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송금 가로채는 보위부 횡포 심각”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유엔의 강도높은 제재가 풀리지 않아 북한이 심각한 외화난을 겪고 있습니다.

백두산 관광, 금강산 관광, 양덕온천 휴양지에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외화를 벌어 ‘정면돌파’를 하려던 북한의 계획이 중국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때문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신종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결과 중국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국경봉쇄는 언제까지 지속될 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외화가 고갈되자, 살기 어려워진 북한 보위부원들은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돈을 더 극심하게 갈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탈북자를 단속해야 할 보위부가 오히려 그들의 돈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이른바 ‘먹이사슬관계’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시간에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970~80년대 북한에서 이른바 째포라고 하는, 즉 북송 재일교포들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일본 친척이 보내준 물건을 인수하러 원산항에 간다고 다니는 귀국자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면서 북한 주민들은 “왜 우리는 일본에 친척이 없을까?”하고 은근히 부러워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때 뇌물로 한몫 챙기던 사람들이 당연히 보위부원들이었습니다. 보위부가 재일 귀국동포들의 사상과 동향을 감시했기 때문에 귀국자들은 보위부에 잘 보여야 했습니다. 귀국자들은 일본에서 보내온 엔(일본돈)과 짐 가운데 일부를 보위부에 뇌물로 바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일본 귀국자들의 송금이 뜸해지고, 개혁개방으로 부유해지기 시작한 중국과 연계하는 화교 또는 중국 연고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중국 화교들이 장사짐을 부쳐오고, 위안화를 만지기 시작하자 북한 보위부가 뇌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도 북한 주민들은 “우린 왜 중국에 친척이 없을까?”하고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남한에 간 탈북민이 북한에 보내는 송금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가장 큰 현금 수입원이 되었습니다.

남한의 북한인권정보 센터가 발간한 ‘2018 북한이탈주민경제사회 통합실태’에 따르면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가운데 절반 가량이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단체가 400여명의 탈북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 이상이 2018년 한해에 약 30만 달러를 보냈다고 합니다. 남한에 정착한 약 3만5천명의 탈북민 가운데 절반만 북한에 돈을 보낸다해도 1년에 2천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합니다.

남한에 탈북민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달러는 수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을 북한 보위부가 가운데서 ‘덥치기’, ‘빼앗기’수법으로 가로채고 있습니다.

그러면 보위부가 가로채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탈북민들이 중국 브로커들에게 주는 돈은 전체 송금액의 30%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보위부원이 개입될 경우, 50%를 잡아 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가족 본인에게는 전체 송금액의 30%, 또는 아예 몰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김승철 대표는 “심지어 평양시의 어떤 보위부 간부는 ‘너희들(탈북 가족) 때문에 우리가 먹고 산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로 외화줄이 거의 막혔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광란적으로 단행했던 2017년에 모두 4차례의 (2345호, 2356호, 2371호, 2397호) 강도높은 제재를 실시했습니다.

이 제재결의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들어가는 외화자금 줄을 끊기 위한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시키는 내용이었습니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달러가 막히게 되자, 보위부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대북 송금 중개를 해주는 50대의 남성은 최근 보위부와 브로커가 짜고, 탈북민 송금 돈을 전부 가로채는 사례가 여러건 제기되고 있다고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잠시 대화 내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50대 남성: 북한에 돈을 보내는 것도 지금은 보내지 못합니다. 북한에서 전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위부 스파이들이고, 모두 돈을 따내기 위한 작전에 동원됩니다.

지금 보위부 성원들은 누구, 어느 집에 탈북자가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정보가 이미 다 넘어갔고, 그러니까 뒤에서 스파이들을 시켜가지고, ‘야 연결하여(전화해서) 돈을 보내라고 하라’고 시켜놓고, 여러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탈북민이)돈을 다 받은 다음에 신고해서 다 뺏는 방법을 쓰든가, 아니면 아니면 구류장에 가두어 놓고 그 금액을 다 빼앗아 내고, 저희들의 배만 또 채우는 거지요.

질문: 그런데 주변에서 그런 사례가 제기된 게 좀 있습니까?

50대 남성: 최근에는 대부분이 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친척에게 돈을 좀 보냈다고 하면 100% 가는게 없고, 요즘에는 대부분 다 잘라먹고, ‘보위부에 잡혔소’, ‘가다가 어떻게 됐소’라고 하면서 이런 소리밖에 없어요. 자기 형제간에나 좀 받아서 좀 쓰지, 또 그걸 연결해주는 화교들은 보위부 사건으로 신고당하면 화교들이 노동교화형을 받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화교들도 그런 일(탈북 송금과 관련된)일을 웬만해서는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10%를 먹고도 해주었는데, 이제는 그것보다 몇배로 벌금으로 보위부에 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질문: 그러면 탈북민들이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하고 있겠네요.

50대 남성: 요즘에는 어렵습니다. 보내고 싶어도 본인들에게 도달되지 못하니까, 보내지 못합니다.

항상 그걸 보내놓고는 가슴 조이고 있고요. 예를 들어서 내가 동생에게 보낸다고 한다면, 브로커가 가운데 있어요. 그 브로커가 다시 보위부에 신고하여 잡아 넣고, 노동교화소에까지 보내지 않습니까, 그런 실례가 내 주변에 몇 명이나 됩니다. 억울하게 한국 사람과 연결되었다고 하여 노동교화형까지 받았습니다.

질문: 그러면 탈북민들이 한번 보내면 얼마나 보냈습니까,

50대 남성: 보통 이전에는 한국에서 일하고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은 최고 500만원(미화 4천달러 이상)까지 보내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최고 1천만원까지 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경우에는 중국까지 가서 화교를 통해서 짐을 내보내면서 보내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한국 탈북민들이 보내는 송금은 보통 300만원 정도인데, 나도 그런일을 할 때 말하는 것은 ‘절대 이렇게 많이 보내지 말라, 50만원씩 자주 꺾어서 보내라’ 그런데 그렇게 꺾어서 보내자고 해도 연결이 잘 안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탈북민들은 본인들의 심정에는 한번에 300만원 보내서 가족들이 살 수 있게 보내자고 바뀐단 말입니다. 가족이 몇 명있고, 뭘 살지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경제적으로 쌀값을 타산하여 금액을 보낸단 말입니다.

그러면 저와 같은 브로커들이 딱 차단하지요.“이건 100% 가다가 몰수당하거나 절반밖에 가지 못한다. 그러니까 아픈 심정이지만, 적게 보내라”라고 합니다. 100만원 정도는 가다가 잘못되도 한번 눈감으면 괜찮지만, 500만원이라는 돈은 탈북민한테도 굉장한 돈이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현재 유엔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탈북민 송금이 그 제재를 무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으로 달러가 들어가면 북한 정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송금은 막지 말아야 한다고 탈북민들은 주장합니다. 다만 보내더라도 많은 양을 보내지 말고 적게 보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왜냐면 탈북자들에게 보내는 돈은 장마당으로 흘러들어가 시장 운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이 굶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면서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유엔안전보장리사회 제재 항목이 아닌 관광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려고 했으나, 중국 호북성(후베이성)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차질이 생길 전망입니다.

외화가 부족한 김정은이 보위부 등 권력기관에 충성자금 상납을 강요하고, 그렇게 되면 보위부원들이 탈북민 가족의 송금을 갈취하는 행태가 더 노골적으로 나타나리라는 것은 불보듯 명백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자칫 북한 가족에게 가야 할 외화가 김정은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탈북민 송금, 이러다간 “김정은이 탈북자가 보내준 송금덕분에 살아간다”는 말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