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북한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대미 비난 담화로 대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어떻게 나올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26일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발사된 전략 순항 미사일들이 1,500㎞를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26일,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주권과 안전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미국을 상대하는 최상의 선택"이라며 대미 비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의 첫 번째 미사일 발사였죠. 트럼프 대통령이 연락을 취하겠다는 말까지 하며 김정은 총비서와 협상 재개 의지를 밝혔지만 김정은은 미사일로 대응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금혁 씨가 트럼프의 전략에 끌려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적중했죠. 그럼 이번 미사일 발사와 대미 비난 담화는 트럼프의 대화 제안에 대한 응답으로 어떤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십니까?
김금혁 : 현재 북한의 태도와 대응을 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 때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2017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트럼프와 김정은이 불과 1년 뒤 서로 친구라 부르며 화기애애하게 싱가폴에서 만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죠. 왜냐면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하면서 대미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트럼프 역시 화염과 분노를 말하며 자신의 핵버튼이 김정은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위협할 정도로 사이가 험악했죠. 그러다가 갑자기 해가 바뀌고 2018년이 되면서 극적으로 위기가 해소되고 협상이 급진전되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역시 북한은 미국의 협상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협상에 임하기 전 자신들의 몸집을 최대한도로 키워야 회담에 응했을 때 보유할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많을 것이라는 계산인 것이죠. 김정은은 향후 한동안은 도발 위주의 태도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순한 핵보유국이 아니라 다양한 투발 수단을 보유한 매우 위협적인 상대라는 점을 각인시키려 하겠죠. 그래야 협상력도 올라가고 나중에 미국과 어떤 형태로든 거래를 할 때 많은 것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는 현재 북한은 독자적으로 미국과 무언가 의미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개입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러시아와 발을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해졌고,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미북 협상보다 먼저 진행되어야 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협상이고, 그것이 해결되기 전까지 북한은 자신들의 패를 드러내지 않은 채 주기적 도발을 하며 존재감만 알리려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미국의 모든 관심은 중국의 억제를 막고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은 곁가지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죠.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위협은 여전히 상당 수준이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한동안 도발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되겠죠.
기자 :네. 이런 상황 속에서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에 시험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이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전략순항미사일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판단한 가운데, 한국 군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러시아의 기술 이전 여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행보 속에 미국과 북한, 러시아의 관계 어떻게 풀릴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김금혁 : 북한은 독자적으로 미국과 협상을 한다면 트럼프 특유의 치밀하고도 휘몰아치는 협상력을 제대로 당해낼 재주가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혹독하게 당해 본 북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죠. 따라서 북한은 러시아와 공조하며 트럼프를 상대하고 싶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는 러북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긴밀한 관계이고, 말 그대로 혈맹 아닙니까. 북한이 자국 병사들의 목숨을 대가로 이런 혈맹을 맺은 이유는 결국 러시아의 힘을 빌리겠다는 의도 말고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그 역할을 중국에 기대했는데,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수준만큼 뭘 잘 들어주지도 않았고, 항상 북한을 관리하려고만 했기에 여기에 불만을 가진 북한이 중국과 갈라선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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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협상은 미북 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겠죠. 여기에 변수는 있습니다. 과연 러시아가 전후 북한이 원하는 수준만큼 북한을 돕고 보호할 의지가 있냐 하는 것인데요. 러시아는 지금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망가졌고, 물가라든가 환율이라든가 모든 현실 경제 지표가 최악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걸 복구하려면 전후 유럽이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입니다. 다시 말하면 러시아는 전후 경제 복구를 위해 갑이 아닌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하고, 만약 그런 갑을 관계 속에서 북한의 이익까지 러시아가 챙겨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죠. 만약 미국이 경제 원조나 경제 제재 해제를 대가로 러북 관계의 중단을 요구한다면 러시아는 미국을 택할까요, 북한을 택할까요? 크게 어렵지 않은 질문이죠.
기자 :네. 앞으로 러시아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사망한 북한 병사의 유품에서 '개죽이'가 합성된 가족사진이 나와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제공한 북한군 유류품 사진 중에 "2000년대 한국의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던 '개죽이'라는 이름의 강아지 한 마리와 꽃밭 전경이 합성된 가족사진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8월 15일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는 군복을 입은 청년을 포함해 5명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하단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는 문구와 함께 눈을 감고 발로 입을 가린 채 웃고 있는 강아지 사진이 삽입돼 있었습니다.
기자 :익살스럽게 웃으며 사람처럼 앞발로 입을 가리고 있는 귀여운 강아지 개죽이는 20여 년 전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는데요. 사진을 보면 문구와 함께 자연스럽게 꾸며진 스티커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북한에서 개죽이가 한국의 문화였던 걸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금혁 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금혁 씨도 한국에 와서 한국의 것인 줄 처음 알게 된 것들이 있었나요?
김금혁 :사실 저 같은 경우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무려 7살, 8살 때부터 봤던 것 같고요. 당시 매우 유명했던 토마토라든가 순풍산부인과, 가을동화 등등의 드라마를 매우 어렸을 때부터 봤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한국 문화를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특히 평양에서 중국을 통한 밀수가 하나의 거대한 상품 유입 경로로 자리 잡힌 이후에는 다양한 한국 상품들 예컨대, 쿠쿠 밥솥이나 삼성 냉장고 등등을 집에 갖추었기에 아마 저의 한국화는 그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네요.
기자 :한국에선 개죽이가 북한에도 있다는 걸 신기해 하는 동시에 사망한 병사의 가족사진을 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는데요.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 한 번 살펴보죠.
김금혁 : 댓글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는데요. 대표적인 글들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오빠였고 동생이었던 청년이 상관도 없는 침략 전쟁에 희생당한 이 상황이 너무 가슴 아프다. 빨리 통일해야 한다", "죽은 북한군 병사는 불쌍한데, 살아남은 북한 병사는 두렵다. 전투경험을 쌓았으니…", "아들 둔 엄마로서 눈물이 납니다. 가족사진 가슴에 꼭 품고 떠난 그 소중한 생명이 너무나 안타까워요. 다음 생에는 북한에서 태어나지 말기를…"등등의 댓글이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느끼는 똑같은 안타까움일 것입니다. 김정은만 못 느끼는 감정이겠죠. 나중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이번 북한의 아무 의미 없는 파병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묻고 그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