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리움을 노래를 타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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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눈 깜짝할 새’ 라는 표현이 너무도 와 닿는 요즘입니다. 12월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반도 안 남았더라고요. 그렇게 눈 깜짝할 새, 2022년도 며칠 남지 않아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요. 공연이나 음악회가 연말에 많은 것도 아마 그런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탈북민들의 연말도 바쁩니다. 탈북민의 삶을 담은 연극부터 탈북민을 무대 위 주인공으로 세운 음악회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데요. 지난 12월 7일 탈북민여성들로 구성된 물망초합창단이 선보이는 물망초 음악회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봅니다.

(현장음)리허설 연습 실황

이곳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공연장!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음악회를 앞두고 합창단원들의 연습이 한창입니다. 2시30분부터 시작된 최종 연습만 벌써 2시간 째인데요. 오늘 선보이는 공연이 어떤 자리기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걸까요? 물망초합창단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조경희 국장의 말입니다.

(조경희)이번 2022년도 물망초 정기음악회는 물망초 설립 10주년 기념으로 하는 음악회고요. 특히 이번 음악회는 세계 인권선언 75주년을 앞두고 저희 물망초 합창단이 이 75주년을 앞서서 캠핑 시작을 알리는 아주 중요한 음악회라 할 수 있습니다.

물망초는 북한인권 실태를 국내외에 알리고 탈북민 교육 등에 앞장서는 민간단체로, 2013년에 설립돼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권단체가 정기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음악회를 열게 됐을까요?

(조경희)물망초 합창단은 2015년 3월에 창단이 됐습니다. 그냥 자그마한 어떤 모임으로 만들었다가 합창단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는 7년이 됐고요. 북한 여성으로 구성된 합창단입니다. 지금 35명이 굉장히 활발하게 연습을 하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 모이기 시작했다가 같이 모여서 노래하는 것도 굉장히 즐거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음악회도 진행을 하고 있고요. 합창단 활동을 통해서 북한 및 북한이탈주민의 어떤 인권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저희 물망초에서 물망초 합창단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커요. 나아가서는 물망초 합창단이 북한이탈주민의 롤 모델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합창단입니다.

그만큼 물망초 합창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많답니다. 물망초 재단 뿐 아니라 탈북민 지원단체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후원을 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고 합창단원이 되고 싶다는 탈북 여성들도 줄을 잇고 있다는데요. 조경희 국장의 말입니다.

(조경희)국내 유일의 북한 여성으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보니 주목도도 있고 정기 연주회라든지 저희 공연할 때 와서 보시면 '해가 다르게 수준도 많이 올라갔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합창단을 위한 후원회도 구성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합창단 활동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음악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합창 단원들의 연습 모습을 저희 물망초 안에서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분들한테도 어떤 동기 부여가 분명히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연을 준비했고 이 공연이 연말에 저희 후원하시는 분들, 또 물망초 활동에 관심 가지신 분들한테 물망초 합창단의 활동을 좀 보여주고자 저희가 정기 연주회를 이제 매년 12월달에 진행을 합니다. 그래서 물망초 음악회에 대한 어떤 취지는 '북한이탈여성으로 구성된 물망초 합창단이 이렇게 본인들 각각의 어떤 굉장히 마음의 상처들이 있지만 그거를 다 극복하고 이렇게 우뚝 섰습니다'라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어떤 취지도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합창단원 35명이 모여 연습을 했고 1박2일동안 합숙을 하며 화음을 맞췄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오늘 이 자리에서 선 보이는 거죠. 많은 사람들 앞에 서기 전 얼마나 떨릴까요?

7시 30분부터 시작된 물망초 합창단의 본 공연, 첫 곡은 김소월 시인의 ‘못 잊어’를 노래로 만든 곡인데요. 잠시 감상해 보시죠.

(현장음)노래 –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라는 가사가 반복되는데요. 탈북민들은 이 가사가 마치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선 보인 노래 중에 ‘못 잊어’ 이 노래를 최고의 노래로 꼽는데요. 물망초합창단의 실무를 책임지는 총무 최정선 씨 입니다.

(최정선)우리 첫 곡 못 잊어는 합창곡 자체가 너무 이렇게 편안하잖아요. 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나고 화합하는데 좋았습니다.

개성 출신의 정선 씨는 올해 78살입니다. 물망초 합창단이 처음 창단되던 시작부터 함께 했다는데요. 벌써 7년째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겁니다. 그녀의 이야기, 잠시 들어보시죠.

(최정선)제가 2007년 7월 4일 딸과 함께 대한민국에 도착했습니다. 15년 됐죠. / (리포터) 한국 정착 15년 중에 절반은 합창단과 함께 하신 거네요. / (최정선) 물론입니다. 저는 합창단 창시자고요. 지금 현재까지 총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파트는 소프라노입니다.

고음을 맡은 데다가 합창단의 실무를 책임지는 총무 역할까지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지만 최정선 씨는 합창단이 삶의 활력이 된답니다. 창단부터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거죠.

하지만 여러 명의 목소리가 화합을 하고 화음을 낸다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많은 연습의 양이 있어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낼 수 있으니까요. 최정선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정선)합창단 정기연주회를 하는 것은 1년에 한 번이니까 그게 부담이 컸어요. 또 합창단이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합창단 단원이 함께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연습들을 해와서 다 같이 한 목소리를 내야 되는데 연습 잘 해오는 사람, 못 해오는 사람, 각양각색이어서 애타는 점도 많았죠. 연습이 좀 부족해서, 안 돼서 속상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만큼 공연을 할 때마다 만족스러움 대신 속상함이 느껴진답니다. 실제 공연에서 단원들은 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화음을 잘 이루었을까요? 물망초 합창단의 공연실황과 합창단원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오늘은 공연에서 선보인 북한노래 ‘조각배’ 전해드리면서 인사드릴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공연실황)물망초 합창단 노래 – 조각배

기자김인선, 에디터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