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1월 28일 북한에서 최고 영예를 누리던 리용무 전 국방위원회 위원이 97세로 사망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고인의 영구를 직접 찾아가 조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리용무가 생전에 김씨 3대에 거쳐 “충직한 혁명 전사”, “크나큰 믿음과 은정 속에 삶을 빛낸 혁명가”라며, “당과 인민에게 있어서 가슴 아픈 손실”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김 위원장이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가서 리용무를 조문하고, 북한 매체가 그의 업적을 대거 부각시킨 것은 그가 생전에 김씨 권력 공고화를 위해 한몫 했기 때문이라고 한 탈북자는 지적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리용무 사망을 통해 본 김씨 가계 수명과 인민의 수명을 알아보겠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8일 리용무 전 국방위원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당과 인민에게 있어서 가슴 아픈 손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1925년 생인 리용무는 인민군 정치부대대장으로부터 시작해 사단 정치부장, 사단장으로 활동했고, 1973년에는 군 총정치국장에 오르며 김 부자로부터 동시에 신임을 받았다고 남한의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그가 김씨 ‘가계’라는 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가 이처럼 리용무를 치켜세운 것은 그가 김씨와 친인척 관계로, 인민군대 안에 당의 유일적 영군체계를 세우는 등 특출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고위 탈북민 강명도 씨는 유튜브 동영상에 출연해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유튜브 동영상> (강명도 음성 녹취): 강반석의 외가 그 강진석의 딸이 바로 리용무의 부인입니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 친척을 가리켜 ‘가계’라고 부릅니다. 과거에는 주민들은 ‘수령님 가계’라는 말로 수군거렸으나,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는 말을 입밖에 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보위부에 끌려가게 된다고 최근 북한을 나온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북한의 핵심 계층에는 김씨 가계와 연결되어 권력을 누리는 세력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일의 사촌 고모부로 알려졌고, 강관주 전 당 대외연락부장은 김정일의 외사촌의 아들, 강영섭 조선기독교도연맹 위원장은 김일성의 외사촌, 지금은 사망했지만 허담 전 외무상은 김일성의 외사촌 매부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시대에는 친여동생 김여정이 노동당 국무위원,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북한의 외교안보를 총괄하고 내치를 맡고 있다고 남한의 국가정보원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씨 가계이더라도 충신으로 평가되면 사후에도 대접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실례로 리용무보다 보름 먼저 101세로 사망한 김영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조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영주는 김일성 시대에 권력 핵심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지내는 등 한때 2인자로 승승장구 했지만, 후계자 자리를 두고 김정일과 경쟁상대가 되었다가, 1973년 김일성이 후계자로 아들 김정일을 내정하면서 모든 직책을 내놓고 일가족과 함께 오지인 자강도 강계로 사실상 유배됐습니다.
그후 20년이 지난 다음에야 국가부주석과 정치국 위원에 복귀되면서 평양으로 돌아왔으나, 그때는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아무리 김씨 ‘가계’이라도 권력 암투의 대상이 되면 가차 없이 매장되었습니다.
과거 김정일은 과거 자신과 권력다툼을 벌였던 계모 김성애와 배다른 형제들에 대해서는 ‘곁가지’로 분류해 권력의 중심에서 철저하게 배격 시켰습니다.
김정은 집권 과정에는 고모부 장성택을 ‘반당 반혁명 분자’로 몰아 처형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체제를 두고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목적 중 하나는 정권의 생존이고, 두 번째는 김씨 가문의 통치 영속”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운구차를 호위했던 7명의 당과 군 최고위 간부 중5명을 숙청됐고, 고모부 장성택 부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포함해 수백명에 달하는 고위 간부를 숙청해 이른바 ‘공포 정치’를 실현했다고 남한 국가정보원은 밝힌 바 있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수령 중심이자 전체주의 나라인 북한에서 공포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몰락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러한 잔인한 숙청을 통해 살아 남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김씨 가계와 친인척 관계로 맺어진 북한 권력층은 오랫동안 장수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편, 북한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북한주민들의 수명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1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북한 주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72세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반해 남한 국민의 평균 기대 수명은 북한보다11세 높은 83세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양방송은 “우리 인민들의 평균수명은 몇 년 전에 벌써 74.5살이라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주민들의 평균수명이 해방 전에 비해 약 2배로 늘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대기근을 겪으며 수십 만명이 아사했다는 외부의 주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엔에 제출하는 자료에도 평균수명이 늘어났다는 게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인 것입니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 실제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평균 기대 수명은 코로나-19와 대북제재로 인해 더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2021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식량안보와 영양’이라는 공동 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의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이 42%에 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3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지원단체들은 만성적인 식량 공급 부족으로 북한 여성과 영유아의 건강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북·중 국경을 봉쇄하면서 어린이 영양식 등 비축물자 반입이 줄어들면서 임산부와 아동 영양 공급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이요한 아주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경제와 주민 건강’을 통해 2020년 현재 북한에서 출생 시 기대수명이 72세로 보면서, 북한과 같은 기대수명을 가진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북한의 아동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성인 사망률은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어떤 나라보다도 코로나19 봉쇄조치를 일찍이 강력하게 시행했기 때문에 스스로 식량, 식수, 약품, 생필품을 구해야 하는 주민들의 자체 경제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 고위층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의 생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단동의 북중 국경 상황에 대해 밝은 대북 무역업자는 “최근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여간 긴급 구호물자는 평양의 특권층을 위한 물자로, 일반 주민들까지 차려 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대북 소식통 : 이번에 중국에서 북한으로 열차 방통이 들어간 것도 한번에 에 10~12개 방통 정도씩 두차례에 들어갔지요. 그런데 평양 측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가져간 것이지 북한에 몇 십 방통이 들어가야 주민들한테까지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그는 “아무리 북한이 물자 공급이 악화된다고 해도 김정은과 그 특권층은 굶어 죽지 않는다”면서 “유엔의 대북제재가 주민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