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2021년의 마지막 달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네요. 다들 올 한해를 잘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 중일 텐데요. 서로 연말 인사를 건네는 이맘때… 항상 하게 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타치폰에 입력된 연락처 중 자주 연락 못 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서 인사를 전할까, 말까 망설이는 거죠. 그리고 고민 끝에 그냥 아는 사람과 친구가 구분되고요.
어떤 책에서 봤는데요. ‘친구란 나의 빛깔과 향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고 그 관심의 힘으로 나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라고 해요. 오늘 <여기는 서울>에서는 그냥 아는 사람에서 친구가 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현장음)너무 예쁜데? / 어! 진짜 예쁘다. 마음에 들어. / 나랑 비슷해지고 계셔. 이제 진정한 동지가 되었어요. 우리.. 아까는 서로 헤맸는데~~~
시끌시끌 왁자지껄하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남북 청년들이 모여 만들기도 하고 놀이도 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인데요. 얼핏 보면 웃고 떠들고 노는 것만 같지만 절대 그냥 노는 자리가 아닙니다. 일상적인 대화 같지만 주제는 북한과 북한 주민들의 생활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죠. 필리핀에서 유년 생활을 보낸 장소영 씨의 얘깁니다.
(장소영)제가 지금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때까지는 필리핀에서 살았어요. 여러분이 해외여행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나가보면 굉장히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Where are from? 해서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North냐, South냐 무조건 물어보거든요. 그냥 말 걸고 '요즘 북한은 어떠냐'고요. 그만큼 관심이 많아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너는 북한 갈 수 있냐?' 해서 나는 못 간다고 했더니 '너는 왜 못 가냐, 가면 어떻게 되냐' 이런 것들을 계속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그리고 북한이 미사일이라도 쏘는 날에는 그 다음 날 학교에서 저한테 '한반도가 지금 위험한 거 아니냐, 너네 전쟁하는 거 아니냐' 이런 소리를 되게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북한에 대해서 자주 접하다 보니까 저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던 것 같아요.
이후 소영 씨는 소소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하나 보게 됐다는데요. 이 영상은 소영 씨에게 적잖은 충격이 됐습니다.
(장소영)북한을 정치 뉴스에서만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실제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저도 처음 본 거예요. 북한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다 이런 식으로 소개를 해주고 같이 교류하는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 그거에 되게 충격을 받고 '아~ 북한에도 사람이 산다' 이런 걸 처음 이제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왜 지금까지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그때부터 북한 관련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책도 스스로 읽고 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밖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소영 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남한 청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한 전역 10여 개 대학의 북한 인권 관련 소조가 모여 만든 ‘통일 대학생 동아리 연합’이 대표적인데요. 남북한 출신의 대학생들이 함께 통일에 대한 꿈과 의견을 나누며 소통을 합니다. 이들은 북한과 북한 인권에 관련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직접 기획하기도 하는데요. 단 어떤 정치적인 단체나 기구에 소속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조직의 독립성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국제인권단체 LINK(Liberty in North Korea) 역시 청년들이 주축이 된 단체입니다. 청년들이 앞장서는 북한 인권 활동…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링크 박한솔 매니저의 말입니다.
(박한솔 매니저) 20대 친구들이 2~30대 분들이 본인 또래들을 대상으로 생각의 변화를 좀 만들어주려고 기획을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2030대 분들이 정말 많이 오세요.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이지만 결국에는 이 친구들이 나이가 들고 회사원이 되고 아기를 낳고 했을 때는… 정말 자연스럽게 생각이 변화되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결국에는 그 연령층이 점점 더 확산하지 않을까요. 결국에는 20대 친구들이 변한다는 것은 그 친구들의 부모님들에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가족 내의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고 또 또래 친구들이 나이가 들면서 우리 한반도 자체가 변화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으로 저희가 지금 20대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게 커다란 물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장음)시끌시끌한 소리 + 웃음소리
이게 청년들만의 방법입니다. 엄숙한 분위기가 아니라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고려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상희 씨입니다.
(김상희)코로나 시국에 많이 모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서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다가 이번에 만나는 시간을 가졌어요. 2~3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고 같이 네트워킹 시간도 갖고 발표를 들으면서 저 팀은 저 동아리는 저런 거 하네, 저거 되게 참신하다 막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가고는 했는데요. 여기 놀러 오시면 1등 하시는 분에게 저희가 소정의 상품도 드리고 있고, 그리고 오시면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많이 올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같이 와서 얘기를 할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 시간도 있어서요. 한번 놀러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희 씨는 이달 초 열린 링크의 ‘액션장마당’에서 사사끼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아이들도 다 아는 대중적인 카드 게임이지만 남한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상희 씨는 게임을 통해 꼭 알려주고 싶은 게 있었다는데요.
(김상희)사사끼 게임! 북한의 카드 게임이에요. 트럼프 카드를 가지고 하는 건데 이게 조금 어려워요.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이 카드 게임을 하는 거 보면 만만치 않구나, 똑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룰이 많고 어렵고 그리고 진짜 재미있는 북한의 대중적인 카드 게임인데요. 이런 기획을 통해 사사끼를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4명이 모여서 하다 보니까 더 친해지는 친근감이 생길 수도 있고 북한하면 '가난', '어려움'… 이런 게 아니라 북한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들의 문화가 있고 그 사람들의 추억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어요.
남한에도 대중적으로 하는 카드 게임이 있지만 사사끼 게임의 방식은 조금 복잡합니다. 그래서 탈북 청년들이 옆에서 남한 청년들을 도와줘야 하는데요. 이 부분도 탈북 청년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답니다.
(김동진)잘 이해가 안 되고 누가 옆에서 북한 친구가 도와줘야만 뭔가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거거든요. 모든 용어가 북한에서 쓰는 용어들이라 북한 친구가 꼭 옆에서 가르쳐줘야만 할 수 있는 게임이에요. 그래서 뭐라 해야 할까요? 한국에 와서는 저희가 맨날 한국 친구들한테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는 입장이었는데 이것만큼은 북한에서 온 친구들은 다 잘하거든요. 그래서 한국 친구들이 그때는 배우는 입장으로 바꿔서 해본다는 게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북한 문화인데 또 재미있고 일단 한번 해보면 한국에서 태어난 친구들도 자주 만나서 같이 해요.
사사끼게임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고 장담하네요. 역시 해보기 전에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원)저는 이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김정원이라고 합니다. 사실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냥 북한 하면 정치적으로 김정은이나 이런 것만 생각나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못하고 살았는데 이렇게 액션 장마당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북한의 청년들은 이런 게임을 하고 노는구나 알 수 있어서 좋았고 그걸 알게 되니까 뭔가 북한의 청년들이랑 뭔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고 뭔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도 들고 그래서 이렇게 게임을 문화를 공유하는 게 참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남북 청년들이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그냥 아는 사람에서 친구가 되는 거죠. 청년들만의 방법으로 우정을 쌓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내년에도 기대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