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요즘은 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학업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많지만 사회를 좀 더 이해하고 그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체험과 공연 등 진행 방법도 다양합니다.
국민대학교 한반도 미래연구원에서는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필요성을 전달할 수 있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으로 뮤지컬을 선보입니다. 2015년부터 탈북민들의 애환을 담은 실제 이야기를 노래와 춤을 어우르는 공연인 뮤지컬로 구현하고 있는데요. 올해의 뮤지컬 제목은 ‘희망을 걸어드림’, 공연 첫날 <여기는 서울>에서 현장을 찾았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현장음)북에서 온 지 5년, 상담 근무는 3년 전, 상담 근무는 3년 전~~ / 소스 되게 좋아요. / 이거 스피커 앞으로 좀 뺐으니까 낮게 좀 잡아볼까요? 아까보다 하울링도 나을 거고, 이주임 것은 마이크를 바꾼 거에요?
이곳은 국민대학교 복지관 공연장. 첫 공연을 앞두고 배우들과 연출진들의 최종 연습이 한창입니다. 배우들은 대사와 함께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연출진들은 음향 상태와 조명까지 꼼꼼히 확인하는데요. 먼저 이번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부터 제작총괄의 목소리로 들어보시죠.
(정경희)안녕하세요. 저는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연극 전공 정경희 교수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이번 공연이 11번째인데요. 이번 공연은 프로 작가님이 함께 했어요. 탈북민 상담소에 가서 직접 인터뷰를 했어요. 실화 바탕으로 극본을 써서 노래와 함께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엔 탈북민을 위해 운영되는 여러 기관이 있는데요. 그 중 전화로 탈북민들에게 문의를 받고 도움을 주는 콜센터가 남한 전역에 25개 설치돼 있습니다. 바로 그 콜센터가 이번 공연의 배경인데요. 그래서 뮤지컬 제목도 ‘희망을 걸어드림’ 이랍니다.
(현장음)안녕하세요. 희망을 드리는 콜 상담 센터입니다. 여보세요. 전화 거는 사람들. 여보세요. 전화 받는 우리들. 사람들 목소리에 사연이 많고 우리의 목소리에 희망이~~
탈북민의 애환이 모이는 곳, 콜센터가 이번 공연의 배경이 된 이유가 있다는데요. 극본을 쓴 조아라 작가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조아라)제가 탈북민도 아니고 북에 다녀와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작품을 구상하면서 실제 탈북민들을 만나 봐야겠다, 실제 지금 현재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포착해야 되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막연하게 우리가 고민되거나 문제가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이 되면 어디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거나 물건 하나가 고장 나도 거기 상담 센터에 전화를 하게 되는데요. 마찬가지로 탈북민들에게 그런 창구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료 조사를 많이 했었고요. 그런 과정에서 남북하나재단에서 꽤 오래전부터 운영하는 콜 상담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콜 상담센터에서 실제 상담을 진행하셨던 분들도 만나 뵈었어요. 그 중에는 탈북민 상담사분들도 계셨는데요. 북에서 넘어온 사연부터 정착 과정이나 실제 상담 사례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작품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조아라 작가가 직접 만난 탈북민 상담사는 10명.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한 탈북민 상담사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습니다. 인터뷰를 포함해 집필까지 꼬박 4개월이 걸렸다는데요. 접해 본 수많은 탈북민들의 이야기 중 일부만 극에 녹였습니다.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등장인물을 선정했을까요? 극본을 쓰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함께 인물 선정 기준을 물었습니다.
(조아라) 이 장면이, 이 사건이 정말 말이 되는가 그리고 탈북민들이 이 작품을 봤을 때 거부감이 없는가, 공감할 수 있는가 그리고 메시지 전달이 조금 거칠지 않은가… 이런 고민들을 계속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탈북민들의 인터뷰가 충분한 조언은 되었지만 결정하는 것은 또 연출진들과 또 창작자들의 몫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개연성 부분을 많이 고민하면서 작품을 썼습니다. 모두가 당연히 한 명 한 명의 인생이지만 그 중에서도 설득력이 있고 관객들이 접하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예를 들면 그 관객들 가운데서는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관객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나 캐릭터를 구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나 더 말씀을 드리자면 남쪽으로 다시 내려오고 싶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 그리고 북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전화도 있을 수 있지만 극 안에 나와 있는 설정은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쌀 한줌이 없어 가족을 잃었던 아픔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
탈북민의 자녀이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
한국 생활에 정착 못하고 다시 북한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 등
극 중엔 5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이 인물들을 통해 탈북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전하고 또 그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현장음)누군가는 우리를 고객센터라고 부르고 누구는 콜센터, 누구는 공무원 심지어 은밀한 안내자라고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우리의 이름은 남쪽에 사는 3만 3천 탈북민들이 평화롭게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생활, 경제, 법률, 교육 그리고 마음의 아픔까지도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곳은 희망을 싣는 콜상담센터! 우리는 희망을 전하는 전문 상담원~~
탈북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전문상담원들!
이들에게는 어떤 전화가 걸려올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실제 이야기이자 뮤지컬 ‘희망을 걸어드림’의 공연 실황, 잠시 감상해 보시죠.
(현장음)따르릉~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자리가 없습니다. / 아무래도 경기가 안 좋죠. 북쪽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 함경북도 청진 김책제철연합 기업소에 다녔습니다. 이 정도면 노동력을 참가할 수 있죠? 저희가 우선 취업 자격을 알아볼게요. 그리고 지역고용센터로 저희가 바로 연결해 드릴 수 있는데.../ 북에서 얼마 안된 학생인데 너무 힘이 듭니다. 자꾸 슬픔증이 있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자꾸 눈물이 나니까 주변에서는 갈구리 눈을 하고서는… 저도 극복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거든요. / 네, 저도 그 심정 알죠. 저도 북에서 넘어 왔거든요. 저도 탈북민입니다. 그런데 마음병에는 해독약이 따로 없어요. 해독약은 속풀이약을 말하는데요. 결국 가슴속의 열쇠는 스스로 찾아야해요. 작은 것부터 한 조각 한 조각씩~
육체적 상처와 정신적 상처, 경제적인 어려움, 차별과 편견 등 고민을 털어 놓는 탈북민들의 이야기에 상담사들은 생활, 심리 상담은 물론 취업상담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료, 교육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합니다. 그래서 얼굴도 모르지만 전화선 하나로 연결된 상담원들은 탈북민의 가족, 이웃 또 친구가 되기도 하죠.
-Closing Music –
탈북민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신을 위로해 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 선의를 갖고 도와주려는 사람 단 한 명만 있어도 살아가는데 큰 버팀목이 되는데요. 뮤지컬 ‘희망을 걸어드림’, 제작총괄 정경희 교수는 공연을 통해 남북 사람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며 통일은 멀지만 우리의 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북에서 온 우리의 이웃, 친구가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정경희)저희가 살아가는 게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정말 주제인 것 같아요. 통일은 멀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가까운 가족들이나 친구나 이렇게 아는 사람들이 배려할 수 있는 그 마음을 갖는 일이라는 것이 극을 통해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희망을 걸어드림’. 전화선을 타고 희망은 전해질 수 있을까요.
나머지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김인선, 에디터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