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북한인권단체 LINK(Liberty in North Kore)에서는 12월2일부터 11일까지 '액션장마당'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정치가 아닌 사람을 보자, 그곳에도 사람이 있다'라는 주제로 남북 청년들이 함께 만든 자리인데요. <여기는 서울>에선 12월 5일에 진행된 토크콘서트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미지 컨설턴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민 윤미소 씨가 참석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입술 보호 연고, 립밤도 만들어 봤는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 그 마지막 시간으로 토크콘서트에 함께 한 참석자들의 이야기 담아봅니다.
[여기는 서울] (현장음) (웃음소리) 어떡해… 이게 쉽지가 않네. / 되게 어렵다. / 조금씩! 조금씩! / 아. 조금씩 섞어야 되는구나~
원하는 색상으로 자신만의 립밤 만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미소 씨는 테이블을 옮겨가며 참석자들에게 맞는 색상을 추천해주고 다시 한 번 설명을 해줍니다.
(현장음) 행복한 고민이네요. 둘 다 섞으면 어떨까요? / 우와~ / 왜냐면 이거는 좀 따뜻한 색상이고 얘는 시원한 느낌의 색이에요. 그래서 2개를 좀 섞으면 좋을 것 같아요~
참가자들 중 가장 어린 친구가 있습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데요. 립밤 만드느라 너무도 열중하고 있어서 만들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만나봤습니다. 서초동에서 온 김수정 양인데요. 학교 선생님의 제안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고 하네요. 수정 양은 오늘 이 자리가 어땠을까요?
(인터뷰-김수정) 정말 좋고 저희 팀 테이블에 있던 두 분도 진짜 친절하게 대해주시기도 하고 미소 선생님께서도 되게 재미있고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미소 선생님이 북한 분이신 줄 몰랐어요. 말투를 듣고 한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북한 사람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앳돼 보였던 수정 양은 18살, 고등학생으로 탈북민 엄마와 함께 3살 때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온전히 남한에서 보낸 수정 양은 어디를 봐도, 얘기를 해봐도 남한 청년입니다. 사실 수정 양은 이 자리를 통해 처음으로 북한 여성들의 인신매매와 원치 않는 결혼생활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얘기를 들으며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합니다. 수정 양의 이야기, 잠시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수정) 저는 그런 상황일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어요. 슬프고 (엄마가) 더 존경스러워졌어요. (엄마가) 나를 한국에 데려 와줘서 고맙고 사랑합니다. (웃음) / (리포터) 오늘은 우연히 참석하게 된 거잖아요. 앞으로는 어떨 것 같아요? / (김수정) 참여를 꼭 해야죠. 참여를 더 할 예정이고 어디든지 찾아가서 경험해 보고 싶고 탈북이나 북한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싶어요.
이런 수정 양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를 이 자리에 초대한 김바다 선생님인데요. 어떻게 두 사람이 동행하게 됐을까요?
(인터뷰- 김바다 선생님) 이 학생이 평소에 뷰티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가면 되게 재미있게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오게 됐고요. 그리고 또 북한에서 오기는 했지만 어린 나이에 와서 조금 더 이렇게 친근한 분위기에서 북한에 대해서 알아가면 좋을 것 같아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사제지간에 이렇게 돈독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김수정 양과 김바다 선생은 무슨 얘기만 해도 웃음꽃이 피는데요.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니라 큰 언니와 막내 여동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입니다.
(인터뷰- 김바다) 수정이라는 친구가 너무 어린 나이에 북한에서 왔거든요. 수정이가 한국에서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부모님의 배경이나 이런 것들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정이에게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사실 학생을 데리고 왔다기보다 그냥 주말에 같이 놀러 나온 그런 느낌이었고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좋은 체험을 한 것 같습니다.
남한 청년들도 탈북 2세대 청년들도 '액션장마당'을 통해 북한에 대해, 아니 그곳에 살고 있는 북한 사람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해 봅니다. 이화여대 2학년에 재학 중인 기가은 씨는 학교 수업을 통해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는데요. 이 자리를 통해 아직은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고백합니다. 가은 씨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기가은) 제가 작년에 북한 관련해서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수업을 되게 열심히 들었고 그 뒤로는 북한 관련 뉴스도 더 잘 알아듣고 해서 북한에 대한 인식 수준은 꽤 괜찮지 않나.. 스스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탈북 과정이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탈북민들께서 한국으로 건너오실 때 성적으로 착취당하거나 매매혼을 한다는 것은 몰랐어요. 그런 점에 관련해서 북한 여성분들의 삶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과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게 됐고 또 그들도 꿈을 가진 사람들 분들이라는 걸 다 알게 됐어요. 제가 기존에 가졌던 편견을 털어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다현 씨는 오늘 이 자리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 떠는 분위기 속에서 립밤을 만든다는데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이어지고, 무겁지는 않지만 진지했으니까요. 평소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북한이었지만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됐다는 다현 씨는 미소 씨에게 고마움과 격려의 말을 남깁니다.
(인터뷰- 김다현) 저는 북한에 대해 편견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크게 관심이 있다고도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가 좀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평소 북한의 모습은 굉장히 발전이 좀 덜 돼 있고 그런 걸 예상을 했는데 미소 연사님처럼 뷰티나 한국 문화에 대해서 관심있는 북한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어요. 또 북한 출신이 전문적으로 뷰티 업계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도 오늘 처음 보게 돼서 저는 좀 신기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연사 님이 운영하시는 그 미소 컬러 뷰티에 가서 진단도 받아보고 싶고요. 또 탈북민이라는 것을 지인들한테 밝히신 지 얼마 안 됐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조금 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당당하게 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토크콘서트와 립밤 만들기가 서서히 마무리 됩니다. 미소 씨가 마지막 마무리 말을 전하는데요. 미소 씨는 립밤에 들어가는 각각의 색깔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였답니다.
(현장음- 윤미소) 보시면 혜산 보라색 이렇게 쭉 있죠. 북한에 어떤 지역이 있는지를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름들을 이렇게 붙여서 가지고 왔는데 혹시 보셨나요? / 네. / 제일 기억나는 이름이 어떤 이름일까요. / 평양 빨간색. / 강원도 분홍. / 왜 그렇게 붙였는지 혹시 생각을 해보셨나요? / 아니요. 알려주세요. / 혜산을 보라색이라고 제가 적었는데 혜산 같은 경우에는 들쭉, 백수단… 들쭉에 대해 들어보셨죠? 컬러가 보라색이에요. 보라색 같은 경우 신비로움, 매력, 담대함이라는 키워드가 있어요. 그래서 나름 되게 고민을 많이 해서 붙여 온 색이기도 합니다. 오늘 립스틱 만들면서 다양한 지역의 이런 문화들도 그리고 미소라는 사람의 스토리를 듣고 '나와 다를 바가 없구나'라는 걸 기억하시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기초부터 잘 닦아야 하고요.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원인부터 찾아내야 합니다. 일도 학업도 뭐든 조급한 마음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거죠. 만남 역시 작은 것부터 시작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남북 청년들은 더디고 느린 것 같아도 '액션장마당'에서 작은 만남을 시작하고 소통합니다.
만남의 끝에서 운명처럼 북쪽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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