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생활 침해하는 북한 호상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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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세계인권선언 제 12조에는 다음과 같이 지적되어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사생활, 가정, 주거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인 간섭을 받거나 또는 그의 명예와 명성에 대한 비난을 받지 아니한다. 모든 사람은 이러한 간섭이나 비난에 대하여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바와 같이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자유는 개인이라는 삶을 통해 구현됩니다.

세계인권선언을 구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개인의 인권이 우선 존중되지만, 북한과 중국과 같은 공산국가들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가 개인의 삶을 여지없이 침해하고 하고 있습니다.

기계처럼 움직이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주민들을 조직에 묶어놓고, 단결을 촉구하는 투쟁이 매일과 같이 벌어집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주일 생활총화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사생활 보호와 북한의 생활총화가 어떻게 인권을 침해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처음 필자가 한국에 입국했을 때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누구도 찾아주지 않아 무료함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조직에서 찾고, 인민반에서 찾고, 분주소에서 찾고, 옆집에서 감시하고 이러한 단련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남한이나 미국처럼 서로 간섭하지 않는 환경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남이 간섭하지 않는만큼 자기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감이 따르니 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전체주의 사회인 북한에서 사람들은 조직에 의무적으로 망라되어야 합니다. 10만명이 동원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처럼 거대한 집단이 돌아가자면 서로가 서로를 비판하는 매카니즘, 즉 기계적인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조직생활은 공산권 국가들에서 보편적인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조직생활 체계도 붕괴되었고, 중국도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생활총화 제도가 없어졌지만, 시진핑(습근평) 중국 주석이 장기집권을 꿈꾸면서 생활총화 제도를 부활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모택동 시대에 존재했던 자아비판서를 쓰도록 강요해 공산당원들의 반발을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호상비판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면에서 북한은 생활총화와 호상비판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지구상 마지막 나라입니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사생활침해는 일반적으로 개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성별, 주소, 나이, 재산정도, 학력, 취미 등)들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거나 악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정보를 허가없이 알아내거나, 심지어 남의 부족함을 비판하면 심할 경우에는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범죄로 성립될 수 있습니다.

사생활 침해는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사생활 침해가 조직적으로 장려되는 심각한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 인민반장이 남의집 문을 열고 신발 개수를 세어보거나, 어떤 밥을 지어먹는지 가마를 열어보고, 이웃집 사람이 출근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의 일종입니다.

북한 헌법은 개인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하나, 노동당과 근로단체 조직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판과 호상비판을 하라고 강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사생활 보호가 어떻게 침해되는지 탈북자 김동남 씨와 문답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북한에 계실 때 주생활총화, 사상투쟁에 참가해본 적이 있습니까,

김동남: 그렇지요. 저는 북한사람치고 그거 못해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북한에 정치조직이 5개가 있지요. 우선 첫째로 소년단 조직, 청년동맨 조직, 직맹, 농근맹까지 해서 당을 중심으로 외곽단체는 4개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저런 단체에서 다 해보았습니다. 저는 또 특별하게 어려서부터 소년단에 입단했다가, 사로청에 들어갔고, 노동당에 입당했다가 출당당했지, 직맹에 안받아주겠다고 해서 농민동맹으로 갔다가 다시 직맹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저는 거기서 조직생활을 해보았는데, 북한 노동당은 10대 원칙에 근거해서 주생활총화를 당적 원칙에서 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외곽단체도 똑 같이 생활총화를 합니다. 말이 다를 뿐이지 방식은 똑 같습니다.

그리고 주생활총화 시간에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털어놓아라”고 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주생활총화가 잘되고 당의 역할에 크게 이바지 되는 것도 없지 않습니까,

질문: 생활총화에는 자기 비판과 호상비판이 있는데, 자기비판은 남이 모르는 잘못, 정말 숨겨진 잘못까지 다 끄집어내는 것이고, 호상비판은 남이 잘못한 것을 비판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남한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해주면 굉장히 기분 나빠하고 사생활 침해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관계가 굉장히 악화되고 심지어는 적대적인 관계까지 가는데 북한에서도 그렇지 않습니까, 서로 비판하면요.

김동남: 그렇지요. 당연하지요. 인간 생활에서 서로 칭찬해줘도 모르겠는데, 자기를 비판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공격해보세요. 그러면 기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질문: 외국에서는 그런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고, 남한에서는 이른바 ‘왕따’라고 하지요. 미국에서는 그런 것을 bullying(괴롭히기)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그걸 ‘모서리’라고 하나요? ‘따돌리기’라고 하지 않나요?

김동남: 네 그렇지요. 일반적으로 ‘모서리’라고 할 때는 보통 시장에서, 또는 막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에 짜고 어떤 사람을 “모서리 넣자”라고 할 때 쓰는 말이고, 그리고 ‘따돌리기’라는 것은 아주 묘하게 법적으로 어떤 사람을 “따돌려 몰아넣자”라고 할 때 그런 말을 쓰지요.

질문: 그런데 ‘집단 따돌리기’ ‘왕따’ 이런 행위들은 외국에서는 사생활 침해가 될뿐 아니라, 또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법에서 방어해주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걸 조직적으로 장려하고 사람들끼리 서로 못 믿게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북한에서 비판할 때는 (간부들이)이런 말을 하지요. “비판 속에 진정한 동지적인 사랑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동남: 저는 주생활총화때 비판도 많이 받아보고, 그러면 “이러지 말아야 하겠다”고 자그마한 느낌과 자각은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복수심과 불만이 충만되어 있는거지요.

질문: 북한 주민들은 호상비판과 자기비판을 죽을 때까지 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이 침해되고, 자기의 인권이 유린당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거지요.

김동남: 모르지요. 북한 사람들은 외국을 경험해보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세뇌당해 모릅니다.

질문: 그것을 주민들이 알자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김동남: 북한에는 외부 선전물과 출판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서 자유와 인권에 대해 조금씩 접한단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너희는 태어날때부터 어떤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런 것을 라디오 방송에서 알리고, USB를 계속 들여보내야하지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