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이 얼마전 ‘72시간’이라는 전쟁물 영화를 제작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역대 최대 비용을 투자해 만든 이 영화는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필수 시청물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동영상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영화의 종자와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지도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대외에 주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한국의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을 전화로 연결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영화 최초 베드신 키스신 연출
[기자] 박사님께서는 이번 영화가 과거 북한영화와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십니까?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일단 영화 기술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기법이나 이런 면에서 기존 영화보다 상당히 기술적인 진보를 했다는 게 영화 전문가들의 평가고요. 기법이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특히 과거 북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애정 장면들, 예를 들면 샤워하는 장면이라든지 그 다음에 '베드신'이라든지 '키스신'이라든지 일반적인 북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파격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 영화는 주제나 선정성 이런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파격성을 띠고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고요. 그리고 문제는 이 영화의 제작비 그 다음에 각본 연기, 기법, 대사까지 모두 김정은이 지도했다는 대목이 나오거든요. 그러면 이러한 파격성은 김정은의 직접적인 지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에 일반적인 북한의 조선 예술 영화라든지 4.25예술 창작단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마 정치범수용소에 갈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거든요. 그런데 김정은이 직접 이런 연출을 했다는 얘기는 기존 북한 영화를 뛰어넘는 자본주의 사회 영화와 유사한 그런 측면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김정은이 특히 한류 영화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한류를 뛰어넘는 이런 것까지도 사실은 염두에 두고 그런 영화를 만든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김정은이 중국 영화 장진호를 보고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드느냐?" 라고 호통을 쳤다는 얘기도 나오고, 또 이미 72시간 이 영화가 첫 번째가 아니라 아마 한두 번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정도면 됐다라고 하는 대목이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이 직접 관여를 했고,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김정은의 의도가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의 100%. 그리고 한류나 해외 영화를 다분히 의식한 영화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기자]: 지금 북한이 평양문화어 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 한국 문화를 차단하기 위한 각종 법을 채택하고 한류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류를 다분히 의식한 영화를 제작해 배포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일단 김정은이 한류나 외부 문화를 상당히 많이 접한다는 걸 확인할 수가 있고요. 김정은의 말투나 언어 중에는 남한에서 쓰는 말씨가 많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김정은 본인이 실제로 한류나 남쪽 대한민국 영화나 드라마들을 많이 본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가 있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기존의 북한 영화나 콘텐츠로는 한류에 익숙해진 북한 MZ 세대나 북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으니까, 북한에서 아마 한류를 능가하는,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견인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한 게 아니냐 따라서 북한 김정은이 겉으로는 한류 차단에 의해서 힘쓰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차단이 어려우니 김정은이 직접 한류를 능가하는 드라마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한 게 아니냐 이렇게 판단해 볼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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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영화 '72시간' 올인 지도, 영화정치 시작?
[기자]: 과거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화광'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영화보다는 음악을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영화 제작을 통해 어떤 부분을 주목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김정일의 경우에는 영화 정치를 했죠. 영화를 통한 영도 예술 이런 쪽을 상당 부분 강조했는데 영화의 특징이 뭐냐면 제작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리고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의 경우에는 초기에 영화보다는 '음악 정치' 은하수 관현악단이라든지 화려한 쇼 형식의 무대를 많이 선보이는 역동적인 파격적인 연출을 통한 음악 정치를 했다고 볼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일이 영화 정치였다면 김정은은 역동적인 음악 정치를 했다고 볼 수가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유튜브 시대이고, 김정은이 추구했던 이런 어떤 음악 정치가 생각보다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한류 촬영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한 것 아니냐 따라서 김정은도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견인할 수 있는 어떤 파격적인 영화의 제작에 나선 게 아니냐는 판단이 가능하죠.
[기자]: 북한이 역대 최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러한 영화제작비를 들여 영화를 제작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영화 제작비는 1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까지 들었다는 여러 추론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러나 1천만 달러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인건비나 또 북한의 GDP가 대한민국의 수십 분의 1 수준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니까, 1천만 달러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할리우드나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수억 달러에 해당하는 효과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유사 이래 가장 최대의 투자 비용을 들인 영화라고 볼 수가 있고요. 중요한 건 영화의 종자를 김정은이 직접 제공해 줬다는 대목이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제작비를 김정은이 직접 준 거죠. 그러니까 제작비, 각본, 그 다음에 영화 기법, 연출, 그 다음에 심지어 연기 지도까지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렇게 보면 김정은이 전적으로 관여한 영화이며, 따라서 김정은의 모든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영화다 이렇게 볼 수가 있죠.
[기자]: 이번 영화에서는 북한의 전쟁관이나 남북무력통일관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첫 번째는 북한판 북한의 영화 예술 영화 수준 이런 걸 좀 과시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의도는 한류에 쏠린 관심을 이것을 다시 북한 영화로 되돌리려고 하는 의도가 좀 눈에 보이고요. 따라서 상당히 파격적인 어떤 자본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연출들을 했다고 볼 수가 있고, 그러나 정치적인 의미에서 본다고 6.25 전쟁을 철저하게 북침으로 조작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6.25 전쟁의 실패 원인을 단기간에 미군 증원 이전에 대한민국을 점령하지 못한 걸 이걸 가장 큰 실수로 패착으로 지적을 하고 있거든요. 정치적으로는 그러니까 625를 북침으로 조작한 점 그 다음에 단기간에 대규모 공격과 기습을 통해서 북한이 전시에 대한민국을 점령하겠다는 미군 증원 이전에 김정은의 전쟁관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두번째는 지금 김정은의 전략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단기간에 대한민국의 주요 시설들 주요 도시, 주요 군사시설을 전술핵무기로 공격하고 기습을 통해서 장기간에 남한을 점령하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게 영화거든요. 그러니까 전술핵무기를 실전 배치한 김정은의 전쟁관, 남침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다라고 볼 수가 있죠.
[기자]: 북한 영화 '72시간'에는 그동안 북한이 교과서에서 가르쳤던 내용과 다른 점을 다분히 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의 의도와 다르게 북한 주민들에게 혼란을 주죠. 왜냐하면 새벽 4시에 주장에 의하면 북침을 했는데 4시 10분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10분 만에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고, 4시 30분에, 30분 만에 인민군에게 반공격 반격을 지시하거든요. 그런데 대규모 반격이라는 건 사전에 준비가 없으면 반격할 수가 없거든요. 그렇게 보면 또 2시간 만인 6시에 6시에 내각 회의까지 개최해서 반 공격 반격에 대한 방위성을 연설하거든요. 그러니까 치밀하게 준비된 북침 조작설 같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거든요. 그러니까 "10분 만에 어떻게 노동당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고 30분 만에 반격을 하느냐?" 계획된 북침에 대해서 북한이 반격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렇게 짧은 시간에 반격을 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니까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해서 북측으로 조작을 했지만 그다음에 북한 주민이 봤을 때는 상당히 의아스러운 영화를 만들었다. 따라서 오히려 이 영화가 '남침'이라는 김정은에 의한 조작된 영화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약점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모두가 자는 시간에 북한 김일성을 포함한 내각 구성원들이 모두가 다 끼어 있고 전쟁을 준비하는 상황을 연출해 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오히려 영화는 북측이 아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측 영화를 북측으로 조작했다 이런 걸 알 수 있는 영화라고 볼 수가 있죠.
[기자]: 북한이 6.25 전쟁을 북침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남침이라는 약점을 드러낸 영화다는 분석이시군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네 감사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 영화 '72시간'에 대해 한국의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과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