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신병집합소 급식이 구설수에 오른 이유?
-연대장은 연대적으로, 대대장은 대대적, 중대장은 중간중간 빼돌리는 군대 배급
-태양절 없애지만 태양절에 걷는 김일성 기금은 유지
-중국 파견 북한 회사 경우, 사장 1천 위안, 통역 500위안, 노동자들은 100위안 걷어
-안 기자, 봄 초모(신병모집) 기간이 거의 끝나가죠, 초모철을 마무리하면서 관련 보도 정리해보겠습니다. 올해 초모생들이 초모소에서 받는 식사(급식)의 질이 많이 떨어져, 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요, 부모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을 텐데 예상보다도 질이 떨어지나 보죠?
안창규 기자 : 네, 북한 각 도 초모소의 식사 질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모생들에게 쌀과 옥수수가 반반 정도 섞인 밥을 주었다고 합니다. 밥양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부모들의 원성을 산 건 반찬입니다. 염장무만 준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비닐 온실(하우스) 농사가 활발하지 못하므로 이른 봄에 남새가 귀합니다. 북한에서 봄에 제일 먼저 나오는 채소가 시금치인데 평안남도, 황해남북도 등 남쪽에 위치한 지역은 4월 중순 경에 시금치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함경북도는 5월이 되어야 시금치가 나오고, 양강도는 6월이 되어야 먹을 수 있습니다.
전반 상황이 이러니 아무리 도 군사동원부라고 해도 이른 봄에 어디 가서 신선한 채소를 구해올 수 없습니다. 고기는 더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북한 군이 가을에 저장하거나 담근 약간의 배추와 무, 그리고 김치가 떨어지면 군인들의 반찬에 염장무 밖에 없는 게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올해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내야 할 부모들은 북한 군의 식사 수준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초모가 시작된 지난 4월 10일,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군정대학 교직원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식탁에는 고기 불판을 중심으로 고기, 사과, 배, 상추, 파 등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풍성한 저녁 식사를 김정은이 차려주었다고 하는데 북한 주민들은 조선중앙TV 보도를 통해 이를 다 봤습니다.
군대에 나가 있는 자식, 당장 군대에 가려고 도 초모소에 집결한 자기 자식은 그렇게 먹지 못하는데 김정은이 일반 군인이 아니라 앞으로 사단장, 군단장이 될 간부들을 챙기는 것을 보면서 부모들은 허탈감을 느꼈을 겁니다. 결국 초모소에 모여든 부모들 속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실제 군대의 식사(급식)는 수준은 어떻습니까?
안창규 기자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 군인들의 식사 질은 정말 한심합니다. 흰 쌀밥은 명절 때나 먹을 수 있고 평소에 쌀이 극히 적게 들어간 강냉이밥을 먹는데 그 양이 정말 적습니다. 경제난 이전에 1일 군인 보급 식량이 800g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난 이후 보급량이 계속 줄어 현재는 600g입니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하루 600g이 적은 식량이 아니지만 평소 고기, 식용유 등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순수 밥에 의존하는 북한 상황에서 하루 600g은 적은 양입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큰 밥그릇을 사용하지만 나중에는 작은 그릇을 사용합니다. 다른 반찬이 늘어나면서 점차 밥양이 줄어드는 겁니다.
문제는 600g의 식량이 군인들에게 100% 차려지지 못한다는 겁니다. 도중에서 이리저리 뜯기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북한 군에 연대장은 연대적으로 해먹고, 대대장은 대대적으로 해먹고, 중대장은 중간중간 해먹고, 소대장은 소소하게 해먹고, 분대장은 분한있게 해 먹는다는 유행어가 있겠나요?
고기를 먹는 건 더더욱 어렵습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전에 이미 군대가 자체로 짐승을 키워 고기를 해결하라고 했는데 축산이 어디 쉽습니까? 각 부대가 염소, 돼지 등 축산을 하고 있지만 실제 군인들은 1년에 3~5번 정도 주요 명절에만 고기를 먹습니다.
그마저도 한두 점의 고기가 든 멀건 국물에 불과합니다. 보통 돼지고기를 삶으면 국에 기름이 많이 뜨지 않습니까? 북한 군이 키우는 돼지는 사료가 없어 군인들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로 키우는데 남는 음식이 없으니 돼지도 늘 배고픈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란 돼지라 그런지 북한 군의 돼지고기 국물에는 기름이 별로 뜨지 않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이를 두고 ‘돼지가 장화 신고 건너간 물’을 먹었다고 합니다.
-남한은 군대 소집 영장이라는 것을 신병들에게 우편으로 보내고, 이걸 받으면 훈련소 위치, 날짜 이런 게 안내됩니다. 소집 일에는 보통 집에서 가족들이 함께 멀면 기차나 비행기, 가까우면 자동차로 함께 갑니다. 북한은 기차역에서 초모생을 배웅하며 부모들이나 친구들이 많이 울었다, 이런 얘기는 전해 들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안창규 기자 : 초모생이 군부대에 입영하는 모습은 남과 북이 많이 다릅니다. 북한에서는 모든 게 명령식으로, 집체적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입니다. 각 군 군사동원부가 신체검사, 담화(면접) 등을 통과한 입대 대상자들을 집체적으로 열차나 버스를 태워 도 군사동원부로 이동시킵니다.
도 군사동원부에는 도내 각 시, 군에서 많은 초모생이 집결하므로 초모생들을 위한 숙소와 식당을 갖춘 초모소가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신체검사, 체력검정, 담화를 거치며 입대할 부대가 정해지면 군복을 입습니다. 집이 가까운 지역의 경우 군복을 입은 초모생이 하룻밤 집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초모생이 초모소에서 머무는 기간이 보통 7~10일 정도 되는데 도 군사동원부와 멀리 떨어진 시 군의 경우 동창, 친구들은 군에서 출발할 때 작별합니다. 물론 부모들은 도 초모소에 따라와 배치받은 부대로 출발할 때까지 머뭅니다
이후 신병들을 해당 부대 군관, 혹은 군사동원부 군관의 인솔하에 부대로 이동합니다. 초모생들의 이동은 북한에서 중요한 사업으로 취급됩니다. 국가가 1군단 5군단 등이 있는 강원도 방향, 2군단 4군단 등이 있는 황해도 방향 등 각 방향 별로 초모생들을 위한 전용 열차를 따로 편성해 운영합니다.
이 열차는 보통 군 소재지 역에 다 정차합니다. 결국 열차가 이동하는 노선 가까이에 집이 있는 친구들은 역에서 가족, 친척, 친구들과 잠깐 만나고 작별합니다. 북한 영화나 탈북민들이 기차역에서 배웅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게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배웅하면서 흘리는 눈물에는 군대 가서 10년 동안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들겠나 하는 우려가 제일 클 것 같습니다. 안 기자님은 군복무 10년 중 무엇이 가장 힘드셨습니까?
안창규 기자 : 저는 예우가 좀 괜찮은 부대에 근무했기 때문에 일반 군부대의 실정과 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군 복무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입대해 1년 반 정도는 배고픔을 참는 게 어려웠습니다. 괜찮게 먹었지만 그만큼 훈련을 많이 하고 철저한 통제하에 일과표에 따른 집체 생활하다보니 늘 배고팠습니다. 지금은 더 어렵겠지만 저의 경우 군 생활을 2년 정도 하니 배고픔이 극복됐습니다. 위가 적은 식사량에 적응하는 거지요.
부모와 고향,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었습니다. 명절, 생일 같은 때 부모님과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통제된 집단생활이 싫었고 사회생활의 소소한 자유가 그리웠습니다.
북한 군인은 무더운 날씨에도 두텁고 어두운 색깔의 군복을 입어야 합니다. 그것도 목 단추까지 꼭 채워야 하고 모자까지 써야 하지요. 억지로 여름 더위를 견뎌야 하는데 이것도 힘들었습니다.
훈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좀 다른데 제가 복무한 부대에서는 겨울이 되면 6시에 기상해 체조, 달리기, 격술(무술) 등의 아침 운동을 40분간 하는데 이게 제일 싫었습니다. 너무 춥기 때문인데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진 날에만 털모자를 쓸 수 있었습니다.
또 25kg의 군장을 착용하고 매주 진행하는 16km 행군, 4km 무장 강행군, 6km 반화학극복훈련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한마디로 10년의 군 생활은 지옥이라고 생각됩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군대 생활 10년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 올해 태양절은 태양절을 없애라는 지시 덕에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이런 모습은 내부에서도 포착됩니다. 태양절 문구는 없애라고 지시하고 행사도 축소했으나 '김일성 기금'은 그대로 걷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기자, 김일성 기금이라는 게 뭡니까?
김지은 기자 : 김일성김정일기금은 2007년 10월 창설된 국제김일성기금이 모체입니다. 김일성 우상화를 세습의 기본 조건으로 여긴 북한 김정일이 부친을 영원한 태양으로 모신다며 국제김일성기금을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5개월 만에 '국제김일성기금'을 '김일성김정일기금'으로 확대, 개편했고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 등 전 세계 각국을 대상을 기금 모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이 기금을 김일성, 김정일을 영원한 태양의 모습으로 보전하기 위해서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로 기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밝힌 바는 없습니다.
기금이사회에 가입하려면 최소한 500유로 즉 중국 돈으로 약 3,800위안 정도의 연회비와 1만 위안(미화 1,383달러)의 기금을 바쳐야 하는 것으로 소식통을 전합니다. 문건으로 확인되는 등록비는 개인은 1년에 미화 537달러(500유로), 단체는 1천 달러(1만 유로) 이상이며 연회비는 개인은 1년에 750달러(700유로), 단체는 2만 1천 달러(2만 유로)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을 북한 내부에서 걷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고 이 금액의 대상자는 북한 회사와 거래하는 해외 회사일 것으로 보입니다.
- 해외 파견 북한 회사들이 대방들에게 태양절 등 주요 명절에 돈을 걷는다는 것을 들었는데 그게 바로 김일성김정일기금이군요, 그런데 이 기금은 노동자들도 내지 않습니까?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김정일기금 범위를 국내 외의 모든 개인과 단체를 포함시켰습니다. 따라서 북한 국내는 물론 해외에 파견된 북한 회사는 회사에 부과된 김일성김정일기금 과제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대방 회사의 사장에게도 기금을 받아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회사와 연계된 대방 회사가 김일성김정일기금에 참가하는 것은 북한과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일종의 부대 비용으로 볼 수 있겠으나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에게 걷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경우 한 달 번 돈을 충성 자금 등의 명목으로 거의 다 당국에 빼앗기고 있는 조건에서 또 김일성김정일기금을 강제로 거두고 있는 것인데, 말하자면 당국이 파견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강제 모금하면서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셈입니다.
-올해 태양절을 축소하는 상황이라면 기부금 독촉도 없어야 했겠는데요, 현지 소식통의 말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소식통은 기부금 독촉은 지난해와 다를 바 없이 올해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기금 액수에 대한 중국의 문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장들은 대부분 중국돈 1천 위안(138달러), 통역은 500위안, 노동자들은 100위안을 냈습니다.
태양절 명칭을 없애라는 지시는 중국 파견 북한 회사에서도 문건으로 내려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는데요. 이 소식은 전하는 소식통 역시 명칭은 없애고 기금을 걷으라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들에 가면 김일성김정일 기금을 모금하는 팜플릿 즉 종이 광고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식당에 비치하고 사람들에게 기금을 내라고 유도하는 것인데요. 이 팜플릿에는 기금을 내는 방법, 금액 등이 나와 있고 또 이 기금을 낸 증서가 있으면 북한과의 사업에서 우선권을 주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의 북한 회사, 영사관 등은 각 대방에 기금뿐 아니라 축전도 요구하는데요, 이런 상황이니 북한과의 사업은 정말 쉽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특히 내년 태양절이 주목됩니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요?
김지은 기자 : 내년에는 김정은의 생일이 국가적인 공식 명절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더불어 태양절은 더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관례적으로 이뤄지던 기금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금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특히 주민들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건 당과류 선물일 겁니다.
북한 당국은 은밀히 내부적으로 진행하던 1.8일 김정은 생일 당과류 선물 공급을 올해부터는 공식적으로 1월8일 선물로 이름을 붙여 전달됐습니다. 반면에 태양절 당과류 선물은 올해부터 소학교까지 공급되던 것을 탁아소 유치원까지로 축소했습니다.
북한 내부에는 수년 전부터 4.15일 태양절 당과류 선물을 없앤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집권 10년 차를 맞는 김정은이 우상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나온 소식입니다. 사실상 악화된 북한의 경제 상황 등으로 김정은 우상화 일정이 늦춰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내년 태양절 당과류 선물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북한 정치가 그렇게 흘러왔듯이 북한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또 다른 태양으로 만들 것이고 주민들에게 받아들이게 할 겁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북한을 세계적으로 가난한 국가로 만들고 인민을 굶주림에 몰아넣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모두 인민의 태양이 될 수 있는 어떤 명분도 없어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안창규, 김지은 기자 감사합니다.
안창규, 김지은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