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한달 전, 세계 동영상 플랫폼 유트브에 북한 영화 ‘72시간’이 올라왔습니다. 북한 최대의 거금을 투자해 제작된 이 영화는 6.25 전쟁 실패의 뼈저린 회한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금기시했던 애정 장면을 영화에 삽입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6.25 전쟁 왜곡과 남침야욕은 변하지 않았음을 실감하는 영화라고 지적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영화 ‘72시간’에 대한 전문가들의 영화평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 영화 72시간 일부 녹취]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 북한 영화 ‘72’시간이 올라왔습니다. 전후편 모두4시간으로 된 이 영화는, 총폭탄이 튀는 전투장면과 탱크와 장갑차 비행기 등 대규모 군사장비가 동원된 제작비가 많이 들었음을 실감케 하는 북한 최대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유튜브에 공개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시청자는 4만명 남짓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상하리만큼 댓글창에는 한줄 평가 글도 없습니다.
김정은 '깨알 지도' 무슨 내용 담겼나?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북한 영화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논평했습니다.
조한범 박사 : 일단 영화 기술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기법이나 이런 면에서 기존 영화보다 기법이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특히 과거 북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애정 장면들, 예를 들면 샤워하는 장면이라든지 그다음에 베드신이라든지 키스신이라든지 일반적인 북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파격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북한 영화는 지금까지 키스나 남여 애정을 다루는 장면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72시간’은 인민군 군관 박건우의 이마에 그의 애인 체신소 처녀가 입을 맞추는 장면이 노출됩니다.
조 박사는 “이 영화는 종자부터 대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김정은의 직접적인 지도에 의해 제작된 영화”라며, “아마 다른 사람이 이러한 파격적인 내용을 넣었다면 그는 아마 정치범 수용소에 갔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박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트브 채널 ‘대동강tv’에서 “영화는 기존 북한 영화를 뛰어넘는 자본주의 영화와 유사한 측면들이 나온다”며 “김정은이 직접 연출을 했다는 것은 그가 한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박사 : 김정은이 한류나 외부 문화를 상당히 많이 접한다라는 걸 확인할 수가 있고요. 김정은의 말투나 언어 중에 남한에서 쓰는 말씨가 많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김정은 본인이 실제로는 한류나 남쪽 영화나 드라마들을 많이 본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가 있고요.
북한이 ‘72시간’을 제작한 목적 중 하나가 이미 한류에 빠져든 북한의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욕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박사 : 기존의 북한 영화나 콘텐츠로는 한류에 익숙해진 북한 MD 세대나 북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으니까 북한에서 한류를 능가하는,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견인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한 게 아닌가 판단해볼 수 있죠.
북한은 2020년 이후 ‘평양문화어 보호법’과 ‘청년교양보장법’ 등 한류 차단법들을 연이어 채택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남한 패션도 따라하지 못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한국 말투와 드라마 기법을 대거 차용함으로서 오히려 북한당국이 한류 확산을 조장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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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무력남침' 야욕 보여줘
북한은 영화에서 “6.25 전쟁은 미국과 남한에 의한 북침전쟁”임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미국의 사촉을 받은 남조선 괴뢰도당이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 공화국 북반부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침공을 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교과서에서 가르치던 내용과 달라 북한 주민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반응도 전해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연락이 된 양강도 한 지식인은 “이 영화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5시, 미제의 불의의 침략으로 6.25 전쟁이 시작되었다’던 그동안의 선전과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주장하고자 했지만, 여러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조한범 박사 : 김정은의 의도와 다르게 북한 주민들에게 혼란을 주죠. 왜냐하면 새벽 4시에 북침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주장에 의하면 4시 10분에 노동당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고 4시 30분에, 30분 만에 인민군에게 반공격을 지시하거든요. 그런데 대규모 반격이라는 것은 사전에 준비가 없으면 반격할 수가 없거든요.
새벽 4시는 보통 사람들은 잠에 든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의 지휘 간부들은 마치 전쟁을 기다렸다는 듯이 10분만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조 박사는 “영화는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박사 : 10분 만에 어떻게 노동당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고 30분 만에 반격을 하느냐, 북한이 반격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렇게 짧은 시간에 반격을 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니까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해서 북측으로 조작을 했지만 그다음에 북한 주민이 봤을 때는 상당히 의아스러운 영화를 만들었다.
한편, 조 박사는 북한이 6.25 전쟁의 실패원인을 신랄히 되짚어보고, 김정은의 ‘남침 구상’을 명확히 보여준 영화라고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박사 : 지금 김정은의 전략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단기간에 대한민국의 주요 시설들, 주요 도시, 주요 군사시설을 전술핵무기 공격을 하고 기습을 통해서 장기간에 남한을 점령하겠다 이런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게 영화거든요.
영화는 미 증원군이 상륙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가라는 북한 김일성의 지시대로 했다면 남조선 해방은 북한의 뜻대로 되었겠지만, 일부 북한군 지휘관들의 안일과 태공으로 ‘남조선 해방’에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한범 박사 : 6.25 전쟁을 철저하게 북침으로 조작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6.25 전쟁의 실패 원인을 단기간에 단기간에 미군 증원 이전에 대한민국을 점령하지 못한 걸 이걸 가장 큰 실수로 패착으로 지적을 하고 있거든요. 단기간에 대규모 공격과 기습을 통해서 북한이 전시에 대한민국을 점령하겠다는 미군 증원 이전에 김정은의 전쟁관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남한의 문화평론가 김헌식 중원대 교수는 북한이 ‘서울해방작전’에서의 북한군의 영웅적 활약상을 자랑하기 위해 제작한 영화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헌식 교수 : 일단 한국전쟁 당시에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우월한 성과를 보였는지를 강조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중국의 '장진호 전투' 이것에 영향을 받아가지고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서 만든 영화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전쟁 당시의 인민군의 활약상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고양하고, 북한 체제에 대한 그런 우월성을 증명하려고 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6.25 전쟁 역사 왜곡에도 경각심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김헌식 교수 : 한국전쟁은 여러 연구를 통해 북한이 남침을 한 것은 사실인데 그것을 북침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어요. 그것은 역사 왜곡인데 중요한 것은 전후 세대가 대부분의 인구 구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특히 한국 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한테는 이게 진짜로 북침이었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스럽다라고 볼 수가 있겠고요. 그런 점에서 남침에 관련된 부분들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 영화 '72시간'에 대한 전문가의 영화평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