 이모들에게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생활하지 못한다고 해요. 우리나라가 전쟁 없이 두 나라로 갈라지지 않았더라면 북한 사람들도 우리처럼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았을 거래요. 통일이 되면 하나가 된다는데 왜 아직도 통일을 못 했을까요?

첫 번째 순서라 긴장될 법도 한데 종현 군의 목소리는 씩씩합니다. 왜 아직 통일을 못했을까 반문하는 종현 군의 질문이 허공을 가르는데요. 청중을 바라보던 종현 군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박종현)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정말 좋겠어요. 저는 그게 평화통일이라고 배웠고요. 우리 가족도 평화통일을 희망합니다. 북한에서 온 순화 이모네도 유진 누나네 가족도 평화통일을 바란대요. 그런데 저는 아직 어려서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약속과 실천은 할 수 있어요. 북한 사람들의 사정도 알려주고 공부도 열심히 할 거예요. 이런 것들이 남북 어린이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길,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종현 군에게 청중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을 보냅니다. 종현 군을 시작으로 총 4명의 초등학생 참가자의 순서가 끝나고 중고등부 7명, 대학부 4명의 발표가 이어지는데요. 초등학생 참가자들은 전원 남한 학생이었지만 중고등부와 대학부엔 탈북 청년 참가자도 있습니다.

8번째 연사로 무대에 오른 박미나 양인데요. 오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서 올라왔답니다. 미나 양의 이야기, 잠시 들어보시죠.

(박미나)안녕하세요. 경기도에 살고 있는 모가중학교 3학년 박미나입니다. 지난 6월 25일 망원경으로 우리 엄마 고향을 바라볼 기회가 있었는데 잘 지어진 건물들은 보였지만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장 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그 건물들은 남한 측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처럼 저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추석에 놀러 간 이모네 집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탈북민들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많이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정말인지 궁금해서 엄마께 여쭤봤습니다. 엄마는 살기 위해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불법체류를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북송당했고 구치소에서 구타도 당했습니다. 몇 번의 탈북 시도 끝에 제2의 고향, 대한민국에 오게 됐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그 후유증으로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통일의 그날, 엄마의 고향에서 사람들을 진료하고 치료해 주는 의료봉사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훌륭한 의료인이 됐는데도 통일이 안 된다면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을 치료해주는 의료인이 되겠습니다. 청중 여러분! 제 꿈이 이루어져 현실이 되도록 힘찬 박수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Closing Music –

미나 양은 통일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자라면서 엄마의 고향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겪었던 고통과 아픔에 대해 알게 되면서 통일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오늘 이 자리, 통일스피치대회에도 참여하게 됐다는데요. ‘나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고민을 하다보니 새로운 꿈도 생겼습니다.

탈북민을 돕는 의료종사자가 되고 싶다는 미나 양의 꿈! 여러분들도 함께 응원해 주시면 어떨까요?

22명의 연사가 펼치는 통일 이야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