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 수해민, 구조 헬기 타길 주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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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27-28일 기록적 폭우 내린 북한 북부 지역 피해 상황은?
  • 헬기까지 동원된 수해민 구조… "장군님 보고 계신다, 남루하게 타지 말라"
  • 김정은 위원장 수해 현장 찾아 구조 지휘, 주민에 도움되나

-북한 북부 지역에 많은 비가 왔습니다. 큰물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2010년 8월 압록강 범람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현재까지 피해 상황을 먼저 정리해 볼까요?

김지은 기자 : 네, 이번 집중호우의 피해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이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7월 27일, 28일 북한의 북부 국경 지대와 중국 측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압록강의 수위가 위험계선을 넘어서면서 신의주시, 의주군의 섬 지역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5천 여명의 주민들이 침수 위험 구역에 고립되는 엄중한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홍수 피해 현황을 전했는데요, 신의주시와 의주군에 27일 이전부터 위기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고 집중호우에 대비하라는 당의 지시가 하달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27일부터 퍼붓기 시작한 폭우가 28일까지 이어지면서 불어난 물에 주택과 논밭이 침수됐다고 전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지역의 일부 침수 지역은 주민 대피령을 내렸는데 특히 위화도는 공군이 투입됐습니다. 위화도는 오랜 기간 압록강 퇴적물이 축적돼 생겨난 자연섬으로서 주변의 다른 섬보다 비교적 면적이 넓고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요, 이 지역에 대한 주민 출입은 폭우가 내리기 며칠 전부터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창규 기자 : 이번 폭우는 압록강과 가까운 중국 동북부 지역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북한 지역은 앞서 김지은 기자가 전한 신의주, 의주와 함께 압록강을 낀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국(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7월 25~28일 사이에 내린 비량(강수량)은 천마군 635mm, 운산군 642mm, 대관군 487mm, 송원군 554mm, 만포시 472mm였습니다. 북한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이 745~1357mm라는 것을 감안할 때 앞에서 언급한 5개 지역에 이 기간 내린 비는 한 해 강수량의 41~75%에 달합니다.

즉 일 년 동안 내려야 할 비가 며칠 사이에 쏟아져 내린 겁니다. 비량이 엄청난 만큼 북한이 공개하진 않았어도 자강도, 양강도 지역의 수해 피해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압록강을 낀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압록강 수위가 한 시간에 최대 2m씩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마음을 졸였고 성후동에 있는 국경경비대 건물과 혜산시 돌격대 건물이 물에 잠겼다고 합니다.

양강도의 경우 사전에 당국이 각 공장 기업소에서 모래주머니를 만들도록 포치(지시)하며 대비했고 압록강 수위가 높아지자 방송 선전차를 동원하고 지역 간부들을 파견해 각 인민반을 돌며 대피를 호소했습니다. 문제는 대피령이 내렸으나 실제 대피한 주민이 많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유는 가정의 전 자산이라 할 수 있는 텔레비죤(TV), 랭동기(냉장고), 재봉기(미싱) 등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집을 비우면 도둑이 달려들어 한순간에 재산을 다 털어 가기 때문에 적지 않은 가정들이 재봉기, 전기 밥가마 등 가벼운 물품을 아이들에게 지워 대피시키고 어른들은 집을 지켰다는 겁니다. 참 씁쓸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지만 그만큼 안타깝게 지켜야만 했다는 얘기네요. 인명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안창규 기자 : 7월 29일에 대피 관련 소식을 전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이번 수해로 여러 명의 섬주민이 사망했다는 신의주 주민의 말은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하지 않는 한 정확한 사망자 숫자 확인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압록강이 범람해 하류 섬들이 침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0년 수해 때도 압록강 하류 섬이 모두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하느라 소동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사망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양강도에서는 압록강 범람으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현재 압록강 수위는 많이 낮아져 안전한 상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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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김 기자가 잠깐 언급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큰물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직접 주민 구조를 지휘했다고 하죠? 북한 매체들은 직승기(헬기)까지 동원해 침수 지역의 주민들 구출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현장에서 나오는 얘기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신의주에 속해있는 압록강 하류 섬 주민들이 침수된 지역을 직승기(헬기)로 안전하게 대피시킨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쉽게도 수천 명의 섬 주민들이 집 재산, 작은 것 하나 건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침수된 압록강 하류의 섬은 황금평, 유초도, 위화도 등인데 이 섬들은 육지인 신의주와 연결된 다리가 없거나 겨우 하나가 있는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하나밖에 없는 다리를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총을 메고 지키고 있어 외부 주민이 출입이 통제되는 것은 물론 섬 주민들의 이동도 제약을 많이 받습니다. 결국 섬이 신의주에 속해 있지만 주민들이 신의주로 오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압록강 하류 섬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높지 못합니다. 집과 섬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자 농민들이 가정집물(가정생활도구)과 집에서 기르던 가축 등을 그대로 놔두고 텔레비죤(텔레비전)과 재봉기 같은 집에서 값이 제일 많이 나가는 물품만 짊어지고 대피했습니다.

침수된 섬으로 비행기가 날아오자 주민들이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만세를 외쳤지만 비행기에 오를 때 군인들이 비행장에서 장군님(김정은)이 지켜보고 있다, 남루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짐은 싣지 못하게 해, 집에서 어렵게 들고 떠났던 물품을 대부분 버려야 했다고 합니다. 도시와 달리 작은 섬마을 농촌집에서 텔레비죤과 재봉기는 정말 큰 재산인데 그걸 버려놓고 떠난 농민들이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만해도 안타깝습니다.

- 노동신문에는 이날 구조 활동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휘했다는 내용 등이 자세히 실렸습니다. 침수된 도로를 자동차 타고 달리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보트를 타고 수해 지역을 돌아보는 모습이 조선중앙티비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이런 김정은 위원장의 현장 시찰, 실제 복구에 도움이 될까요?

안창규 기자 : 이전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와 금천, 강원도 안변 등 수해 피해 지역을 찾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재해 발생 후 신속하게 지도자가 피해 현장을 찾아가는 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김정일 때는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최고 지도자가 수해 현장을 찾았다면 좋은 일인 것은 맞지만 그만큼 북한에서 민생에 무관심한 당국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멀어지는 민심을 붙들기 위해 선대가 하지 않았던 피해 현장을 찾아 구조 사업을 지휘하는 등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업적을 부각하는 겁니다. 아마 며칠 후 관련 내용을 기록영화로 만들어 지도자의 위대성과 인민적 풍모에 대해 요란하게 선전할 겁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피해 현장을 시찰하는 상황이 복구에 도움은 됩니다. 복구 사업에 군대를 동원한다든가, 전국적인 동원령을 내리는 등의 지시는 김정은만이 내릴 수 있습니다. 법보다 수령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북한에서 김정은이 찾은 피해 현장 복구는 자연히 가장 선차적인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됩니다.

김정은이 직접 시찰한 지역의 복구 사업에 대한 간부들의 자세와 태도도 평소와 다를 겁니다. 현지 소식통들은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해민(수재민) 지원사업에 대한 당국의 요구 수준이 이전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원 물자에 대한 독촉이 불같다는 겁니다.

- 비가 그쳤으니 복구가 이뤄져야 하는데요, 복구 상황은 확인되나요?

김지은 기자 : 대부분의 피해 주민들은 임시 피난처에 머물게 됩니다. 이 기간에는 비 피해가 적은 지역에서 지원 물품을 걷어 피난 주민들의 임시 생활을 보장해 주는데요, 국가가 보장한다고는 말을 하지만 대부분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걷어 나눠주는 겁니다. 과거의 큰물피해 현황을 볼 때에는 비가 그치고 물이 어느 정도 빠지면 주민들에게 일상에 복귀할 것을 지시합니다. 대체로 일주일정도 지난 시점이었고 집이 무너진 경우에도 비가 멎었다고 해서 당장 집 지을 물자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생활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수해민들은 주로 인근 지역 학교에서 임시로 생활하는데요, 남한은 대피소 안에도 천막 등으로 세대 간에 공간을 나눠주고 초보적인 생활을 다 보장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합니다. 최소한의 식량과 밤에 덮을 담요가 고작입니다. 또 위생 시설도 없어 곳곳에서 냄새가 나고 파리가 날립니다. 사실 비 피해가 없어도 주민들이 매일 생계가 걱정인데 큰물 피해가 났다고 당에서 보장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호소하여 식량 30g을 내라, 입던 옷과 쓰던 밥그릇, 숟가락과 젓가락, 담요를 내라는 정도입니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홍수피해현장에 나가 주민 구출을 지휘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구출한 주민들이 생활하도록 어떤 보장을 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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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불경기 블라디보스토크에 새 식당 개업

해외 북한식당 “외화벌이 포기 못 해” 여전히 성업 중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새로운 식당을 준비 중입니다. 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왜 식당을 여는지 현지인들도 의아해한다고 보도했는데요. 해외 식당 영업은 대북 제재 위반이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식당을 여는 배경,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사회로부터 전범국으로 낙인되어 국제적 위상이 추락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원활하게 진행되던 국제관광이나 무역 교류가 거의 중단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북한 역시 유엔 대북 제재로 고립된 상황이며 실제로 고립을 자처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말,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전쟁을 벌인 러시아로서는 전략물자인 무기 확보가 목적이었겠지만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절실한 이해관계가 있었을 겁니다. 물론 현재 북한에서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게 돈과 식량이겠죠.

하지만 식량을 직접 요구하기보다는 돈이 되는 노동력 파견과 외화벌이 기관 파견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노동자들을 파견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동시에 식당을 운영하면 이 역시 다른 돈줄이 되는 것이죠.

실제로 식당이 새로 지어지는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한 때 5개의 북한 식당이 있었습니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를 겪으며 지금은 ‘평양관’ 단 한 곳만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관련 소식을 전한 현지 소식통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의 밀착이 심화하는 시점에서 북측의 낙관적 기대가 큰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앞으로 북러 관계가 발전하고 식당 영업 역시 잘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물론, 대부분의 해외 북한 식당은 한국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도 한 차례 있었고 2022년 다시 지시된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김 기자의 보도를 보면 요즘은 식당 종업원이 입구에서 일일이 손님의 여권을 확인하는 모양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김지은 기자 : 한국인 출입 금지 지시는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모든 북한식당들에 내려졌습니다. 2016년경 한 차례 지시됐지만 그 이후에 한국 손님의 출입이 가능했던 걸로 봐서, 당시에는 지시가 내려오면 강화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느슨해지길 반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부터 강화된 지시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로 더 강화돼 요즘은 종업원이 문 앞을 지켜서 여권 등 신분을 확인합니다. 지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한 상품 전람회 역시 여권을 확인해서 입장시켰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해외 북한 식당들 특히 러시아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이용객이 한국계 러시아 사람, 그들과 함께 오는 한국 손님 또는 한국 관광객이었습니다.

러시아 현지인이 북한 식당을 굳이 왜 찾겠습니까. 북한이라는 폐쇄된 나라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호기심에 방문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북한은 국가 자체의 인식은 물론 북한 식당의 인식도 좋지 않습니다. 맛도 없고, 양이 작고 가격은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관광객을 차단했다고 하여 한국인을 전부 차단한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또는 외국에 나가 이중 국적을 취득한 한국 사람은 출입이 가능합니다.

특히 일부 북한 식당은 영업 목적이 아니라 외국 현지의 정보 아지트라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만 대부분 북한 식당이 돈벌이를 위해 개업했다면 한국인 출입 차단은 영업의 큰 장벽입니다. 속담에 제 손으로 제 눈을 찔렀다는 말이 딱 지금, 북한 당국의 처사입니다.

냉전 시대의 소련에서도 남한 인사들은 북한 식당을 출입했다고 하는데요 ,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더 악화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