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소외 계층에 희망 주는 기부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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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소외 계층에 희망을 주는 기부 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자본주의에서는 부자들이 기부를 많이 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을겁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왜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겁니다. 북한 선전당국이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만 선전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자본주의는 사람못살 생지옥”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이나 국제구호 단체에서 지원해주는 쌀이나 의약품을 받을 때는 “저 사람들은 무슨 돈이 많아서 우리를 공짜로 도와주지?”라는 한번 쯤 생각했을 겁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는 돈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진데요. 자본가들이 가진 부를 이용해 투자를 하고, 또 사람을 고용하고, 이윤을 남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진것 만큼이나 소외계층에 선의를 베풀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세계적인 기부자들과 기부문화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미국 갑부들이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로 자산이 줄었는데도 더 많은 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녹음은 지난해 전세계 기부자들을 소개한 남한 MBC 방송 일부 내용입니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인 자산가 25인의 재산이 1년전보다 15% 줄었으나, 기부금은 오히려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은 세계적인 대유행병인 코로나 확산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해였으나, 억만장자들은 270억 달러를 기부했다는 겁니다. 이 270억 달러가 얼마나 큰가 하면, 2021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233억 달러라고 한국은행은 추정했는데요. 그렇다면 미국의 억만장자 25명이 북한이 1년동안 생산한 총 경제규모보다 더 많이 기부를 한것이 됩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사람은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 경영자입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54억 달러를 기부해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10살 때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해 지금은 1천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기업인입니다. 지금까지 그는 500억 달러가 넘게 기부했습니다. 다음으로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사람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그의 전처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부부는 지금까지 380억달러가 넘는 기부금을 기후변화와 빈곤 퇴치, 질병 치료를 위해 일하고 있는 자선단체들에 보냈습니다. 세번째로 많은 기부를 한 사람은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으로 지금까지 모두 184억 달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외에도 세계 최대 인터넷 회사인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전 처 매켄지 스콧 등 대부분 미국의 부자들이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낸 기부금은 어떤 곳에 쓰이게 될까요?

기부금은 어려움에 놓인 누군가를 돕기 위하여 대가 없이 내놓은 돈을 말합니다. 가령 예를 들어 간염이나 결핵 등 병에 걸린 환자를 돕기 위해 병원이나 관련 자선단체에 돈을 보내거나,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보내는 돈도 기부금에 속합니다. 미국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자들도 많지만, 기부를 통해 자신들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앞장서서 더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경제매체 포브스가 소개한 대로 25명의 ‘큰 손’ 기부자 대부분이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고, 또 크고작은 자선금을 내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들은 남을 돕는 것으로 자신의 보람을 찾고 있고, 남의 행복에서 자신의 기쁨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자들은 어디에 기부할까요?

남을 돕고 싶은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자선단체나 재단을 통해 간접 지원하게 됩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자선 단체들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굿피플, 세이브더 췰드런 등입니다. 이 자선기관들은 대부분 부자들이나 회원국들이 내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이런 지정된 자선단체들에 기부를 하면 기부자들은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도 이러한 자선기관들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11월 말 유엔아동기금은110만명의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들이 접종할 수 있는 각종 백신을 지원했습니다. 유니세프가 지원한 의약품에는 결핵과 홍역 예방 백신, 파상풍 백신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북한은 1995년부터 대규모 수해 피해를 호소하며 국제사회에 인도주의 지원을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유엔산하 기관인 유엔아동기금과 세계 식량기구에서는 매년 의약품과 식량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유엔에서 보낸 쌀과 의약품 등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과연 유엔이나 국제구호 단체는 무슨 돈이 많아서 공짜로 우리를 도와주는가?”고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그 비용은 전세계 유엔 회원국들과 부자들이 내는 기부금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북한 노동신문에 자본주의를 혹평하는 내용이 소개되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월 25일자 노동신문은 “인간관계를 금전관계로 전락시킨 비인간적인 사회”라는 기사에서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의 하나는 모든 사회관계, 인간 관계를 너절한 금전관계로 전락시켰다”며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랑과 정에 기초한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며 “개인주의는 사람을 사회적 집단과 유리되고 개인의 물질적 욕구만을 추구하는 생물학적 존재, 저속한 동물적 존재로 만든다”고 혹평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이윤을 창출해 분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창출이기 때문에 기업주들은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리고, 마진 즉 이윤을 많이 남길 것인가를 항상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용한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불하도록 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선전하는 대로 “자본가는 착취자, 노동자는 피착취자”라는 말로 단정짓기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자본가들를 생산수단을 차지하고 노동자를 부리는 착취자로 묘사하고 있지만, 외부사회에서는 사업가로 보고 있습니다. 그 사업자들은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일을 시키고 월급을 주고 거기서 나온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때문에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돈을 가졌다고 해서 부자들이 다 부패하고 사치한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부의 왕’ 워런 버핏 회장은 수십년 전에 3만 달러를 주고 산 낡은 집에서 살고 있고, 매일 아침 3달러가 조금 넘는 간단한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자본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워런 버핏과 같은 기부의 대가들은 평범한 사람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버핏 회장은 자신이 죽으면 전 재산의85%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이 세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빌앤 게이츠 재단은2000년에 빌 게이츠와 그의 전 부인 멀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자선재단으로서, 전세계의 질병과 빈곤을 없애는 등 소외 계층을 위한 선의를 베풀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처럼 기부의 문화가 정착된 것은 정부의 세금공제 혜택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미국정부는 부자들이 기부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를 세금 공제해줌으로써, 기부에 자발적으로 참가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세계에는 또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부 사이트도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의 대형마트인 월마트에서 일하던 82세의 한 할아버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취지로 만들어진 ‘고펀드미’라는 자선 기부 사이트를 통해 미화 10만달러 이상을 기부받고 은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동부 메릴랜드의 한 대형 매장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그를 보고 한 유명 인터넷 사회관계망 사용자가 “이 노인이 아직도 노동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가 플로리다로 여행해 자녀들과 만나고, 여생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짧은 영상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사연을 기부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이것을 본 구독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보내와 순식간에10만 달러가 모였다는 겁니다. 기부금을 전달받고 은퇴하던 날 80대 할아버지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기부자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면서 “행복하다. 마치 새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사연을 읽은 인터넷 사용자는 “자본주의는 돈만 추구하는 사회가 아닌 나눔을 통해 가슴을 훈훈하게 녹여주는 각종 미담들이 전해져 그래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회”라고 공감했습니다.

<탈북기자가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세계적인 기부자들과 자본주의 기부문화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