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장마당(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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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모든 사람은 성별과 피부색, 신념, 종교 등의 특징에 관계 없이 자유롭고 평등합니다." 유엔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가 합의하고 문서로 명시한 이 내용은 '세계인권선언문'의 한 조항인데요. 1948년 12월 10일 UN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됐고 이날을 기념해 매년 12월 10일을 세계 인권의 날로 정했습니다.

이날을 맞아 전 세계의 정부와 시민단체에서는 인권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요. 한국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국제인권단체 LINK(Liberty in North Korea)는 2021년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12월2일부터 11일까지 열흘 동안 남북 청년들이 함께 만드는 '액션장마당' 행사를 진행하는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현장음) 저의 고향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하겠습니다. 저는 양강도 혜산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어요. 사진을 보시면 저 뒤에 탑이 있지요~

이곳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행사장. 지난 12월 5일 일요일 오후 시간, '액션장마당' 행사의 일환으로 스피치 행사가 진행 중입니다. 탈북민과 함께 하는 두 번째 토크콘서트 행사인데요. 링크의 박한솔 매니저에게 전반적인 행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어봤습니다.

(박한솔) 세계인권의 날 12월 10일을 맞이해서 장마당이라고 하는 북한 말과 영어를 섞은 액션 장마당이라는 것을 열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 중심으로 북한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움직임을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한 행사인데요. 장마당처럼 이야기도 많고 교류하는 것도 많고,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왜 북한인권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좀 변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세계 인권의 날 행사를 준비했고요. 그 중에서 스피치 팀이라는 남북 청년들이 섞여 있는 대학생들 팀에서 준비한 게 이번 미소 선생님과 함께하는 원데이 클래스 행사였어요.

'행동'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액션'과 북한말 장마당을 합쳐서 만들어진 '액션 장마당'에는 많은 사람들의 교류를 원한다는 청년들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장마당답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는데요. 매거진팀, 영상팀, 사진전팀, 메타버스팀 그리고 스피치팀까지 총 5개의 조직으로 나눠 팀 별로 행사 기획부터 진행까지 담당합니다.

제가 현장을 찾은 날은 스피치팀에서 기획한 행사가 진행됐는데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과 함께 하는 이야기 콘서트이지만 강연 형태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진행자가 있어서 질문과 대답을 하는 대담 형식도 아닙니다. 연사로 초대된 탈북민이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청중과 소통을 하는 자리인데요. 가수와 화가로 활약하고 있는 탈북민 강춘혁 씨와 미용과 패션 문화를 알리는 탈북민 윤미소 씨가 함께 했습니다. 12월 3일에는 춘혁 씨, 5일에는 미소 씨가 사람들 앞에 서게 됐는데요. 이 두 사람을 연사로 선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박한솔 매니저의 말입니다.

인서트3: (박한솔)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분일까'라는 고민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북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은 많지만 조금 더 20대 친구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어떤 매개체를 가지고 본인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았고 그게 결국에는 미용, 예술, 음악이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왜 그런 재능을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데 사용하게 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좀 자연스럽게 연결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두 분 같은 경우는 정말 '본인들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세요'라고 하는 분들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하고 있어요', '나만의 직업으로 조금 더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달하고 있어요'라고 말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라서 이번 행사에 함께 할 수 있었어요.

강춘혁 씨는 신나는 힙합 공연과 함께 자신의 삶을 들려줬고 윤미소 씨는 뷰티 전문가이기에 참가자들과 함께 입술용 크림인 립밤을 만들어보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미소 씨는 사진 자료와 영상을 준비해서 참석자들에게 화면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요.

인서트4: (현장음)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모습은, 보이시죠? 앞에… 항상 한국의 드라마, 한국의 제품들, 화장품, 한국의 노래들까지 여러 가지에 푹 빠져 있었고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청바지를 입는 거였어요. 그런데 청바지를 못 입게 하는 거에요. 그래서 항상 뒷골목으로 다녔어요. 도로로 다니면 규찰대라고 해서 우리가 입는 옷을 단속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저도 낮에는 단속하러 나갔다가 저녁에는 청바지로 갈아 입고 뒷골목으로 다니곤 했었거든요~

북한에서부터 미용과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미소 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북한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배고파서 탈북을 한 것이 아니라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는 자유를 위해서, 더 예쁘게 가꾸고 싶고 꾸미고 싶어서 국경을 넘은 거죠. 미소 씨는 중국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청바지를 입어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화사하고 화려한 색상의 옷도 마음껏 입고 머리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신분이 불안정해서 북한으로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공존했습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탈북 여성들이 쉽지 않은 여정을 거치게 된다는 말을 하며 영상을 하나 보여주는데요. 인신매매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만 하는 북한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입니다.

이 영상을 보여준 후 미소 씨는 참석한 학생들에게 가벼운 듯 묵직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인서트5: (윤미소) 북한에서 오시는 여성분들 80% 정도가 이제 이런 상황을 겪어야만 한국으로 올 수 있어요. 본인이 원하는 자유를 위해서요. 그런데 그 자유가 뭘까요? 여러분들은 자유로우세요? '공부해야 되는데 하기 싫다, 공부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런 자유에 대한 생각을 하시죠?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여성분들에게 자유는 그냥 평범하게 자유롭게! 그게 뭐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험난한 여정을 거쳐서 한국에 도착을 하는데요. 영상에서 보셨던 것처럼 저도 그런 과정들을 거쳐서.. 거쳤다 하기에는 제가 너무 있어 보이죠? (웃음) 저는 9년 전에 한국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가 주어졌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꿈이라는 그런 자유를 향해서 열심히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고요~

탈북민이 한국에 입국을 하면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3개월 동안 기본적인 한국생활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안정된 정착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직업 안내와 교육도 함께 진행합니다. 미소 씨도 2013년 한국에 입국한 후 하나원에서 그런 시간을 가졌다는데요. 그때 작성했던 글과 그림을 화면으로 준비해서 보여줍니다.

인서트6: (윤미소) 저도 까먹고 있었는데 이제 이런 활동을 좀 하려고 짐을 이렇게 뒤지다 보니까 어느 순간인가 나온 거예요. 하나원이라는 곳에서 그때 제가 적은 꿈은 '뷰티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 이렇게 적은 거예요. 지금 보니까 '내가 저 꿈을 이루고 있구나, 지금 이루었구나' 라고… 이제 이렇게 보면서 너무 감동받아서 저도 저한테 정말 잘했네, 너무 감동을 받아서 이렇게 좀 가지고 와봤습니다. 저는 북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북한 사람들도 꿈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내가 원하는 꿈을 이렇게 이루고 살고 있다는 그런 어떤 평범한, 정말 소박한 나의 일상을 얘기하고 싶어서 이렇게 사진을 좀 넣어봤습니다.

북한의 실상, 북한의 인권… 이렇게 거창하게 큰 주제에 대해 이야기는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미소 씨가 알리고 싶은 것은 북한 사람들에게도 꿈이 있다는 것,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탈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탈북민들이 자신처럼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 씨가 용기를 낸 이유가 있다는데요. 어떤 사연 때문일까요? 미소 씨의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